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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소심사’ 미국인 스님들의
약사여래불 점안식 현장
취재/강효훈
3월 첫날 잔뜩 흐린 날씨와 폭설의 예보에도 불구하고 뉴저지에 소재한 태고종 사찰 소심사(1112 North ave. plainfield NJ 07062, www.soshimsa.org) 약사여래불점안식을 취재하기 위해 이른아침 소심사에 도착하였다. 소심사는 네덜우드(Netherwood train station) 기차역 주차장안에 위치하고 있어 뉴욕과 필라델피아에서 1시간 거리되는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절 입구에 들어서자 주지 명안스님을 비롯해 덕성,무상스님, 그리고 행자스님으로 절의 안내및 사소한 모든일을 챙기고 있는 복천스님 네분이 반가운 미소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잘 오셨습니다.”라며 반겨준다.
사찰을 미국인 스님들이 이끝어 가지만 한국사찰에서 느끼는 분위기나 정서가 더 한국적이라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명안스님 등 세 분 스님의 첫인상은 강하지만 맑은 눈빛을 가 지고 있었다. 흡사 동양무예를 오래 수련한 서양인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모습이랄까,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 중에 세 분의 스님은 태권도, 합기도, 해동검도 등 한국무술에 고단자이자 사범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명안,무상 스님은 어린시절부터 같은 동네의 태권도장에서 함께 수련하며 형제처럼 지내다 이제는 법형제로써 서로 의지 하며 수행을 함께 하고 있으며, 덕성스님 역시 어린시절부터 무예를 연마하며 출가를 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주지 명안스님 외에 무상스님과 덕성스님은 각자의 직업을 갖고 퇴근후 주말에는 절에서 스님으로 소임을 보고 있다.
소심사를 방문하기 전에 다른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이 왜 사찰명을 ‘소심사’라고 지었는가였다.
스님들 이야기는 우리가 ‘중생제도’라는 크나큰 명제아래 가끔씩 너무 작은 것을 무시하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작은 것을 못하는데 어찌 큰 대업을 이룰 수있겠냐는 취지에서, 작은 것부터 우리가 실천하고 해나가자는 차원에서 ‘소심사’라 이름 지었다고 했다.
소심사의 역사를 이야기하자면 2009년 7월 개원식이 시작이 아니라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미국 뉴저지 엘리자베스 일대에 태권도 도장을 연 일초 심혁근 거사의 이야기가 소심사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 하는데 빠질 수없는 부분이다.
우선 심혁근 거사는 소심사 미국인 스님 세분의 무도계 스승이시고, 그들이 불법을 만나고 삭발을 한것도 모두 일초 심혁근 거사 덕분이다.
심거사는 불교 모태신앙으로 한국전쟁때 덕암큰스님 아래에서 불법을 공부하게 되었고, 도미하여 순수한 불법을 전파를 하는 데 있어 물심양면으로 숭산스님이나 법안스님 등을 도와 미 동부에서 초기 한국불교의 초석을 놓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런 스승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린 세 스님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육체적인 무술의 개념을 넘어서 스승을 따라 정신세계의 추구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할 것이다. 노령의 스승을 받들고 절살림을 꾸려가는 모습이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필자 또한 태권도 사범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며 지켜본 바로 동양인으로써 미국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직업중에 무술사범만큼 영향력을 지닌 직업도 드물것이다. 미국 공교육에서 하지 못하는 것들, 공교육에서 배우지 못하는 가치들, 예절, 효도, 충성 등을 가르치다 보니 정부에서도 장려를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주류사회에서도 그러한 것들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거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연에 관해서 고민하고 정신을 단련하고 연마하는 불교수행이나 명상, 단전호흡 등으로 이어진다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며, 불교의 입장에서 볼때도 특히 포교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현재 미주 불교가 가진 딜레마 중 하나가 노령화, 젊은 사람들의 부재이다. 그러한 고민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우선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가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며 그것을 위해선 방편으로 소심사에서 행해지는 프로그램처럼 몸을 움직이는 활동(activity)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심사에는 단전호흡을 통한 내공의 증진과 외공의 밸런스를 추구하는 기공치유(Qi-gong healing arts),태권도와 합기도의 여러가지 테크닉을 활용한 호신술(self defense) 강좌가 세 스님들의 지도하에 열리고 있고, 한달에 한번씩 스님들과 신도들, 그 외 외부에서 관심있는 사람 누구나 참여할 수있는 Outdoor adventure를 통해 걷기명상, 산행, 캠핑, 래프팅 등을 통해 대자연과 교감하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프로그램 등이 운용되고 있었다.
