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적 예술인 음악을 기록하는데 있어 현재는 과학의 발달로 음악자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녹음하여 기록할 수 있지만 과거 그렇지 않았던 경우에는 종이에 음악을 적어 기록하였던 기보방법에 일방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음악을 기보함에 있어서 음악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속성을 종합하고 총체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기보방법이 해당 음악을 가장 가깝게 기록할 수 있는 이유로 선택되어 통용되어 왔다.
음악의 기본적인 속성, 즉 음악의 구성요소는 일반적으로 음의 높낮이, 음의 길이, 음의 세기, 음의 빛깔 네 가지로 구분한다. 이러한 음악의 구성요소를 총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기보 방법의 문제이자 주된 목적이다. 또한 이 중 부차적인 요소를 따지자면 음의 세기와 음의 빛깔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선율(음악)을 이루는 주요 구성요소가 음의 높이와 음의 길이이기 때문이다. 음의 빛깔과 음의 세기는 선율의 장식적, 변화적 요인에 관한 것이라 볼 수 있고 선율의 가장 중요한 골격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음의 높낮이와 음의 길이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간보의 창안은 대단히 획기적인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조선 세종(1418-1450) 때 창안된 정간보는 현재까지 알려진 기보방법 중 동양 최고(最古)의 유량악보이다. 유량악보는 음의 길이를 기록할 수 있는 악보를 말한다.
음악의 주요 구성요소인 음의 길이를 적을 수 없었던 창안 이전까지의 기보방법을 고려할 때 정간보의 창안은 음악을 기록하는데 있어 절대적 요소인 음의 길이를 기록할 수 있다는 방법을 제시하였던 것 하나로도 상당히 주목을 받을 만한 일이었다.
세종대왕이 정간보를 창안한 것은 훈민정음을 창제(1443-1446)한 직후인 1447년 무렵으로 알려졌다. 정간보를 창안한 이유는 우리 음악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었다. 세종대왕 이전부터 중국에서 전래된 아악을 기록하는 악보가 있었으나, 아악은 음의 길이가 같기 때문에 음 높이만 기록할 수 있을 뿐이었고, 향악은 음의 길이가 서로 달라 아악의 악보만으로 향악을 기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종대왕이 우리말을 기록하기 위하여 훈민정음을 만들었듯이, 우리 음악을 기록하기 위하여 정간보를 만든 것이다. 정간보는 작게는 향악을 사랑하는 정신에서 만들어 진 것이지만, 우리 선조들이 이와 같이 과학적이고 우수한 악보를 만들어 냈다는 점은 세계에 널리 자랑할 만한 일이다.
정간보를 짧은 기간에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훈민정음의 창제에서 얻은 여러 가지 이론적 지식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간보는 한행(行-한 줄)을 32정간으로 긋고 한 정간(칸) 속에 12율명을 적는 방법으로 기보하는 것이다. 정간보의 구성은 훈민정음의 글자 조합 원리와 같다. 즉 3정간 · 2정간 · 3정간이 모여 8정간을 이루고, 각각은 하늘 · 땅 · 사람[천지인(天地人)]을 상징한다. 8정간은 4개가 모여 32정간을 이루게 되는데, 각각의 8정간은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을 상징한다.
처음에는 세로쓰기를 하였으나, 현재는 세로쓰기와 가로쓰기를 모두 사용한다.
정간보의 변화과정
세종 때 창안된 1행 32정간의 정간보는 세조에 의해 16정간 1행으로 고쳐졌고, 16정간은 다시 3·2·3·3·2·3, 즉 6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졌는데 이를 육대강(六大綱)이라 한다. <세조실록>악보의 6대강 16정간 기보형태는 조선후기(19세기 말)의 악보인 <속악원보>까지 지속적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대악후보>와 <속악원보>에 수록된 일부 악곡에서는 ‘4·2·4·4·2·4, 20정간 6대강의 기보형태가 보이나 이는 해당 악곡의 현재의 음악적 내용을 고려하여 볼 때 정간과 대강의 쓰임이 세밀하게 연구되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대강의 쓰임은 악보의 빠르기 선율의 복잡함 등과 연관된다고 볼 수 있다.
정간의 쓰임과 더불어 대강의 구분과 사용은 악보에 따라서는 중요한 시가(時價)의 기준이 되고 있는데 시가의 기준이외에 음악의 시작을 몇 번째 대강에서 시작하는 가에 따라 음악의 속도를 달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양금신보>에는 정간은 없고 대강의 간격차를 다르게 하여 3·2·3·3·2·3의 구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 형태, 즉 정간의 세부적 표기 없이 대강만을 이용하여 악곡을 기보한 형태는 <양금신보>외에 <증보고금보>와 <한금신보>의 일부 악곡에서도 나타난다.
첫댓글 누나 정간보 잘 부탁해요 오오 정간보 쵸쵸쵸 기대기대기대 ㅍㅎㅎㅎ
가곡보에 보면 대개 1각이 16정간으로 이루어진 까닭이 천지인의 원리를 담고 있는거로군요... 하~아 이런 심오한 뜻이... 포로롱님 덕분에 하나 배웠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