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이 창밖에 와 있다는 걸 느낀다.
지난여름이 그렇게 덥다는 느낌을 갖지 않고 넘겼기 때문인지 가을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
전에도 이야기 했던가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하늘은 슬프도록 높고푸른 계절이
오면 거기에 낙옆이라도 떨어질라 치면...나는 또 가을을 앓는다.
젊었을 때처럼 지독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길게 두줄로 뻗어있는 철로길은
산모퉁이를 돌아가며 하나로 합쳐지는 듯 했었지요
내 곁에는 단발머리에
하이얀 브라우스
그리고
코스모스 처럼 가는 허리에
연분홍색 스커트를 입은 소녀..
그녀를 스쳐오는 소슬바람과 함께
아침이슬을 머금은 듯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며 이야기 할 때면
나는 그만 숨이 막혀
먼 산을 그리고 슬프도록 파아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아야 했었지요.
그로부터 수 십년 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있었는데도
이렇게 코스모스를 마주하면
사무치게 그리워 지는 그 시절..“
내가 가입한 한 카페에 어느 회원이 코스모스 사진을 올렸길래
내가 달아 준 댓글이다.
네 느낌은 어때?
과거 푸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은 안들어?
안 들어도 든다고 해 주라 ^*^
좀 부끄러운 말이지만 빈센트 반 고흐 의 “영혼의 편지”는 네 편지에서
처음 알았어.
먼말인가 부랴부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아~~~ 참 나는 정말 무식하구나 하고 느꼈지.
그에 대한 수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는데....어~휴~
내일이라도 책을 구해서 읽어봐야 겠구나 생각하고 있다.
음악은 동우회도 있고 또 평소 관심도 있어서 이것 저것 어깨넘어로
들여다 보곤 했지만
미술은 조각이 되었든 회화가 되었든 구경만 하고 끝냈는데...
이토록 인간의 고뇌가 담긴 편지가 있다니...
미술 뿐이 아니고 소위 예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는 그 무엇이
되었든 엄청난 산고를 거쳐서 탄생되니까....
불행한 것은 대부분의 예술작품이 그 작가의 생을 마감한 후에야
빛을 본다는 사실이지.
정작 본인은 지독한 가난 속에서 오로지 예술혼만을 불태우며 살았는데..
때 이른 추석이 지났고
이제 하늘은 더 높아가고 창밖 낙옆지는 소리에 잠 못이루는
많은 밤들을 어찌 보낼고....
.
너도 생각나지.
수철이랑 너랑 또 누구더라
우리 그렇게 수침교에서 도마동 쪽으로 길게 난 철길을 따라 마냥 걸었던...
또 선화동인가 삼성동인가 열두공굴 이라고 했던가
밑으로 갑천 물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아주 긴 철길 위를 가슴조리며
걸었지.
너하고 수철이는 별로 겁을 먹지 않고 우리 앞장을 서서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준상이랑 수철이 그 자식들 그렇게 빨리 가지 않았으면
이 가을 한번쯤 모두 함께 가 봄직도 하련만.....
옛날 생각하며 이 글을 쓰다보니 밤이 깊었네.
나이 먹으면 초저녁 잠이 많다는데 난 항상 밤 12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드니 이것도 병인 듯 싶다.
그래도 나는 모두가 잠든 고요한 이 밤이 좋다.
누구 말대로 “별이 빛나는 밤에”...
아들녀석이 즈 애비가 음악을 좋아하는 줄 알고 꽤 비싼 헤드폰을
사 주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음질이 아주 뛰어나서 컴에 연결하든
MP3에 연결하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이렇게 너에게 편지라도 쓸라 치면 나는 50년 전 고교시절로 가 있으니
잠은 천리만리로 달아나고...
오늘은 가볍게 Cliff Richard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어야 할 가보다
먼저 “When the girl in your arms"부터.......^*^
잘자라
이밤 나는 먼 옛날 우리들 푸른시절로 가련다.
샬 롬
.................................................................................
(내가 보낸 편지에 바로 답장이 왔네요)
멜을 읽으니 뭉개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추억들이라니....
당장 달려가고 픈 충동에 멜을 쓰고 싶더라고.
