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교의 법신불과 원불교의 법신불은 어떻게 다른가?
윤덕균(광일)
[원불교신문=윤덕균] 원불교 ‘교단혁신담론회’ 단톡방이 있다. 200여 명의 교도들이 담론을 교환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자는 제안이 대부분이지만 교단을 위하는 혈심만은 대단하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한 교도가 제기한 신앙의 대상에 대한 질문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다. 이 교도는 ‘법신불 사은’에서 “법신불은 신앙의 대상이지만 사은은 아니다”는 주장을 한다. 100년이 지난 교단에서 신앙의 대상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것은 놀랍다. 더욱, 문제를 제기한 교도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200여 명의 재가출가 교도 중에서 질문한 교도를 설복할 설득 논리를 제시하지 못하고 몰아세우는 우를 범하고 있다.
신앙대상 공방의 요인을 분석하면 원불교와 불교의 교리를 오해한 데서 출발한다. 원불교는 초기 불법연구회로 출발한 관계로 교리에 불교적 잔재가 상존한다. “방안의 파리도 천리마의 꼬리에 붙으면 천리를 갈 수 있다”는 논리로 불교와의 연대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불교 잔재의 청산 없이는 원불교의 정체성의 혼란을 면키 어렵다.
원불교 3대가 끝나는 108년까지는 원불교의 정체성에 대한 자성반조가 필요하다. 이에 선결하여 지면을 통해서 불교와 원불교의 근원적 차이를 논하고자 한다.
불교의 법신불과 삼신불 체계
초기 불교에서 ‘부처’는 석가모니만을 지칭했다. 그러나 석가모니 부처가 입멸하자 세인들은 허무에 빠졌다. 보리수 밑에서 도를 깨닫고 부처가 된 석가모니는 일시적으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이 세상에 출현한 화신불에 불과하다. 영구불변의 구원실성의 부처님에 관한 탐구가 일어났다. 그러다가 부처님께서 마지막으로 설법하신 “법에 귀의하여 법의 등불을 밝히라(법귀의, 법등명)”의 ‘법’에 착안하여 영생불멸의 만지, 만능, 만덕을 갖춰 태초의 세상에서부터 존재해 왔을 보편적인 부처, 즉 법신불의 개념이 도출되었다. 법신불을 최초로 설파한 경전이 입멸 400여 년 만에 나타난 〈법화경〉이다. 불신을 법신(法身)·보신(報身)·화신(化身)으로 구분하는 삼신설이 제기되었다. 불교의 삼신불 사상의 원류는 인도의 삼신(브라만, 비쉬누, 쉬바)이다. 또한 기독교도 이와 유사한 삼위(성부, 성자, 성령)가 있다. 한국 사찰의 대부분은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하는 대웅전이다. 그러나 해인사와 같은 화엄종 사찰의 본전은 대적광전인데,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을 본존으로 하고 좌우 협시로 화신불인 석가모니불과 보신불인 노사나불을 모신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불을 포함한
제불제성만을 화신불로 여기는 반면,
원불교에서는 사은과 일체의 삼라만상을 화신불로 신앙한다.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다.
원불교의 삼신일체의 광의의 법신불
불교의 법신불은 법·보·화의 삼신을 구별하는 협의의 법신불이다. 그러나 원불교의 법신불은 일원상으로 삼신일체(三身一體)의 광의의 법신불이다. 삼신일체의 법신불 대신에 일원불(가칭)로 했다면 오해의 소지가 반감되었을 아쉬움은 있다. 삼신일체의 법신불(일원)을 근원체로 사은과 만유가 응화신불로 구현된다. 이는 〈대종경〉 교의품 9장에서 “일원상은 곧 청정법신불을 나타낸 바로서 천지·부모·동포가 다 법신불의 화신이요, 법률도 또한 법신불의 주신 바라”고 설명된다.
법신불은 일원상진리의 본체론적인 절대의 체성에 중점을 둔 근원을 의미하며, 사은은 그 일원상진리의 현상론적 파악인 묘유의 작용에 역점을 둔 구체상을 의미한다. 묘유의 작용을 구체화하면, 은혜의 존재양태에 따른 분류로서 천지은·부모은·동포은·법률은의 사은 상(相)이 있다. 또한 은혜의 성격에 따라 무한생성은성·대자비생육은성·상생상화성·공명정대성 등의 사은 성(性)이 있다.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사은상은 화신불, 사은성은 보신불의 의미를 갖는다. 이와 같이 원불교 신앙의 대상인 법신불 일원의 구체적 내용이 사은 그 자체다. 이처럼 법신불 일원과 사은은 그 내용면에서 일치하기 때문에, 법계에 진리불공을 올릴 때나 실지의 당처에 실지불공을 올릴 때나 모두 ‘법신불 사은’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편의상 구분하자면 법신불신앙은 우주만유의 본원인 일원상을 신앙하는 진리불공이고, 그 예가 백지혈인의 법인성사다.
삼신일체 일원상의 사은 전개와 삼라만상 전개.
반면 사은신앙은 삼신일체 법신불이 환경에 따라 화현한 결과로 나타 난 사은과 삼라만상의 응화신불 당처를 신앙하는 실지불공이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불을 포함한 제불제성만을 화신불로 여기는 반면, 원불교에서는 사은과 일체의 삼라만상을 화신불로 신앙한다.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다. 다만 정산종사(〈정산종사법어〉 제5 원리편)는 제불제성과 같이 깨친 화신불을 정화신불, 일체 중생과 같이 깨치지 못한 화신불을 편화신불로 구분한다. 법신불 일원의 무량 은혜덕상을 4가지 은혜만으로 대별한 실마리가 교법의 어느 곳에도 없다. 다만, 원불교가 유·불·선의 삼교를 융합하는 사상적 특징에서 도가의 천지, 유가의 부모, 불가의 동포, 그리고 법가의 법률을 통섭한 것으로 추측될 뿐이다.
여기서 원불교‘교단혁신담론회’ 단톡방에서 한 교도가 제기한 “사은은 신앙의 대상이 아니다”는 주장에 대한 답이 나온다. 사은이 화신불인데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면 불교에서 화신불인 석가모니불이 신앙대상이 아님을 주장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사은신앙이 실지신앙으로 미신에 빠질 위험성에 대한 답도 가능하다. 죄복의 이치를 모르고 믿으면 미신이고 알고 믿으면 신앙이다. 그래서 입시철만 되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팔공산 갓 바위가 미신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필자는 재직 중에 한국경영공학회 회장으로서 고객만족경영(CS)과 전사적설비관리(TPM) 운동을 전개하였다. CS경영에서 “고객은 부처님”이라는 캠페인과 “CS는 불공”운동을 전개하였다. 또한 TPM운동으로 “설비에게도 식(識)이 있다”, “설비의 인과보응” 캠페인을 전개했다. 우리 기업의 80∼90%가 이에 동참했다. 사은신앙은 미신이 아닌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캠페인으로 교법의 사회구현의 효율성을 입증하였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ㆍ중곡교당
[2022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