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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풍악꾼 열 여섯 자매
황약사는 독수리한테 채인 채로 태호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굽어보니 새파란 호수는 점점 시야에서 멀어져 가고 그 대신 논밭이 펼쳐진 전야가 나타나고 이어서 가옥들이 즐비한 마을과 시가지들이 펼쳐지더니 나중에는 청첩으로 이어진 산들이 보였다.
황약사는 속으로 조바심이 났다.
'재수가 없으려니 별일을 다 당하는구나. 이 놈의 새새끼는 도대체 언제쯤이나 나를 땅바닥에 내려놓을 작정이지? 한 방 올려붙일 수도 없고, 이 황약사 꼴이 말이 아니구나.'
아형을 떠올려 보니 더욱 불안했다. 지금 그가 독수리한테 끌려 다니게 된 것도 순전히 아형 때문이다. 당당한 무학의 대가인 황약사가 날짐승한테 수모를 당한 것을 알게 된다면 무림의 사람들이 얼마나 비웃겠는가.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독수리의 두 발을 아래쪽으로 잡아당겼다. 그 서슬에 독수리는 위쪽으로 힘껏 날개를 퍼득였다. 이렇게 황약사와 독수리는 하늘에서 승강이를 했다. 독수리가 황약사를 움켜 잡은 채 위쪽으로 솟구치면 황약사는 반대로 독수리를 아래로 잡아 당기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독수리는 힘이 부치는지 황약사를 떨쳐 내려 했다. 황약사는 더욱 세게 독
수리의 두 발목을 거머쥐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더욱 힘껏 아래로 잡아당겼다. 독수리는 그 힘을 당하지 못해 아래로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지면으로부터 대여섯 길밖에 안 되는 지점까지 내려오자 황약사는 잽싸게 두 발목을 거머쥐었던 한쪽 손을 풀면서 주먹으로 한 대 갈겼다. 독수리는 더욱 낮게 떨어져 내렸다. 이때다 싶은 황약사는 한 손마저 풀면서 땅에 뛰어내렸다.
독수리는 몸체를 기우뚱거렸다. 몸뚱이에서는 깃털이 가득 날렸다. 독수리는 비명을 지르면서 맞은편에 있는 가파른 비탈에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황약사는 드디어 땅바닥에 내려섰다.
'여긴 어디쯤일까…….'
그는 주변의 낯선 풍경들을 둘러보았다. 지금 이곳이 태호와 얼마나 떨어져 있든지 간에 그는 어떻게든 태호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지금 자기가 어느 고장에 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허기와 갈증이 몹시 느껴졌다. 어디든 가서 목부터 축여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나는 듯이 걸어 인근 주막을 찾아 나섰다.
어느새 그는 길 옆의 자그마한 주막에 이르렀다. 주막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은 그는 주막 주인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큰길 옆에 있는 주막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주막에는 손님이 그닥 많지 않았다. 서넛밖에 안 되는 손님들이 한 상에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이면서 농삿일에 대해 한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황약사는 주막의 주인을 불러 술 한 단지와 간단한 안주를 청한 뒤 무심히 길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이때였다. 큰길에서 먼지를 뽀얗게 일으키면서 마차 행렬이 달려왔다. 모두 여섯 대였는데 마차가 무척 화려할 뿐만 아니라 말들도 하나같이 훌륭했고 마부들도 보아하니 모두 능숙한 고참들임이 분명했다. 마차는 방을 소리를 찰랑찰랑 울리면서 주막 앞에 와서 멈췄다.
"얘들아, 모두 내려서 요기나 좀 하고 가자꾸나."
마차 안에서 은방울을 굴리는 듯한 여인의 고운 음성이 들려 왔다.
이윽고 말소리가 도란도란 들려 오더니 미모의 아가씨들이 마차에서 죽 내리기 시작했다. 아가씨들은 모두 열 여섯이었는데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흰 치마와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그녀들은 긴 치맛자락을 가볍게 끌면서 주막으로 들어섰다. 주막에 앉아 있던 사내들은 모두 흘끔거리면서 아가씨들을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아가씨들은 몸매나 키는 서로 달랐지만 누구 하나 나무랄 데 없
는 미인들이었다.
