김신혜작가의 생수산수 - 박영택
이 작품은 김신혜라고 하는 작가의 그림입니다.
김신혜는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인데 여러분이 보시기에 이 작품은 그림이라기보다는 우리들이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생수병의 사진같습니다. 생수병을 그대로 그린 그림입니다.
아주 정교하게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인데 마치 상품 디자인을 하듯이 그렸습니다.
큰 장지에 실제크기보다 훨씬 큰 크기로 아주라 생수병을 그렸습니다.
수입된 이 생수는 병이 아주 예쁜 생수병입니다.
저도 이 생수병의 파랑색을 좋아하는데 아주 새파란, 짙은 파랑으로 절여져있는 아름다운 병입니다.
우리 주변에 생수는 굉장히 많습니다.
삼다수, 볼빅, 에비앙, 아주라등 너무 많은 생수들이 있습니다.
생수는 깨끗한 물, 우리 주변에서 마시는 수돗물이나 이런 것들이 오염되었다고 여겨지기때문에 맑고 깨끗한 그런물을 생수를 통해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우리가 물이 좋고 자연수라던가 천연수라던가 우물, 수돗물도 기꺼이 마실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에 우리는 생수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건 우리가 주변에 흔히 마시는 생수병의 문양이나 로고를 보면 한결같이 거기에는 산이 그려져 있거나 또는 자연풍경이 펼쳐져 있다는 것입니다.
만년설을 이고있는 알프스산맥이 그려진 에비앙이라던가 제주도 한라산 또는 천연의 자연이 그려져있는 삼다수도 있고 다양한 생수들이 있습니다.
이 아주라라고 하는 생수도 역시 산맥이 펼쳐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왜 생수병의 로고들은 한결같이 천연의 자연이미지를 그릴까요?
그것은 그만큼 생수가 깨끗하다라고 하는 것들을 증거하기 위해서 그런 이미지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다양한 생수브랜드들은 이 생수가 얼마만큼 천연의 것이고 또 얼마만큼 무공해의 것인지 그만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고 하는 것들을 강조하기 위해서 자연이라는 것을 끌어들인다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생수가 정말 이렇게 맑고 깨끗한지의 여부를 떠나서 그 생수병의 로고나 디자인들에 들어오는 이미지들은 한결같다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산수가 펼쳐져 있다는 것입니다.
김신혜는 아주라병을 구해서 그 병을 똑같이 그렸습니다.
실사크기로 늘여서 병의 꼭지부분과 병의 형태, 색감, 로고, 거기에 쓰여져 있는 문자라던가 이미지까지 그렸습니다.
단, 약간의 변화를 준것은 아주라 생수로고의 깃든 산이 그려져 있는 그림들을 옆으로 펼쳐서 실제 자연처럼 확장시켜서 그렸습니다.
그래서 아주라 생수 로고안에 갇혀있는 자연이 밖으로 펼쳐져서 퍼져나가는 그러한 상황을 안겨주었습니다.
김신혜가 하고 싶은 말은 아주라 생수안에 산수가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전통산수화 기억나시죠?
전통사에서 산수라고 하는 것들은 이상향, 유토피아를 보여주기도 하고 인간이 추구하거나 인간이 귀히해야 하는 가장 이상적인 자연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물론 유교적 이념에 따라서 군자 즉 유교사회가 지향하는 인간형인 군자의 덕목을 보여주는 것도 산수입니다. 왜냐하면 산이라고 하는 것은 덕인을 뜻하고 물은 지혜니까 군자의 두 가지 덕목이 어질고 지혜로운 것이라면 그 어질인 덕과 지혜는 산수에서 찾습니다.
그래서 산수를 소유하고 산수화를 그리고 산수화를 완성하고 산수시를 짓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을 예찬하기도 하지만 군자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될 두 가지 덕목을 산수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산수를 늘 가까이하면서 그러한 군자가 추구하고자 하는 덕목을 내재하고자 하는 발상입니다.
오늘날 그런 산수는 더 이상 그려지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물론 많이들 그려지긴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왜 오늘날 우리가 더 이상 유교적 이념으로 살수는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오히려 김신혜 같은 젊은 작가들은 에비앙이나 삼다수나 아주라 같은 생수 안에 깃들여있는 산수화적인 기호들을 찾고 있습니다.
이전에 산수화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대적인 삶속에서 일상 속에서 이렇게 산수화적인 자취들이 흩어져있다는 것입니다.
생수병 로고 안에 깃들여져있는 산수화적인 자취들을 따라 그림으로서 오늘날의 산수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전의 전통적, 유교적 이념에서 깃들여져있는 산수가 오늘날 상품로고 안에 순수한 자연을 표상하는 이미지로만 국한되기도 하겠지만 이 김신혜라는 작가는 그렇게 여러 가지 기물에서 병에서 디자인에서 산수화적인 자취를 추적해보고 그것을 정교하게 전통적인 동양화 방식으로 그림으로써 오늘날의 산수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있는 그런 아주 흥미로운 생수산수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