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을 짓는 도를 말하다
출처: https://blog.naver.com/wun12342005/221291788932
보리는 종류가 많다.
보리 이삭이 두 줄로 되어 있는지 여섯 줄로 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두줄보리와 여섯줄 보리로 나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것은 대부분이 여섯줄보리다.
두줄보리는 맥주 원료로 쓰기 위해서 드물게 심는다.
찹쌀처럼 끈기가 많은 것을 찰보리라고 하고 찰기가 별로 없는 것을 메보리라고 한다.
요즘 쌀집이나 큰 매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이 찰보리다.
알맹이의 겉껍질이 잘 벗겨지는 것을 쌀보리라고 하고 잘 벗겨지지 않는 것을 겉보리라고 한다.
쌀보리는 껍질이 얇고 잘 벗겨지므로 도정(搗精)하기가 쉽고 겨가 적게 나오며
겉보리는 껍질이 두껍고 알맹이와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으므로 도정하기가 어렵고 겨가 많이 나온다.
쌀보리는 추위에 약하므로 남쪽지방에서만 심을 수 있고 겉보리는 추위에 강하므로 북부지방에도 심을 수 있다.
쌀보리는 대전 이남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며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다.
겉보리는 우리나라 어디서든지 재배할 수 있는데 만주나 티베트 같은 추운 지방에서 온 것이다.
쌀보리는 전분이 많으므로 밀(密)하고 겉보리는 전분이 적어서 허송(虛鬆)하다.
밀(密)하다는 말은 당분이나 기름기 같은 것으로 가득 차 있다는 뜻이고
허송하다는 말은 속이 꽉 차 있지 않고 비어 있다는 뜻이다.
밀(密)은 빽빽할 밀(密)이고 송(鬆)은 더벅머리 송(鬆) 또는 머리 헝클어질 송(鬆) 까치집 송(鬆)이다.
쌀보리는 밀하므로 겉보리보다 더 무겁고 겉보리는 허송하므로 더 가볍다.
쌀보리 1리터는 800그램이고 겉보리 1리터는 600그램밖에 안 된다.
메보리는 전분에 아밀로스가 25퍼센트이고 아밀로펙틴이 75퍼센트쯤 들어 있지만
찰보리는 모든 전분이 아밀로펙틴으로 구성되어 있다.
찰보리는 찹쌀과 같고 메보리는 멥쌀과 같다고 보면 된다.
요즘 쌀과 같이 섞어서 밥을 지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찰보리다.
메보리는 따로 한 번 삶아 두었다가 쌀과 섞어 밥을 지어야 한다.
쌀보리는 옛날부터 호남지방에서 많이 심었고 겉보리는 영남지방에 많이 심었다.
쌀보리는 전라남도에 제일 많이 심고 겉보리는 경상북도에 제일 많이 심는다.
쌀보리는 주로 봄에 심고 겉보리는 주로 가을에 심는다.
쌀보리는 겨울을 이겨내는 힘을 얻지 못했으므로 성질이 차고 겉보리는 추운 겨울을 이겨 낸 것이므로 성질이 따뜻하다.
옛사람들이 보리를 두고 성질이 차다고 한 것은 쌀보리한테는 맞는 말이지만 겉보리를 두고 한 말은 아니다.
겉보리는 성질이 아주 따뜻하다. 겉보리를 다른 말로 늘보리라고 한다.
도정을 한 쌀보리는 색깔이 쌀보다는 어둡지만 빛깔이 제법 하얗다.
흰 빛깔은 전분의 빛깔이다.
쌀보리에는 전분 곧 녹말이 많다.
그러나 겉보리는 도정을 한 것도 거무튀튀하고 누런 빛깔이 난다.
거무튀튀한 것은 미네랄의 빛깔이고 누른 빛깔은 섬유소의 빛깔이다.
겉보리는 쌀보리보다 미네랄과 섬유소가 더 많이 들어 있다.
쌀보리는 손으로 만져보면 부드러운 느낌이 들고 알맹이가 둥글고 매끈한 편이다.
알맹이가 그다지 단단하지 않으므로 압착기로 납작하게 눌러 압맥(壓麥)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알맹이가 무른 것은 칼슘이나 철분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적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겉보리는 알맹이가 가늘고 길쭉한 편이다.
알맹이가 아주 단단하여 압착기로 누르면 부서져 버리므로 압맥을 만들 수 없다.
알맹이가 아주 단단하여 돌멩이와 같다.
이빨로 깨트릴 수도 없고 손톱으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다.
겉보리가 딱딱한 것은 칼슘이나 철분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미네랄은 광물질 곧 돌멩이 성분이다.
겉보리에는 미네랄과 섬유소가 요철(凹凸) 형태로 매우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다.
쌀보리는 쌀과 섞어서 밥을 지어도 잘 퍼진다.
그러나 겉보리는 한 번 삶아서는 밥을 지을 수가 없다.
알맹이가 단단하고 치밀하여 속으로 물이 잘 스며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아침에 저녁에 먹을 것까지 같이 삶아서 널어 말려
광주리 같은 것에 넣어두고 먹을 만큼 덜어내어 쌀과 섞어 솥에 안쳐서 밥을 지었다.
쌀보리는 호화(糊化)가 잘 된다.
호(糊)는 풀 호(糊) 또는 끈끈할 호(糊)다.
물이 스며들어 풀처럼 끈끈하게 되는 것을 호화(糊化)라고 한다.
가장 호화가 잘 되는 것이 찹쌀이고 그 다음은 율무와 귀리다.
밀도 호화가 잘 된다.
호화가 잘 되는 것은 끈적끈적한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찰기가 많은 것이다.