그녀들은 저마다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있었다. 황약사는 대뜸 그것이 연주할 때 쓰는 악기임을 알아보았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주단으로 겹겹이 싸여 있었는데 아주 귀히 여기는 물건들임이 분명했다. 아가씨들은 악기를 조심스레 다루어 각자의 옆에 놓고는 주인이 음식을 주문하러 오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주막의 주인도 천하에 보기 드문 미인들이 자그마치 열 여섯이나 들어와 앉자 대뜸 기분이 좋아져서 얼른 아가씨들이 앉아 있는 탁자로 다가서며 물었다.
"아가씨들은 무얼 드시렵니까?"
주막 안의 여러 사내들은 음식을 들 생각도 않고 이 아가씨들한테만 눈길을 모았다. 아가씨들의 아리따운 자태와 얌전한 거동에 모두들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열 여섯 아가씨들 중 제일 나이가 어려 보이는 아가씨가 입을 열었다.
"저희들은 바로 길을 떠나야 하니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걸로 가져다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주인이 상냥하게 대답했다.
"예, 예,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들은 술은 드시지 않겠는지요?"
그러자 중간에 앉은 한 아가씨가 그 앳되게 생긴 아가씨를 향해 말했다.
"희아야, 난 술 한잔하고 싶은데? 도련님께서도 여기 계시다면 굳이 반대하진 않으실 거야."
이 아가씨가 이렇게 제 주장을 펴지 못하고 간청하는 것으로 보아 앳되게 생긴 아가씨가 모든 것을 주관하고 있는 성싶었다.
희아라고 불린 아가씨는 어림도 없다는 듯 쌀쌀하게 대답했다.
"만일 도련님께서 여기 계시다면야 설사 곤죽이 되도록 취해도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요. 하지만 도련님께서 여기 안 계시니 아무래도 모든 것을 내가 주관해야 돼요. 오늘은 절대 술을 못 마시는 줄로만 아세요!"
"알았사옵니다. 어르신의 말씀을 따르겠사옵니다."
술을 마시겠다던 아가씨가 농담조로 깍듯이 말하자 아가씨들은 모두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황약사는 희아라는 아가씨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이는 제일 어려 보였으나 열 여섯 아가씨들 가운데 가장 의젓해 보이는 것이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았다.
음식이 날라져 오자 아가씨들은 조용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릇들을 깔끔하게 비워 낸 아가씨들은 은전을 탁자 위에 올려 놓고는 처음처럼 줄을 지어 주막 문으로 향했다.
"잠깐만!"
희아가 갑자기 소리쳤다. 아가씨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돌아보자 희아는 가볍게 걸음을 옮겨 황약사에게로 다가갔다. 그녀가 곱게 인사를 했다.
"소녀가 잘못 보지 않았다면 공자님께서는 저희들과 구면인 것 같은데요? 태호 호심장에서 얼핏 만나 뵌 것 같은데, 아닌가요?"
희아의 말을 듣고 보니 여러 아가씨들도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녀들은 모두 치음 밑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풍악단이었던 것이다.
그녀들은 자기들이 황약사를 처음 보았을 때와는 달리 적삼이 너덜거리고 양 어깨는 온통 핏자국으로 얼룩져 초라하기 짝이 없는 황약사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희아는 본디 눈치가 빠르고 민활했다. 그녀는 의자를 끌어당겨 황약사 가까이에 다가앉으면서 마치 황약사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이기라도 한 듯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공자님께선 이 평강부에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황약사가 말없이 입을 꾹 다물고 앉아 있자 희아는 생글생글 웃으며 황약사의 어색해 하는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희아의 등뒤에서는 몇몇 아가씨들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나지막한 소리로 킬킬거렸다. 희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물었다.
"도련님은 함자가 어떻게 되시나요? 그리고 고향은 어디시구요?"
황약사는 여전히 거들떠보지도 않고 딴청을 부렸다.
