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자주 소식을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쿠르드 지방정부에서 20억 달러에 달하는 건설사업을 한국 기업에 발주하기
로 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리고 자이툰 부대는 이를 파병의 결과인양 자랑스
럽게 홍보하고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한국 언론은 이를 분석이나 비판없이 그대
로 받아서 보도하고 있더군요. 기자가 상주하고 있지 않은 한국 언론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쿠르드 지방정부에는 이만한 공사를 발주할만한 돈이 없습니다. 그
리고 오랫동안 정치, 경제적으로 자치를 해온 쿠르드족에게 이라크 중앙정부가 지
원을 할리도 만무합니다.
쿠르드족이 이만한 돈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키르쿠크를 쿠르드 자치정부
로 편입시키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라크의 아랍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입니다. 미국은 키르쿠크가
아랍계의 영토가 되건 쿠르드족의 영토가 되건 어차피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기
때문에 쿠르드족을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미국의 굳건한 협력자인 쿠르드족에게
넘겨줄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이 경우 이라크 수니파와 시아파는 다시
하나로 뭉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피를 부르는 반미 항쟁과 내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터키와 이란이 이를 방관하지 않을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는 국지적인 국
제전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사안입니다.
즉 한국군은 대단히 위험한 수렁에 한발을 들이밀려고 하면서 이를 자랑스럽게 홍
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키르쿠크를 통하지 않는다면 쿠르드 지방정부가 이만한 돈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국입니다. 차관이나 지원의 형태로 한국 정부가 이 비용을 대야 할
것입니다.
즉 파견의 결과로 얻어냈다는 건설사업은 잘해봐야 속빈 강정이고, 잘못하면 깊이
를 알 수 없는 수렁이 될 것입니다.
불과 2~3억 달러의 예산으로 움직이는 한국군의 존재 때문에 지방 경제가 흥청거
리고 있는게 쿠르드 지역의 경제 수준입니다. 그 중 절반 이상은 한국인 사업가들
이 가져갑니다. 즉 한국군 예산의 절반 남짓만이 쿠르드 지역에 풀린다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이정도만 갖고도 한국군 철군 후 경기 침체를 걱정할 정도로 쿠르
드 지역의 경제는 소규모입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것이 자이툰 부대 관계자들 일 것입니다. 그
런데 이런 대규모의 공사 발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
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보다 이는 자이툰 부대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옳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국 기자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자이툰 부대의 발표에만 의존하는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며, 더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을 속이거나 우롱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나라 전체가 책임을 져야만 할 것입니다.
이란에서의 이라크 입국이 어렵게되어 국경이 열릴때까지 당분간 터키의 쿠르드
지역에 머물 생각입니다. 이곳 터키의 쿠르드족 상황이 생각보다도 훨씬 더 열악
합니다.
터키가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하면서부터 상황이 상당히 호전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 터키 쿠르드족의 중심지역인 디야르 바크르 시의 전체 인구의 20% 가량이 신분
증을 갖고있지 않다고 합니다. 즉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서 터키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선거 등에서 쿠르드족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터키 정부
가 의도적으로 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그들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의무교육 등의 혜택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의
가난은 대물림 될수밖에 없습니다. 여성들은 열 서너살이 되면 결혼을 합니다. 중
고등 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아이 엄마입니다. 반면 교육받은 쿠르드
족 사람들이나 대부분의 터키족 사람들은 20대 중반은 넘어서 결혼을 합니다. 어
린 나이에 결혼을 하니 자연 출산율이 높을수 밖에 없고, 이는 이들의 상황은 더
욱 악화시킵니다.
얼마전 지방선거에서 쿠르드족 지방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유럽 연합 가입을 위해
터키 정부가 쿠르드족 지방정부 구성을 허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터키 중앙정부
는 행정 체계를 이원화하여 쿠르드 지방정부에는 실질적인 권한을 넘겨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쿠르드 지방정부는 문화사업이나 교육사업만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지역 쿠르드 지방정부가 얼마전부터 의욕적으로 쿠르드 전통문화 축제를 진행하
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
여 한국과 일본의 관광객들을 이 지역으로 유치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쿠르드 지방
정부와 논의 하고 있는 중입니다.
문화축제는 3월 21일과 5월 24일 두차례 계획되어 있습니다. 3월 축제는 좀 더 전
통적인 성격이 강하고, 5월 축제는 현대적인 성격이 많이 가미되어 있는 축제입니
다.
터키을 여행할 계획이 있는 주위 분들이나, 인근 지역을 여행할 계획을 하고 있는
분들께 정보를 알려주시고 쿠르드 지역에도 방문할 것을 권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 혹은 여행을 계획하시는데 아직 행선지를 정하지 않으신 분들은 터키의 쿠르디
스탄을 방문하실 것을 적극 권유 드립니다.
이 지역의 문화유산은 사실 이스탄불 등 터키의 동부지역보다 훨씬 더 유서깊고,
아직도 그 문화재와 함께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지역을 여행하면서
받았던 감동을 여러분들도 똑같이 느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여행은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화를 위한
유용한 수단입니다.
물론 행락성 혹은 레저성 여행은 제외됩니다.
개인적으로도 조금씩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에 있을 때는 이라크 사람들과 똑같이 먹고 생활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마
음은 이라크에 있는데, 몸은 이라크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라크
에서 겪었던 일들이 자꾸 떠오릅니다.
그 중 대표적인게 고기를 먹을 때마다 떠오르는 죽은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고기
덩어리를 볼 때마다 거리에 흩어져 있던 죽은 사람들의 살점들이 떠오릅니다. 결
국 더이상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약 두달 남짓 된것 같습니다. 고기를 안먹으며 음식도 소식을 하게 됐습니다.
그 후 신체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상
당히 안정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이라크에 있을 때는 스트레스 때문에 피워대던 줄담배도 많이 줄었습니다. 아직도
습관적으로 피우고 있기는 하지만, 담배에 대한 욕구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음식값이 줄어서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이번에 한국을 떠날 때 봄이었는데, 벌써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한국군 철군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습니
다.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더 이렇게 외국을 떠돌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시간 나는대로 터키의 쿠르드족 소식과 그간 겪었던 이라크에서의 이야기들을 하
나씩 이메일을 통해서 풀어나가겠습니다.
다시 뵐때까지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터키의 쿠르디스탄에서 한상진 드림
Peace Education Center in Baghdad
Han, Sang Jin
e-mail: hansangj@hotmail.com
URL: ihamsa.net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행운의 주인공이 이번엔 나일꺼야, 진짜루... 인터넷 복권
http://www.msn.co.kr/money/interlotto/
이 메일은 함께가는사람들의 메일링 리스트에 의해 발송되는 메일입니다.
함께가는사람들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평화교육센터, 팔레스타인 평화팀,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전화 02-720-4277 전송: 02-730-4277 메일:seungeun5@hotmail.net
후원: 우리은행 513-155893-02-101 함께가는사람들(김영경)
하나은행 162-910063-32807 함께가는사람들(김영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