찰기는 당분이 기름으로 변하기 전단계에 있는 물질이다.
찰기가 많은 것은 그만큼 당분이 더 많이 들어 있는 것이다.
쌀보다는 찹쌀이 당분이 거의 두 배나 더 많다.
겉보리는 찰기가 거의 없다.
이것은 당분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쌀보리로는 풀을 쑬 수 있지만 겉보리로는 풀을 쑬 수 없다.
호화(糊化)가 되지 않으므로 풀이 되지 않는다.
겉보리는 쌀과 함께 섞어 밥을 지으면 잘 퍼지지 않는다.
그래서 겉보리로 밥을 제대로 지으려면 다섯 시간에서 일곱 시간을 물에 담가 불려서
물이 알맹이 속으로 스며들게 한 다음 두세 번을 푹 삶아서 푹 퍼지게 해서 밥을 지어야 한다.
꽁보리밥은 겉보리로 지은 밥이다.
꽁보리밥을 깡보리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래 강보리밥이 깡보리밥이 되었고 깡보리밥이 꽁보리밥이 된 것이다.
강은 굳셀 강(强)이다.
겉보리가 거칠고 단단하므로 강한 보리로 지은 밥이라고 하여 강보리밥이 되었고 강보리밥의 센말이 깡보리밥이다.
늘보리로 지은 밥이 꽁보리밥이고 쌀보리로 지은 밥은 그냥 보리밥이다.
깔깔하고 퍽퍽하고 거친 깡보리밥을 푹 퍼져서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나게 짓는 것이 보리밥을 잘 짓는 기술이다.
겉보리는 한번 삶은 것으로 밥을 지으면 밥이 깔깔하고 퍽퍽해서 먹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한 번 삶은 것을 절구에 넣고 공이로 짓찧어서 쌀을 조금 섞어서 밥을 짓기도 했다.
이렇게 두 번 삶아서 밥을 짓는 것을 겉보리 곱삶이라고 한다.
그러나 겉보리는 딱딱하고 거칠어서 곱삶이를 해서 지은 밥을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겉보리를 곱삶아서 지은 보리밥은 쌀보리로 지은 보리밥보다 밥알이 세 배 이상 더 크다.
곱삶은 보리밥도 깔깔하여 잘 씹어 먹지 않으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는다.
겉보리로 부드럽고 윤기 있는 밥을 지으려면 한 번 삶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두 번이나 세 번 곱삶이를 해서 밥을 지어야 한다.
겨울에는 일곱 시간에서 아홉 시간 여름에는 네 시간에서 다섯 시간쯤 물에 담가 두었다가
솥이나 들통에 시루를 얹은 다음 삼베 보자기를 깔고 곱삶이를 한다.
한 시간쯤 푹 삶는 것이 좋다.
삶은 보리쌀을 대소쿠리 같은 곳에 널어 서너 시간 동안 말린다.
서너 시간 말린 보리쌀을 다시 꼭 같은 방법으로 두 번을 삶아서 말려야 한다.
보리를 삶은 물을 뿌려 주면서 말리면 더 좋다.
겉보리는 전분과 섬유소와 미네랄이 매우 강력하게 요철(凹凸) 모양으로 고리를 이루어 결합되어 있으므로
물이 잘 스며들지 않고 한 번 가열하여 삶아서는 고리가 풀리지 않는다.
세 번을 삶아야 요철 고리가 느슨하게 반쯤 풀린 것처럼 되는 것이다.
고리가 풀린 것을 먹어야 소화기관에서 몸속으로 제대로 흡수할 수 있다.
한 번 삶은 보리밥은 먹어봤자 헛것이다.
90퍼센트가 소화 흡수되지 않고 밖으로 나와 버리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가서 똥을 누면 보리 알맹이 형태 그대로 똥이 나온다.
한 번 삶은 보리밥을 먹기 때문에 방귀만 나오고 기운을 낼 수 없는 것이다.
세 번 곱삶은 보리밥은 쌀밥보다도 소화가 훨씬 잘 된다.
영양소의 요철 형태의 고리가 풀려서 몸속으로 흡수된 다음 근육이나 뼈 같은 조직으로 가서 다시 요철 형태로 결합한다.
보리쌀을 삶을 때 나오는 김에는 독이 있으므로 냄새를 맡으면 머리가 나빠진다.
그러므로 집안에 있는 문을 모두 열어놓고 삶아야 한다.
보리는 쌀보다 독이 더 많다.
쌀은 벌레가 잘 먹지만 보리는 벌레가 잘 생기지 않는다.
세 번을 삶아서 김을 빼는 것은 독을 완전히 없애기 위한 것이다.
삶은 보리쌀은 잘 상하므로 냉장고의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보리는 본디 추위를 좋아하는 곡식이므로 냉동실에 얼려 두어도 성질이 바뀌지 않는다.
세 번을 곱삶은 보리쌀을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막을 만큼씩 꺼내어 쌀을 20퍼센트에서 30퍼센트쯤 섞어 밥을 짓는다.
보리가 70퍼센트가 넘어야 보리밥이라고 할 수 있다.
쌀밥을 지을 때보다 물을 두 배쯤 많이 부어야 한다.
이렇게 지은 보리밥은 쌀밥보다 더 부드럽고 맛이 좋다.
전혀 깔깔하지 않고 잘 넘어간다.
꼭꼭 씹어 먹으면 구수한 맛이 난다.
이렇게 지은 보리밥에 한 번 입에 길들여지면 하얀 쌀밥이 징그러워서 먹지 못한다.
세 번 곱삶은 보리쌀로 보리죽도 쑤어서 먹고 숭늉도 만들며 보리누룽지도 만들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