희아는 그만 약이 올랐다. 그녀는 갑자기 얼굴빛이 달라지더니 별안간 환약사의 유돌대혈(乳突大穴)을 찌르려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쳤다. 황약사는 잽싸게 술잔을 들어 남은 술을 입 안에 털어 넣고는 어느결에 그 빈 술잔으로 희아의 손가락을 막았다. 희아는 너무 아파서 눈물을 찔끔 쏟으면서 얼른 손을 빼내 감추었다.
"천첩은 뜻이 있사오나 도련님께서는 무전하오니 일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군요."
그녀는 황약사를 쏘아보며 한마디 던지고는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다른 아가씨들도 악기를 들고 희아를 따라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이윽고 말들이 울부짖고 마차바퀴들이 구르는 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주막 안은 이내 조용해졌다.
황약사도 곧 술잔을 놓고 주막에서 나왔다.
황약사는 어디로 갈지 몰라 여유 있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멀리 수림이 보였다. 그는 갑자기 식곤증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걸음을 재촉했다.
'제기랄, 그 놈의 독수리와 승강이질을 하다가 맥이 다 빠졌어. 저 수림 속에 들어가 잠이나 늘어지게 잤으면 제일 좋을 것 같구나.'
황약사는 졸음을 쫓으며 가까스로 수림에 닿았다. 수림 속에서 그는 적당한 나무 한 그루를 골랐다. 그는 몸을 솟구쳐 나무 위에 올라가 나뭇가지 위에 눕기가 무섭게 당장 곯아떨어졌다.
얼마나 잤을까. 황약사는 잠결에 들려 오는 악기 소리에 눈을 떴다. 가만 귀를 기울이니 누군가 손가락으로 거문고줄을 튕기면서 악기를 조절하는 소리였다.
이윽고 웬 여인의 음성이 들려 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천경개 속에서 백주에 낮잠이라니 아깝다는 생각 안 드세요?"
황약사는 얼른 몸을 일으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뜻밖에도 그가 누워 있는 나무 아래에 열 여섯 명의 아가씨들이 죽 앉아 있었는데 조금 아까 주막에서 만났던 그 아가씨들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주단으로 감싼 물건 하나씩을 품에 안고 있었는데 희아만이 거문고를 땅바닥에 놓고 둥기당둥기당 뜯으면서 음을 맞추고 있었다.
이윽고 다른 아가씨들도 전부 자기 악기들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쟁, 피리, 북, 목탁 같은 것들로 그리 대단한 것들은 아니었다. 치음의 배에서 다루던 편종(編鐘)이나 공후(壟漢) 같은 큰 종류의 악기들 대신 대나무로 만든 대관(大管)이나 죽생(竹笙)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황약사는 그녀들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한결같이 얼굴이 예쁘고 여리게들 생겼군. 한데 손에 악기만 잡으면 숙연해지고 자태도 대단히 점잖고 우아해지는 게 암만 봐도 신기해.'
이때 희아의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먼저 〈해하풍(垓下風)〉이라는 가락을 연주해 올리겠사오니 도련님께서 소녀들이 연주하는 것을 잘 들어주십시오."
황약사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아악을 들으면서 잘 수야 없지."
황약사는 갑자기 숙연해지면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는 천지만물의 가장 귀한 소리인 아악을 잘 알고 있는 터였다.
"아가씨가 나를 위해 연주한다니 고마운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겠소."
이어 황약사는 몸을 일으키더니 나무 기둥을 타고 천천히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무 꼭대기에 올라선 그는 사방에 읍을 하면서 중얼거렸다.
"아가씨의 마음의 가락을 이 황약사가 알아들을 수 있기만을 바라옵니다."
아가씨들은 모두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앉았다. 그녀들은 저마다 정신을 가다듬어 손들을 악기에'가져다대곤 긴장된 마음으로 희아의 영만 조용히 기다렸다. 희아가 별안간 거문고 줄을 세 번 잡아 뜯자 모든 악기들이 일제히 가락을 잡기 시작했다. 여러 악기들의 소리는 합세하여 마치 큰 강물이 흐르는 듯 비장한 가락을 이루었다. 〈해하풍〉의 비장한 가락에 황약사는 갑자기 처량하고 슬
픈 기분에 휩싸였다.