어제 열두공굴 천변에 지나는데 키작은 코스모스들이 옹기종기 모여
푸르른 하늘아래서 눈부시게 터트리는 꽃망울들
아마 가을이 뚝뚝 떨어지기전에 한껏 뽐낼 자태에 가슴 쓸어내릴 사연들이 가득하겠지.
하여 그 길을 지날때 마다 거기에 네가 서성일듯.
그 코스모스의 뭐가 그토록 우리의 푸른날들을 잡아 끌었을까
여전히 구차한 옛 모습인 그 곳 곁에 얼마전에 멋드러진 다리가 걸터 앉았고.
그러니 그 철길을 걸어 볼 수 없는 그냥 저기가 그곳?
어디 철길 뿐이겠니 하여
추억은 추억속에서 더 아련하고 맛깔스럽고 그립고......
그러고 보니 네 기억력은 수준급이네.
글쎄 나름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었던것 같아 마음이 놓이기도 하지만
말대로 수철이랑 준상이랑 같이 할 수 없음이 마음 한켠의 섭섭함이라니.
막걸리로 회포를 풀순 없어도 이곳 저곳 흔적조차 사라진 곳들을 누빌순 있었을까?
대전을 거의 떠난 적이 없는 나도 그 변화속에서
옛것을 찾아 보기란 쉽지 않거든.
대전, 중앙, 시공관등 모든 극장들도 사라졌고
자연조차도 아니 칠십여년 여정속에 그래도 제일 많이 자리한 여고시절의 교정조차
내가 앉을 자리가 없을만큼...
그리고 그 시절 우리집의 흔적도 수철네집도 등등 모두 마음 구석 한자리를 차지할 뿐이지.
고흐 덕분에 내가 좀 유식한 척?
고흐 그림중 별이 '빛나는 밤에' 를 좋아하거든
그시대의 인상파화가들의 화풍에 한땐 마음을 빼앗긴적도 있고
그림도 음악도 깊이 있게 알진 못하고 그냥 보고 들을 수 있으면 그로 행복해 하나
지금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흐르는데 애잔한 선률로 그그 옛날엔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지.
한 땐 굴곡진 삶들로 음악을 들은 짬도 없었는데 일을 놓은지도 15년
켜켜 모아 놓았던 LP 판들도 없애고
CD로 Tape으로 귀를 달래다 요즘엔 음악방송으로 친구한다네.
흘러간 팝송도 정말 좋아하는데 간단하게 듣는 도구도 없고
제목도 부르는 이도 모두 잊었지만 어쩌다 들으면 그 역시 추억으로 끌려가고.
아마도 그 때가 우리네 인생살이 중 황금시절이 아니였을까
이 가을엔 연분홍 치마 잎은 코스모스을 닮은 빛 바랜 소녀와
어느 해 보다도 가슴을 따뜻하게 추억속으로 긴 여행을 하시기를.
잠시나마 다 쏟아 낼 수 없는 긴 추억속으로의 여행에 초대해주어
나 또한 따뜻한 가을
그리고 눈 부시게 파란 하늘 속으로 속으로
푸프른 시절의 날개를 달고 날아 볼까 싶어.
가끔은 잠을 잃어 수면제를 먹기도 하지만
음악방송을 벗삼아 책을 읽기도 하고 오늘은 네게 멜을 쓰니
그리 긴 밤도 아닐듯 하다.
별이 사라진 밤 하늘이 야속은 하지만
고흐의 그림으로 별밤을 보내니 상상하시기를.
샬롬.
첫댓글 멋지다. 10대 때의 추억을 같이 되집어 볼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부럽고 또 가끔씩 그 시절을 되새기며 메일을 나눌 수 있으니 감정이 촉촉해 질 수 있겠다. 부러워 성재!!1
그래도 자네가 내게 알려주었기 때문에 이런 기분도 느낄 수 있으니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덕분에 이런 낭만도 가질 수 있으니까 말야.
사업 더욱 번창하기를.....
those were the days.......비틀스 노래가 생각 나는군......
나이 먹으니 추억만 먹고 살게 되네그려...
http://durl.me/6m5hr9
PLAY
http://durl.me/vqq9k
PLAY
그 시절 그 노래...제목도.....내용도....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