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최용현(수필가)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2005년)’은 제3차 십자군 원정 직전에 있었던 이슬람 살라딘의 예루살렘 침공 전후의 상황을 시대적 배경으로, 대장장이였던 발리안이 예루살렘을 지키는 과정을 그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서사 액션 전쟁영화이다.
1억 3,0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입하여 전 세계에서 2억 1,16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소액 흑자를 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물적 고증에는 충실했으나, 역사적 서사와 사실관계 고증에는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총관객 148만 명을 조금 넘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기획한 이 영화의 분량은 3시간이 넘는 200분이었다. 서사 구조가 나뉘어져 있고, 서곡과 중간 휴식 시간도 있었다. 그런데, 영화의 1/4에 해당하는 50분 분량이 잘려 나간 극장판은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한 장면들이 빠져있어서 개봉 당시 혹평을 받았다. 이후 DVD, 블루레이 등을 통해서 감독판이 공개되자, 이번엔 호평 일색이었다.
이 영화는 11세기 말부터 시작된 유럽 기독교 국가들과 중동 이슬람교 국가들이 예루살렘의 지배권을 놓고 벌인 십자군 전쟁을 다루고 있다. 예루살렘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의 성지이고, 이스라엘이 그곳을 차지하고 있어서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중동의 화약고이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이란과 전쟁을 하고 있다.
1184년 프랑스. 대장장이 발리안(올랜도 블룸 扮)의 아내가 사산(死産)하고 자살한다.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한 무리의 십자군이 마을에 당도하자, 발리안은 기사들 말의 편자를 손봐주게 된다. 그런데 그 무리 안에 이벨린의 영주이며 십자군 기사인 발리안의 아버지 고드프리(리암 니슨 扮)가 있었다. 그는 발리안에게 함께 예루살렘으로 가자고 한다.
그날 밤 발리안의 아내를 묻어준 사제가 찾아오는데, 아내에게 걸어준 십자가를 목에 걸고 있었다. 사제는 발리안의 아내가 자살했기 때문에 율법대로 목을 자르고 묻었다고 항변하는데, 분노한 발리안은 그를 찔러 죽이고 화덕에 넣어 버린다.
발리안은 말을 타고 고드프리를 찾아간다. 발리안에게서 전사의 자질을 꿰뚫어 본 고드프리는 그에게 군사전략과 검술 등을 가르친다. 고드프리는 살인자 발리안을 잡으러 온 사제들 군사와 전투를 벌이다가 화살에 맞는다. 고드프리는 발리안을 정식기사로 서임(敍任)하고 이벨린의 영주 자리를 물려 준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국왕 볼드윈 4세에게 충성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발리앙은 타고 가던 배가 풍랑에 뒤집히면서 홀로 해안에 도착하지만, 말을 얻어 타고 예루살렘에 당도한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수하들을 만나 볼드윈 4세를 알현하고, 영지인 이벨린에 가 있던 중 찾아온 왕의 여동생인 공주 시빌라(에바 그린 扮)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성당기사단의 수장 가이와 정략 결혼하였다.
가이와 레이날드가 이끄는 성당기사단이 무슬림 상단을 공격하자, 무슬림 요오드 왕국의 살라딘(가산 마수드 扮)이 대군을 이끌고 응전(應戰)한다. 볼드윈 4세도 군대를 이끌고 나서는데, 발리안은 살라딘의 기병대를 공격하다가 잡혀서 포로가 된다. 레이날드를 처벌하는 조건으로 볼드윈 4세와 살라딘이 휴전한다. 발리안은 돌아오고 레이날드는 감옥에 갇힌다.
무슬림과 공존해 온 볼드윈 4세가 숨을 거두자 시빌라는 남편 가이에게 왕위를 넘겨준다. 왕이 된 가이는 레이날드를 시켜 살라딘의 누이를 살해하여 무슬림과 전쟁을 일으킨다. 가이는 성당기사단을 이끌고 살라딘의 군대를 공격하지만 패배하여 포로가 된다. 살라딘은 레이날드의 목을 베어 누이의 복수를 한다.
살라딘의 대군이 여세를 몰아 예루살렘으로 진격한다. 발리안은 남은 소수의 병력으로 성을 지키지만, 수세에 몰려 한쪽 성벽이 무너지는 위기에 처한다. 발리안의 뛰어난 수성(守城) 능력과 애민 정신을 높이 산 살라딘이 회담을 요청하자, 발리안이 이에 응한다. 살라딘은 예루살렘의 기독교도들이 안전하게 해안가로 피신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데, 결국 예루살렘은 살라딘의 수중에 떨어진다.
발리안은 해안가 길목에서 다시 대장장이가 되어 시빌라와 함께 살아가는데, 새로운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오는 것을 본다. 이런 끝 자막이 나오면서 영화가 끝난다.
“사자왕 리처드는 성지에서 십자군 원정을 3년간 하였다. 예루살렘을 수복하려는 그의 시도는 살라딘과 어색한 휴전으로 끝나고 만다. 그로부터 천년이 지난 지금도 예루살렘의 평화는 숙제로 남아있다.”
‘킹덤 오브 헤븐’ 영화 제작 당시,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인해 이슬람 세계의 반서방, 반기독교 성향은 극에 달해있었다. 만약 이 영화가 대놓고 십자군을 옹호했더라면 아마 큰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뚜렷한 주제 의식과 거대한 스케일은 돋보이지만, 흐지부지한 결말은 실망스럽다. 이미 결과가 나와 있는 사극의 한계지만….
이 영화에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나타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항상 가면을 착용하는 나병 환자 보두앵 4세이다. 그가 죽은 후, 여동생 시빌라가 가면을 벗기는데, 코는 다 떨어져 나갔고, 입술은 절반 이상이 문드러져 이빨이 드러나 있었다. 또 한 사람은 시리아의 배우 가산 마수드가 연기한 무슬림의 살라딘이다. 그의 카리스마가 화면을 압도하는데, 뉴욕 타임스는 그의 연기를 ‘소름이 돋을 정도’라며 극찬했다.
마지막에 전투가 끝나고 두 영웅이 마주쳤을 때, 이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대화가 나온다. 발리안이 ‘예루살렘은 얼마만 한 가치가 있습니까?’ 하고 묻자, 살라딘이 이렇게 답한다.
‘아무것도 아니지. 전부이기도 하고(Nothing…, Everything).’
첫댓글 이영화가 십자군 배경이였군요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