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리운 내 고향 구천땅에서 자란 여러분께
귀하고 사랑스런 여러분들과 헤어져 흐르는 세월에 몸을 맡기고 떠내려온지 어언 25년, 세기도 바뀐 지금 모두가 훌륭하게 성장된 모습을 대하고 지나간 날들이 떠올리니 내 자신이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그 동안 이 사람은 여러분들의 졸업과 동시에 지금은 없어진 면내의 용호,위성학교를 거쳐서 쌍호,안계,속암초등을 마지막으로 의성군 근무와 교사생활을 동시에 마감한 후 구미시내의 구평,송정,야은초등학교에서 교감생활을 끝내고 성주군내에 있는 두 학교를 2년 반 동안 근무하다가 지금의 장천초등학교에 둥지를 틀어 남은 교직 인생을 보내려고합니다.
이 못난 사람이 선생님이라고 여러분들의 앞에 처음 나타나 인연을 맺은 것은 내 나이 20대 후반이었스니 무엇을 알고 무엇인들 제대로 가르쳤겠습니까? 그저 젊은 혈기와 의욕만 가지고 여러분들을 대하였스니 생각할수록 죄스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어집니다.
돌이켜 볼 때 당시에 좀 더 따뜻하게 안아주고 모든 걸 보듬어 주면서 꿈과 사랑을 듬뿍 심어 주었더라면 지금 이 만남의 시간을 맞는 내 자신이 덜 초라할 텐데, 이미 주워담을 수 없는 가마득히 흘러간 일이 되어 더욱 후회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게 심하게 다루지 않아도 모두가 다 이렇게 훌륭하게 장성하여 함께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 모였는데 말입니다.
생각할수록 이 사람의 가슴 속엔 '난 정말 못난 우둔한 스승이었구나' 하는 회한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매주 일요일 낮에 방영되는 'TV는 사랑을 싣고' 라는 프로그램을 가족들과 함께 시청할 때 이 사람은 더욱 부끄러움을 느껴봤는데 그 내용 중 에 가장 빈도가 높은 만남이 초등학교시절 사제간의 만남이라서 나와 비교해 볼 때 그랬습니다. 바로 지난 일요일(20일) 낮엔 가수 '별'이 충남 서천의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장면이 방영되었었지요?
그러나 죄스러운 마음 보다는 만남의 기쁨이 그래도 더 크겠기에 염치 불구하고 속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초청의 자리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이 이제야 철이 조금씩 드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모든 아이들이 다 사랑스럽게 보여지는 걸 내 자신이 조금씩 느낄 수 있스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교감 때부터 나와 같이 생활하는 선생님들께 늘 당부합니다. 잘 하는 사람도 귀엽지만 오히려 모자람이 많은 사람에게 더 큰 정을 주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부족하여 잘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되나 따지고 보면 모두가 고귀한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는데 속이 좀 터지더라도 참고, 불쌍히 여기고, 머리 한 번 더 쓰다듬어 주라고 부탁합니다. 이 사람처럼 가르치지마라고.
말썽 부린다고 쥐어박으면서 큰 소리로 혼내고, 까불어 올린다고 벌 세우고, 걸핏하면 매질한 일도 한 두번이 아니었지요?
돌이켜 볼때 그 때 부렸던 말썽들도 따지고 보면 그게 모두가 사랑이고 긴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아름다운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을 이 사람은 이제야 겨우 알 것 같습니다.
42회 동기생 여러분! 인간사회의 관계는 자신과 공통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응집력은 강해집니다. 서로가 서로의 형편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솔직해 질 수 있고 이해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최소의 단위 지역에서 조상 대대로 뿌리박은 곳에서 태어나고 가장 긴 교육년한인 초등학교 생활을 함께 한 동기생들의 모임이야말로 그 공통점을 제대로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들도 벌써 불혹의 나이에 가까워 오네요.
우리 인생살이 잠시 잠깐사이에 다 흘러갑니다.
다가오는 날은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것 같지요. 그러나 보세요,우리들이 헤어진 후 강산이 두번 넘게 훌쩍 바뀐 긴 세월도 찰나에 지나갔스니 얼마나 빨리 지나갑니까. 앞으로 25년이 더 지나면 여러분들은 몇 살이 됩니까? 너무 끔찍스러워 생각조차도 하기 싫지요? 그러나 우리의 뜻가는 무관하게 삶의 시계는 쉬지않고 빨리 지나간답니다.
부디 인생살이에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돈독한 인간관계를 계속 유지하여 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면서 더불어 다 함께 잘 사는 42회동기생들이 되어주기를 당부하고 오늘의 이 자리가 동기생 여러분들의 우의를 더욱 다지는 좋은 날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 사람이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끝으로 이 모임을 처음 만들고 또 구천사랑방 까페를 개설하고 관리하는데 수고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구천초등학교42회 동기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3. 4. 27.
구천초등학교제42회동기회 정기총회에서 장 덕 수 드림
첫댓글 선생님~ 오랜만에 제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보내셨다니 참석치 못한 저두 행복합니다. 전 남의집 며느리역활 하느라 못 찾아 뵈었네요.. 선생님 죄스럽습니니다.. 선생님~~~~ 건강하세요...
선생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꼭한번뵙겠습니다
약주 많이 하셨는데, 다행입니다. 또 봐야죠. 그리고, 오늘 우리들의 만남을 있게해준 '컴 도사' 미숙이를 보고 잡았는데 섭섭하다. 부산 놀러와라, 아이들과 남편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