'난 아형을 좋아하지만 아형도 날 좋아할까? 아형을 그토록 좋아하면서 속을 털어놓지 못한 채 이렇게 헤어지게 되다니……. 미인박명이라구, 아형의 팔자도 가련하지. 태호에 빠졌으니 헤엄칠 줄 모르는 아형이 살아 남았을 리 만무하고……. 아, 과연 이 세상에서 아형처럼 아름답고 총명한 여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서초패왕의 우희처럼 뜻이 맞는 여인을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서 구할
수 있을까? '
황약사의 마음은 어지럽고 복잡했다. 일시에 서초패왕과 우희의 비장한 최후며, 자기와 아형의 생이별이며, 홍안지기를 구할 수 없는 고뇌 같은 것이 몰려드는 바람에 마음이 산란하여 걷잡을 수 없었다.
한편 희아가 〈해하풍〉을 연주한 데는 그녀대로 앙큼한 계산이 있었다.
이 가락은 바로 절망에 빠진 인간의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서초패왕 항우와 우희가 사별할 때처럼 고통을 느끼게 하며, 마치 우희가 검으로 제 목을 베었듯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살 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그런 곡이었다. 이 처절한 가락에 황약사의 마음은 불안과 고통으로 온통 뒤죽박죽이 되었다. 황약사는 부지중 몸이 무거워지면서 수십 길 되는 나무 꼭대기에
서 곤두박질쳐 아가씨들이 죽 앉아 있는 한복판에 내리꽂혔다.
아가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락을 더욱 빨리 했다. 북소리가 둥둥 가슴을 울려 주고 대관 소리는 휘이휘이 사람의 가슴을 후비는 것같이 들렸다. 이 밖에도 거문고를 비롯한 현악기들은 청승맞은 아련한 탄식조로 사람의 울적한 심사를 더욱 아프게 건드려 놓았다.
황약사는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이 처량한 가락에 빠져 들었다. 이 가락은 부지중 그의 생각을 아형에게로 몰고 갔다.
'아형, 조금만 일찍 낭자를 만났더라면 낭자를 도화도에 데려갔을 텐데……. 애석하게도 우리 둘 사이엔 그런 인연이 없는 모양이구려.
그의 마음은 한없이 쓰리고 아팠다.
이때 네 명의 아가씨가 갑자기 손을 멈추고 악기들을 내려놓았다. 그녀들은 몸을 일으켜 느릿느릿 황약사에게로 걸어오면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노래는 서초패왕과 우희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엮어 부른 것이었다.
별이 총총 깊은 밤에
초국병영 고요한데
서초패왕 우희왕후
최후일야 지새우네
둥둥둥둥 북소리가
삼경임을 알리는데
천하영웅 서초패왕
갑옷투구 다 벗었네
맹호같이 달려들어
허리 담쑥 안았지만
도화 같은 얼굴에는
피눈물이 흐르누나
이 밤 지나 새날 오면
황천길이 지척인데
동져 하늘 뜨는 효성 (曉星)
무엇으로 막으리오
아가씨들은 쌍방이 춤을 추며 연신 황약사를 향해 유혹의 눈길을 던졌다. 황약사가 아무리 무학의 대가라 해도 역시 칠정육욕(七情六欲)을 가진 인간인지라 그 유혹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아가씨들의 춤추는 모습에 완전히 넋을 잃었다.
황약사가 한창 넋을 놓고 무아지경에 빠져 있을 때 희아가 느닷없이 황약사에게로 날아오더니 그의 가슴팍에 있는 대혈 세 곳을 번개같이 찔렀다. 황약사는 졸지에 사지를 놀리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 돌처럼 굳어졌다.
희아가 득의양양하여 아가씨들을 향해 말했다.
"이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나도 잘 몰라요. 호심장에 있는 걸 본 적이 있을 따름인데, 그때 보니까 아형이란 처녀와 잘 아는 사이 같더군요. 어쨌든 이 도련님을 너무 괴롭힐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가는 데로 끌고 다녀 봅시다."
희아의 말에 여러 아가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들은 악기들을 조심스레 감싼 후 마차에 올라탔다. 황약사도 두 아가씨의 손에 이끌려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곧 태호 방향으로 질풍같이 내닫기 시작했다.
