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권 - 11. 남악 유경선사의 覺地頌 1수
略明覺地名同異
각지의 이름이 같고 다름을 간단히 밝힌다
起復初終互換生 性海首建增名號
일어났다가 다시 처음으로 끝나면서 번갈아 생기는데
性海를 처음 건립하매 명호를 더하네
妙覺還依性覺明 體覺俱含於明妙 明覺妙覺並雙行
묘각은 또한 性覺의 밝음에 의거하여
체와 각이 모두 밝고 묘함을 머금으니
명각과 묘각이 나란히 쌍으로 행한다
妙覺覺妙元明體 全成無漏一眞精
明覺覺明明所了 或因了相失元明
묘함의 자각과 자각의 묘함이 원래 본체를 밝히는 것이고
전체적으로 무루를 이루니 하나의 참 정기이다.
밝음의 자각과 자각의 밝음도 요달한 바이나
혹은 요달한 모습으로 인해 원래의 밝음을 잃기도 한다
明妙二覺宗體覺 體覺性覺二同明
湛覺圓圓無增減 此中無佛與衆生
명각과 묘각은 체각을 조종으로 하는데
체각과 성각은 둘 다 똑같이 밝음이다
湛覺은 둥글어서 늘고 줆이 없으니
이 속에는 부처도 없고 중생도 없노라
不覺始終非了了 不聞迷悟豈惺惺
是稱心地如來藏 亦無覺照及無生
처음과 마지막을 깨닫지 못하면 요달해 마친 것이 아니고
미혹과 깨달음을 듣지 못하고야 어찌 또렷또렷하다 하랴
이것을 심지라거나 여래장이라 칭하는데
또한 깨달아 비춤도 없고 아울러 무생이다
非生非滅眞如海 湛然常住名無名
太虛未覺生霞點 豈聞微塵有漏聲
나지도 멸하지도 않는 진여의 바다가
담연히 항상 머무는 것을 이름하여 무명이라 한다네
허공은 노을의 티가 생기는 것을 깨닫지 못하거늘
어찌 미진에서 나는 유루의 소리를 들으랴
空漚匪離於覺誨 動寂元是一眞明
覺明體爾含靈焰 覺明逐焰致虧盈
허공도 거품도 깨달음의 바다를 여의지 않았으니
움직이고 고요함이 원래 하나의 참된 밝음이다
각명의 본체가 이러해서 신령한 불꽃을 머금었으나
각명은 불꽃을 쫓다가 이지러지기도 하고 차기도 한다
差之不返名無覺 會之復本始覺生 始覺虛空本自淸
어긋나서 돌아오지 못하면 이름하여 묵가이라 하고
회통해서 근본에 복귀하면 시각이 생긴다
本覺由因始覺生 正覺還依合覺明
由他二種成差互 遂令渾作賴耶名
본각의 말미암음은 시각으로 인해 생기고
정각도 되돌아 의거해서 각명에 합친다
그 두 가지를 말미암아 서로 차이를 이루는 것이니
마침내 혼연시켜서 아뢰야라 부른다
具含染淨雙岐路 覺明含處異途萌
모두가 더러움과 깨끗함의 쌍갈래 길을 갖추었는데
각명이 머금는 곳에서는 다른 길이 싹튼다
性起無生不動智 不離覺體本圓成
性起轉覺翻生所 遂令有漏墮迷盲
성품에서 무생의 不動智가 일어나
본각의 당체를 여의지 않아도 본래 원만히 이루고
성품에서 轉覺이 일어나면 뒤집혀 상대가 생겨서
드디어 유루로 하여금 미혹의 어둠에 빠져들게 한다
無明因愛相滋潤 名色根本漸次生
七識轉處蒙圓鏡 五六生時蔽覺明
무명은 애욕으로 인해 점점 불어나서
명색의 근본이 차츰 생기고
7식이 구르는 곳에 둥근 거울이 가려지고
5ㆍ6식이 생길 때 각명이 가려지고
觸受有取相依起 生老病死繼續行
業識茫茫沒苦海 徇流浩浩逐飄零
촉과 수와 유와 취는 서로 의지해서 일어나고
생ㆍ노ㆍ병ㆍ사는 잇달아 변해간다
업식이 끝이 없어 괴로움의 바다에 빠지고
그지없이 흐름을 따르다가 이리저리 나부낀다
大聖慈悲興救濟 一聲用處出三聲
智身由從法身起 行身還約智身生
대성께서 자비심을 일으켜 구제하니
한 음성을 쓰는 곳에 세 가지 음성이 나온다
지혜의 몸은 원래 법신으로부터 일어나고
다니는 몸은 또한 지혜의 몸에 의해 생긴다
智行二身融無二 還歸一體本來平
萬有齊含眞海印 一心普現總圓明
지혜의 몸과 다니는 몸이 원융해서 둘이 아니니
되돌아 하나의 본체로 돌아가 본래 평등하다
만유는 가지런히 참 해인을 머금었고
한마음은 두루 나타나서 총체적으로 원명하다
湛光焰焰何依止 空性蕩蕩無所停
處處示生無生相 處處示滅無滅形
맑은 광명이 활활 타오르니 어디에 의지하랴
허공의 성품은 탁 트여서 멈추는 바가 없다
곳곳에서 생을 보여도 무생의 모습이고
곳곳에서 멸도를 보이나 멸도하는 형상이 없다
珠鏡頓印無來往 浮雲聚散勿常程
出沒任眞同水月 應緣如響化群情
구슬과 거울에 단박에 印해서 가고 옴이 없고
뜬구름이 모였다 흩어짐은 항상한 것 아니다
떴다 잠겼다가 참에 맡긴 것이 물속의 달과 같으니
인연에 응함이 메아리 같아서 중생들을 교화한다
衆生性地元無染 只緣浮妄翳眞精
不了五陰如空聚 豈知四大若乾城
중생의 性地에는 원래 물들음 없으나
다만 들뜬 허망이 진정을 가린다네
5음이 허공의 모임이란 것을 요달하지 못하니
어찌 4대가 건달바의 성임을 알겠는가
我慢癡山高屹屹 無明欲海杳溟溟
每逐旃陀憍誑友 常隨猛獸作悲鳴
아만의 어리석은 산 드높이 솟았고
무명의 욕심 바다 끝없이 출렁인다
매양 전타라같이 교활한 벗을 따르다가
항상 사나운 짐승을 쫓아 슬픈 울음을 운다
自性轉識翻爲幻 自心幻境自心驚 了此幻性同陽焰
자성이 구르는 식이 뒤집혀 허깨비가 되니
자기 마음의 허깨비 경계에 자기 마음이 놀란다
이 허깨비의 성품이 아지랑이 같은 줄 요달하면
허공 꽃과 같은 식의 물결은 다시 원만해진다
空華識浪復圓成 太虛忽覺浮雲散
今古湛然常皎瑩 不得古今凡聖名
허공에서 뜬구름이 흩어짐을 홀연히 깨달으면
허공이 본래 스스로 청정한 줄 비로소 깨달으리
예나 이제나 담연해서 항상 환하니
고금이나 범성이라고 이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