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에 묻은 흙 그대로인 삽이 창고 한 켠에 걸려있다. 모습은 생생함을 유지하였으나 초라한 업적만 살아있는 기골 굳어버린 날에 세월이 얹혀 녹이 잔뜩 자리잡았다. 늙어서 굳어버린 나의 뼈마디와 너의 풍상은 일직선이다. 시간은 세월을 도파 시공을 꿰뚫고 다가왔지만 그저 지는 해 뜨는 해만 배웅한 일기. 삽은 어쩌다 한 번씩만 밭에 나갔을 뿐이다. 계절이 바뀌고 시절도 사라져 변덕스런 기온만 핥키고 지나간 자취 뻘건 녹은 이제 너를 보호하는 듯도 하지만 많지도 않았던 노동의 촌음들이 세월만 축낸 뻣뻣함을 또 비난한다 결국 우리들은 같은 족속이다. 없어서는 안되고 있어서도 별 볼 일 없는 창고 한 켠에 미용스레 자리잡은 삶 남은 끗발조차 가끔씩만 쓰일 뿐인 사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저 밥만 축낸. (2019. 7.1)
詩 Note : 2000년대 초반 영도 산만디 중턱에 이사를 가서 본격적으로 집필에 몰두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당시 시간 한 틈서리를 덜어 집 근처 국유지 30여평을 삽과 곡괭이로 개간을 하여 쓸만한 밭 한 뙤기를 만들었습니다. 삽은 그 작업으로 제법 날이 닳았습니다. 이후 삽은 밭농사의 주역이 되었고요. 한 20년간 이 국유지에서 생산된 채소들은 진실로 유익했습니다. 수고로웠던 삽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노후화되었습니다.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 원종은 이 삽을 장송(葬送)했습니다. 아파트 생활에 삽은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사하는 날 창고 벽에 걸린 삽을 보고 또 나를 돌아보고는 서로가 너무 닮은 모습에 좀 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세월을 축내었고 이몸은 밥을 축내었습니다.
첫댓글열심히 도의 길에 매진하시는 분들에게 격려성 글이라도 하나 남기고 싶어 무딘 붓끝을 움직였습니다. 지장님 명주님 그리고 항상 바쁘신 원무님 기체후일향만강하옵신지요? 계절이 벌써 5월입니다. 신록은 푸르름을 더해 가는데 촌로는 주름살만 늘었습니다. 무탈하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이몸은 무탈합니다. 여러분께서도 당연히 무탈하시리라 믿습니다. 시간이 나는 대로 교당에 일차 찾아뵙겠습니다. 당신네들은 꽃같고 구름같은 도반님네들입니다. 원종 합장.
첫댓글 열심히 도의 길에 매진하시는 분들에게 격려성 글이라도 하나 남기고 싶어 무딘 붓끝을 움직였습니다. 지장님 명주님 그리고 항상 바쁘신 원무님 기체후일향만강하옵신지요? 계절이 벌써 5월입니다. 신록은 푸르름을 더해 가는데 촌로는 주름살만 늘었습니다. 무탈하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이몸은 무탈합니다. 여러분께서도 당연히 무탈하시리라 믿습니다. 시간이 나는 대로 교당에 일차 찾아뵙겠습니다. 당신네들은 꽃같고 구름같은 도반님네들입니다. 원종 합장.
얼굴에 묻은 꽤죄죄한 때를 몰아내고 꽃같고 구름같기를...
제도 사업에 목메인 원무님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기다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