마차는 며칠을 달려서야 태호에 도착했다. 태호의 맑은 물이 시야에 들어오자 아가씨들은 일제히 환성을 지르며 호숫가로 달려나가 물을 끼얹으며 좋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희아가 한 아가씨에게 배 한 척을 구해 오도록 지시했다. 그 아가씨는 헐레벌떡 달려가더니 얼마 안 지나 돌아와서는 희아에게 보고했다.
"큰 배 한 척을 구했어. 곧 올 거야."
멀지 않아 큼직한 배 한 척이 눈앞에 나타났다. 여러 아가씨들이 모두 배에 오르자 배는 돛을 올리고 호심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약사는 호심장이 병화로 인해 폐허가 되었고 아형도 거기에 없음을 잘 알고 있는 터라 호심장으로 가는 게 달갑지 않았다.
호심장은 며칠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조용했으며 달라진 것이라면 마을의 언덕에 새 무덤이 몇 개 더 늘었다는 사실이었다. 갈밭을 돌아 마을에 다다르자 아가씨들은 배에서 우르르 내리더니 일제히 아형의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형의 집은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구석구석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아가씨들은 두리번거리며 사람을 찾다가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모두들 아형의 행방을 전혀 모르면서도 이러쿵저러쿵 어림짐작을 해대면서 별의별 소리를 다했다.
한참 지나 말소리가 잠잠해지자 희아가 말문을 열었다.
"아형 아가씨는 종래로 호심장을 떠나 본 적이 없어요. 기껏해야 마을 주위를 빙빙 돌거나 호숫가에 나가 앉아 있는 정도였죠. 배타고 밖으로 나가는 일들은 죄다 일하는 계집애한테 맡기곤 했어요. 보아하니 아형 아가씨가 제 발로 이 마을을 떠난 건 절대 아니에요. 이 집 벽이 이 모양으로 된 걸 봐도 그렇고 마을 분위기도 그렇고,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게 분명해요."
아가씨들은 모두 희아의 말에 동의했다. 아형이 여기에 없으니 치음 도련님도 여기에 있을 리 만무하고 미화 도련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황약사는 아가씨들에게 태호에서 얼마 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자세히 말해 주려다가 그녀들이 경우 없이 자기에게 손을 쓴 것을 생각하곤 괘씸한 생각이 들어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는 그녀들이 찧고 까부는 소리를 잠자코 듣기만 했다.
희아가 다시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입을 열었다.
"소문에 의하면 태호방 방주가 아형 아가씨에게 억지로 성혼하자고 한대요. 그런데 그 소문이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번에도 아가씨들은 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아가씨들은 속으로 고소해 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치음 공자의 아형에 대한 마음을 그녀들은 너무나 잘 알고 來었으며 아형에 대해 하나같이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다들 아형에 대한 질투심으로 알량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엔 태호방을 찾아가 그 필소해라는 자에게 물어 보면 치음 도련님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요."
아가씨들은 하나같이 희아의 말에 동의했다. 그들은 다시 배로 돌아가 태호방을 향해 출발했다.
철판봉이 가까워 왔다. 멀리서 바라보니 철판봉 아래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배가 기슭에 닿자 대안으로부터 숱한 사람들이 달려오더니 배 주위에 둘러섰다. 이들은 모두 태호방의 무리들로 눈을 부릅뜨고 병장기들을 거머쥔 채 배에서 사람들이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희아가 뱃머리에 서서 생글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귀방(貴 )의 이 보배 땅에 오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아마도 소란을 좀 끼쳐야 할 것 같아요. 두령님께 이 말을 전해 주세요. 제가 필 방주님과 상의할 일이 있다구 말이에요."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이내 사람들 속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바로 태호방 방주 필소해였다.
필소해가 쌀쌀하게 물었다.
"아가씨는 뭐 하는 사람이오? 나를 찾는 까닭이 뭐지?"
"우리 도련님께서 집을 나선 지 여러 날 되시는데 여지껏 돌아오시지 않아 다들 근심이 태산 같아요. 혹시 필 방주님께서 우리 도련님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 해서 찾아왔어요."