이런 프로그램을 직접 관장하는 엘리자베스의 유치원(pre school)과 케인대학(Kean univ.)에서 불교명상을 가르치고 있는 무상스님(심리학 박사)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식들이 좋은 교육을 받고(well educated), 매너가 좋은 사람이 되길 원한다. 그런 것이 사실 불교, 특히 한국불교요소 안에 다 있다. 우리가 왜 못하겠나? 그래서 미국내 한국불교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는데 있어서 이러한 육체를 움직이는 방식의 접근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파하였다.
쌓이고 쌓여 누적된 방도만이 정도라고 우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방편을 통해 불법이 알려지고 뭇사람들이, 특히 젊은층들이 절에 오는 것에 거부감을 줄일 수있다면 한번쯤 고민해볼만 일이 아닐까한다.
본격적으로 법회에 들어가서 미국인 스님들의 법회인만큼 뭔가 조금 편집되고 영어로만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한글아래 영어 알파벳으로 한글발음이 표기되어 있었고, 예불, 반야심경, 천수경, 삼보통정, 광명진언 등 모두 한국 사찰에서 처럼 한국어로 읽었다. 한국어를 굳이 영어로 의역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걸 맞춤형 서비스 핑계로 영어만 쓰는 곳도 더러 있지만, 세 분 스님들은 한국 불교의 맛을 제대로 느낄려면 한글로 읽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운 느낌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씨름을 Korean wrestling이라고 하면 레슬링의 한 분파정도로밖에 이해되지 않듯이 현지인들에게 맞춰주는 배려는 당연히 권장되지만 과도하게 억지스런 의역은 오히려 의미전달에 곡해를 가져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문화도 태권도장에서 ‘차렷’, ‘국기에 대한 경례’ 등 한국말로 왠만한걸 가르치는 환경에서 나온것이라고 하며, 그걸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궂은 날씨로 많은 신도가 참석은 못했지만 신도들 또한 한글로 읽고 의미 전달하는데 거부감없고 잘 이해한다고 한다. 신도들은 대부분 현지 미국사람들과 한국인이 7:3정도로 구성되어 있고 러커스 대학교수나 대학생들, 판사,검사 등 주정부 법조인들, 태권도를 통해 온 신도들 등 다양한 계층의 신도들로 이뤄져있다.
법당 구석에는 어린이들이 법회 시간 동안 비교적 자유롭게 놀고 있었고, 부모들이 잘 컨트롤 하고 있었다. 조금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불교와 법회문화에 친숙해지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여러 참석자 중에 기억에 남는 인터뷰 대상자 (interviewee)는 자칫 지루할 수있는 2시간이 넘는 법회시간 동안 꿈적하지 않고 앉아있는 어린친구가 있었는데, 존 해커스버그(John hackersburg, 25세)라는 학생이다. 마약중독으로 피폐한 삶을 살다가 덕성스님(유일하게 세 스님중 결혼하여 가정이 있음)의 딸의 소개로 소심사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스트레칭이나 호흡법,명상법 등을 배워서 이제는 약물에 의지않고 스스로 내 감정을, 내 인생을 컨트롤 할 수있다고 이야기하며 나처럼 스트레스를 마약에 의지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알다시피 주변에 많이 있고, 여기 소심사에 오는 나같은 처지의 친구들도 굉장히 많다고 했다.