"아가씨네 도련님이 없어진 게 우리 태호방과 무슨 상관이지?"
필소해가 시치미를 때자 희아가 말머리를 돌렸다.
"듣자니까 필 방주님께서는 호심장의 규수 아형 낭자를 아내로 맞아들이려 하신다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필소해는 순간 속이 뒤틀렸다. 지금 그에게 있어서 이름만 들어도 역정이 나는 사람이 따로 아형이 아니던가. 그는 희아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뭐라구? 네깐 년이 그런 건 물어 뭘 어쩌겠다는 거냐?"
필소해가 화를 버럭 내자 희아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그렇게 화를 내시는 걸로 보아 아형 낭자가 여기 있는 게 분명하군요. 그러면 우리 도련님 역시 여기에 계실 테고, 미화 도련님 역시 여기에 계실 거예요."
필소해는 희아의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엉뚱한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형이야 내가 먼저 눈독들인 계집이지. 그런데 엉뚱하게 학 영감태기가 나서서 가로챘으니 이런 모욕이 어디 있나? 그런데 지금 보니 내가 손을 쓰지 않아도 내 대신 복수를 해줄 사람들이 여기 있구나. 계집들이라도 열 여섯이나 되니 출시할 수 없고, 게다가 여기에 온 적이 있는 동해 도화도의 황약사도 저기 보이는데, 저 연놈들이 힘을 합쳐 싸운다면 혹시 학 영감을 죽여 버릴 수도 있
을지 몰라…….'
생각이 이쯤 미치자 필소해는 희아를 향해 빙그레 웃어 보였다.
"좋아. 그렇게 생각된다면 날 따라 산에 올라가 찾아보면 될 거 아닌가?"
필소해는 당장 아가씨들을 이끌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멀지 않아 어둠침침한 석굴 안에 들어섰다.
필소해가 입을 열었다.
"이 석굴은 우리 태호방의 중요한 밀실이어서 아무나 함부로 들어오지 못해. 내가 아가씨들을 여기까지 데리고 들어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태호방은 아가씨들과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걸 보여 주려 함이야. 치음 공자와 미화 공자는 여기 온 적이 없어. 아가씨들이 믿든 말든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니 마음대로 하라구."
황약사는 석실 안을 둘러보면서 어쩐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이 석실은 네 벽이 다 외부와 통하지 않는다. 누구나 이 석실 안에 갇히기만 하면 빠져 나가기 힘들겠어. 이 계집들이 필소해의 속생각을 눈치나 채고 있는지 모르겠군.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고초를 당해도 큰 고초를 당하겠는걸?'
이때였다. 희아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 왔다.
"필 방주님께서 우리들을 여기까지 데리고 들어오신 진짜 이유는 뭐죠? 단순히 우리 도련님이 여기에 안 계시다는 걸 알려 주시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허허허, 아가씨 생각엔 그런가?"
필소해는 능청맞게 웃으며 재빨리 구석 쪽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황약사는 예감했던 대로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쏜살같이 뒤쫓아가서 필소해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필소해는 옆으로 몸을 피해 땅바닥에 데구르르 구르더니 '쾅!'하는 굉음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이 돌발적인 사태에 아가씨들은 모두 깜짝 놀라서 아우성을 치며 허둥댔다.
"조용히들 해!"
희아가 큰소리로 외쳤다. 석실 안은 삽시에 잠잠해졌다.
"불을 밝혀요!"
희아가 다시 영을 내리자 누군가 품속에서 부싯돌을 꺼내어 탁탁 쳐서는 횃불에 불을 밝혔다. 횃불들에 불을 붙이니 석실 안의 진면목이 환하게 드러났다.
석실 안은 무척 넓었으나 한편에 높은 석대가 하나 있을 뿐 텅 비어 있었다. 석대 위의 석벽에는 독수리 한 마리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 독수리의 날개 아래에 새겨져 있는 성난 파도가 바로 태호였다. 그 파도 한복판에는 태호의 일흔두 개의 봉우리와 일부 촌락들이 새겨져 있었다. 황약사는 이상하게도 독수리의 눈이 없이 그 자리가 뺑 뚫려 있는 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때였다. 누군가 놀라 소리쳤다.
"여기 사람이 있어요!"
황약사는 당장 그쪽으로 달려갔다.
문앞에 웬 사람이 쓰러져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다름아닌 치음이었다. 온통 피투성이인 그는 죽은 지 오래인 듯했고 등뒤에 큰 상처가 있었으며 머리는 무슨 무거운 병장기에 맞았는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
여인들은 모두 멍청해졌다. 그녀들은 말없이 치음의 시체 앞에 꿇어 엎드렸다. 희아가 나서서 치음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자기의 긴 옷자락으로 치음의 철굴을 천천히 닦아 주기 시작했다. 희아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이어 여인들의 통곡 소리가 석실을 온통 뒤흔들기 시작했다.
황약사는 속으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석실 안에 갇힌 자기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눈앞에 보이는 듯했던 것이다.
그는 여인들처럼 치음의 죽음을 비통해 하기보다는 석실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어떻게 하면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있을까에만 골몰했다. 구석을 살피며 돌아다니던 황약사는 벽 모서리태서 또 한 사람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황약사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다름아닌 미화였던 것이다.
황약사는 미화를 안아 일으켰다. 그의 얼굴은 뼈만 남아 앙상했고 입술은 말라 터져 있었다. 먹을 것이 없고 마실 물이 없어 기갈이 들어 죽은 것이 분명했다. 황약사는 기황지술(岐黃之術)에도 정통했는지라 미화의 손목을 잡고 진맥을 해보고는 기쁨을 금치 못했다. 미화의 몸에는 아직까지 흘러 다니는 유기(游氣)가 얼마간 남아 있었고 염통 부위가 가냘프게나마 아직은 뛰고 있었던 것이
다. 그는 미화의 뒷잔등에 자기의 두 손바닥을 붙이고는 내력으로 미화를 구하려 했다.
아가씨들은 치음을 안아 일으켜 독수리가 새겨져 있는 석벽 아래에 앉힌 후 자신들의 눈물로 치음의 얼굴과 손을 깨끗하게 닦아 주었다. 그녀들은 치음의 깔끔한 성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치음은 자기의 옷에 티끌 한 점만 묻어도 견디지 못하는 성미였던 것이다. 잠시 후 그녀들은 하나하나 치음을 향해 절을 올렸다.
희아가 허리를 펴고는 입을 열었다.
"도련님, 안심하세요. 우리 열 여섯 자매들이 반드시 복수를 하고 말 테니까요."
여인들의 가슴속엔 비분이 넘쳐흘렀다.
희아가 손바닥에 커다란 야광주를 받쳐들고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열 여섯 자매들 중에서 누구든지 도련님을 위해 복수를 하기만 하면 이 야광주는 그 애한테 주겠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남은 열다섯 자매는 그 사람을 두령으로 모시겠어요. 만일 외인이 했다해도 역시 그렇게 하겠어요."
이 야광주는 치음의 움켜쥔 손가락을 펴다가 발견한 것인데, 다름아닌 석벽에 새겨진 독수리의 눈에서 뽑아 낸 것이었다.
열 여섯 자매는 일제히 맹세를 하고 나서 모두 각자의 악기들을 꺼내어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그녀들은 숙연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가락의 한 소절이라도 어긋날까 봐 정성을 다해 악기들을 다루었는데 마치 치음의 음령(陰靈)이 자기를 꾸짖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만 같았다.
황약사는 몹시 난처해졌다. 미화의 목숨을 살리자면 조용해야만 하는데 열 여섯 자매가 합주를 하니 여간 곤란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인들에게 연주를 멈추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라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정신을 가다듬어 보았다. 황약사가 미화를 살리기 위해 내력을 쏟고 있는 동안 어느새 음악이 끝났다.