법회는 약사여래불 점안식으로 이어졌다. 팥을 뿌리고, 바라춤을 추고, 오색실을 감아주고 잘라주는 등 여느 한국사찰에서 보는 것과 같은 점안식이었지만 여전히 기자의 눈에는 미국스님들이 의식을 너무 잘 진행하여 놀랍고 감탄스럽기만 할뿐이었다.
모든 의식을 마치고, 주지 명안스님께서는 약사여래불(Medicine Buddha)과 질병에 관하여 신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질병을 물리쳐주는 약사여래불에 관한 내용을 영어권 독자들을 위해 명안스님의 법문의 내용 아래와 같이 정리하여 지면에 옮긴다.
Yaksa yeorae Bul(약사여래불, Medicine Buddha) has made 12 vows to those who call or hear the name of the Medicine Buddha. The vows promise to grant unlimited fortune and fulfillment of one’s wishes and remove the ever-flowing worries, anxiety, pain, anguish, suffering and offer freedom, liberation from suffering and inner peace plus harmony of mind, body and soul.
The 12 great vows made by the Medicine Buddha are supported 12 Yakchadaejang Shin(약차대장신, health and medicine deities/gods). 12 Yakchadaejang Shin support and protect the health of living beings from the four of sickness which are nae-hwan(내환,internal sickness), wae-hwan(외환, external sickness), chon-jae-ji-byeong(천재지병, natural disasters beyond our control), gak-jong-jil-byeong(각종질병, viruses).
We all have the tree origins of sickness. Sickness and disease can be divided to have three origin roots. The tree are:
Ob ui byeong(업의 병, karmic origin). Sickness caused by action and speech karma created in this life. Disharmony of body(신), mouth(구) and mind(의) causes imbalance of subtle body energies and inhibits energy flow, thus causing sickness. For instance, depression and loneliness. Accident-caused handicap. Sickness caused by excessive worry and anxiety caused by the 108 mental afflictions(번뇌). Mental afflictions cause only worry, anxiety and stress but offer no solutions or answers.
Kwabo ui byeong(과보의 병, past life karmic origin). Sickness occurring as an effect of our karma(action) created in past lives. Caused by following temptation and enticement presented by negative forces(things appearing to be good but turn out to cause harm, sickness or disease). For instance, insanity. Born with mental of physical handicap.
Mumyong ui byeong(무명의 병, ignorance as origin). Sickness caused by ignorance. Caused by the tree poison(greed 탐, anger 진, ignorance 치)
위와 같이 주지 명안스님은 약사여래불과 오늘 점안식의 의미를 설명하며, 육체의 눈이 아니라 진정한 불자라면 심안(心眼)으로 볼 줄 알아야 할 것이며, 그러한 훈련을 끊임없이 정진할 것을 신도들에게 당부하며 한편의 연극같은 약사여래불점안식을 마쳤다.
선무일체(禪武一體)란 말이 있다.
중국 선종의 창시자이신 달마대사께서 참선 수행으로 인한 제자들의 건강쇠약을 무예를 통해 회복시키고 소림무술이라는 강호 최고의 무예를 탄생시켰다.
현대적 의미의 무예는 자기 방어와 건강, 더나아가 자기 완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있겠다. 불법(佛法)과 무예수련을 통해 자기완성이라는 깨달음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소심사의 세 분 스님들과 신도들을 보며 훗날 서광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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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십수년전 배우던 해동검도를 가르치는 한국인 사범이 이끄는 미국 도장이 있어서 한 번 다녀 왔습니다. 숫자를 한글로 세고, 검도 용어도 한글로 하고 인사는 고개를 숙이고... 우리 것이 이렇게 미국사람들 속에서 대접받는 것을 보기만 해도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이 사찰도 정말 대단하고, 한국 문화의 자부심이 느껴지네요.
한국분위기와는 다른지만~^^미국분스님이시지 낯선여보이지만 마음치유법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