연주를 끝낸 여인들은 이제 차례차례 치음의 시체 앞에 다가가 아홉 번씩 절을 올렸다. 희아가 선참으로 예를 올리고는 자기의 긴 옷을 벗어서 치음의 시체 위에 덮어 놓고 물러서자 남은 열다섯도 그대로 따랐다. 어떤 옷들은 치음의 머리 위에 덮여졌고 어떤 옷들은 치음의 팔에 매 여지기도 했다. 또 어떤 여인들은 자기 옷을 치음의 허리에 둘러 주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여인들은 자기 속
옷마저 벗어서 치음의 몸에 감아 놓기도 했다. 그것은 평소에 자기의 알몸을 치음에게 맡겨 보지 못했던 한을 죽은 치음의 시체를 통해서나마 풀어 보자는 심사였다. 오래지 않아 치음의 온몸은 열 여섯 자매의 하얀 옷들에 온통 감싸였다.
이때 웬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언제부턴지 석실 입구가 약간 벌려져 있었는데 그 틈새로 음흉하게 웃고 있는 필소해의 모습이 바라보였다.
"희아야, 난 네가 치음의 열 여섯 희첩 중에서 사랑을 독차지했었다는 걸 알고 있다. 너희들을 풀어 주면 너희 열 여섯 자매가 나를 따르겠느냐?"
열 여섯 자매들 중에는 성미가 불 같은 계집들도 있었다. 그녀들은 치음 공자와 함께 이 석실 속에서 죽을지언정 태호방의 노리개가 되지는 않겠다고 소리쳤다.
필소해가 위협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 동굴 입구를 막아 버리기만 하면 너희들은 몽땅 죽고 말아! 이삼십일이 지나서 다시 와 보면 시체들이 수두룩할 거야."
필소해는 당장이라도 동굴 입구를 막아 버릴 듯 서둘렀다.
"잠깐만!"
희아가 소리쳤다. 그녀는 냉큼 필소해 쪽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필 방주님, 우리 열 여섯 자매에게 원하시는 게 뭐죠?"
필소해가 너털웃음을 쳤다.
"하하하, 이 세상에 치음이나 미화와 병묘 같은 자식들만 풍류를 즐기라는 법이 있느냐? 태호방도 천하대방(天下大 )이야. 나 필소해도 강호의 영웅이란 말이야. 술 처먹고, 계집질하구, 바람이나 피우는 걸 누구라고 못해? 너희들 열 여섯 자매가 우리 태호방에 들어오면 난 너희들을 내 곁에 두고 시중을 들도록 하겠어!"
필소해는 득의양양해서 히죽거렸다.
희아는 동료들을 둘러보며 한참 생각하는 얼굴이더니 다시 말문을 열었다.
"우리 도련님은 이미 죽었으니 저희들은 이제 둥지 잃은 새나 다름없어요. 의탁할 데라고는 전혀 없는 저희들을 필 방주님께서 거둬 주시겠다니 실로 감사해요."
이때 열 여섯 자매들 중 하나가 그녀의 말허리를 끊었다.
"희아야, 도련님께선 생전에 너를 제일 아껴 주셨어. 그런데도 련님의 시체가 채 식기도 전에 제 살 궁리만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니?"
그녀의 말에 희아가 대뜸 소리쳤다.
"입 다물지 못해? 도련님께선 모든 일을 내게 맡기셨어. 이제 도련님이 안 계신 이상 모두 내 말에 따라야 해. 알아듣겠어?"
자매들은 흠칫하고는 찍소리도 못했다. 동료들이 조용해지자 희아가 다시 필소해를 향해 입을 열었다.
"필 방주님, 저희들을 거둬 주시기만 한다면 저희들은 당연히 방주님의 말씀을 따르겠어요."
필소해는 크게 기뻐하며 대꾸했다.
"진작 그렇게 나올 일이지. 너희들 생각이 그렇다면 우선 저 놈을 좀 보아라."
필소해는 한쪽 방향을 가리켜 보였다.
그곳에선 황약사가 한창 내력을 넣어 미화의 목숨을 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너희 열 여섯 자매가 일제히 손을 써서 저 두 놈들을 죽여 버리면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나가도록 해주겠다!"
필소해의 말에 희아는 미화와 황닥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는 시선을 돌려 자기 동료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결심한 듯 대답했다.
"좋아요. 그렇게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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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
즐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