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록서당학사운영규칙》
.작가: 죽비 정일찬 (1724~1796)
.번역: 인수 정용하 (원문출처:죽비선조문집) *원제 :梧麓書社課學節目
아래의 문장은 본 서당이 창설하게 된 근본인 학사과정을 수행하고 약속한 사업을 확고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문하생이 되려고 하는 모든 분들은 학문연마에 부합하도록 생각하고 노력하여야할 것입니다. 오래도록 사용할 규칙이라면 서당에서 어떻게 쓸데없는 기구를 설치하거나 재력을 무더기로 낭비할 수 있겠습니까. 수양하는 것을 축적하여 본성이 빼어나게 된다면 후진들에게는 가르침이 넉넉하게 되니 바라건대 근심은 사라질 것이며 또한 존재하는 규칙은 평일에도 부지런히 공부하는 것에 마음을 두게 할 것입니다. 혹여 연마를 함에 있어 흥기함이 보태어져 지극함에 도달한다면 서당에 몸담고 있는 여러 문하생들께서는 사물의 이치를 판별하는 위치에 즉위하게 될 것입니다. 규칙에 열거한 세부사항은 아래의 문장과 같습니다(학사운영규칙의 서문임).
―우리 서당의 자제(생도)는 삼십 세 이하에 속하는 십 오세 이상의 사람 중에서 골라서 뽑으며 매년 봄과 가을에 글을 읊고 짓는 것으로 식별하는데 생도가 된 경우에는 비록 삼십 세가 넘어서더라도 공부를 폐하지 아니하고 또한 십오 세 미만이라 하더라도 만약 그 재주의 정도가 글을 읽고 짓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모두로 하여금 입학을 허락함을 분명히 합니다. 장차 선발을 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공정하게 할 것이며 어지럽게 경쟁하는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학업에서 배제시키겠습니다(신입생 입학 요강 관련 규정임).
―이미 시작된 이 규칙을 확고하게 실천하기위해서는 서책이 없다면 불가능 할 것입니다. 사서육경과 더불어 정자와 주자의 여러 서적은 당연히 본 서당에서 형편에 적합하도록 직접 조치하고 준비할 것이나 정식으로 지정한 이외의 아득하게 느껴지는 서적이나 이상하고 야릇한 책자를 서당 안에 반입하는 것은 단절시키고 또한 거부할 것입니다. 여러 생도들께서는 글을 짓는 공부가 설령 과거시험에서 사용되는 문체라고 하더라도 주(主)가 되는 것은 글을 외우고 읽는 것이 원칙이며 경서이외의 것을 우선시하는 것은 어리석고 못난 사람들이 바라는 것입니다. 세상을 밝게 하는 것은 올바른 이치이기에 정도(正道)를 놓칠 수는 없으며 또한 서당에서 구비한 책은 빌려본 후 이를 서당문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행위는 금지합니다(음란도서 반입금지 및 서당의 도서대여 관련 규정임).
―서당의 안팎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았고 또한 본 고장이나 이웃한 고장에서 덕망과 학식을 구비한 사람으로서 존경을 받고 사람들이 앙모하는 분을 추천받아 선발된 훈장은 엄연하고 열린 생각을 지니신 어른의 자리인바 모든 문하생들이 공경하고 모범으로 받든다면 배운 대로 행동할 수 있는 강의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훈장의 자격 및 초빙 관련 규정임).
―훈장께서 도착하시면 즉시 모든 문하생들은 각자 갓과 의복을 갖춘 후에 마당으로 내려와서 행동을 삼가면서 동편과 서편으로 나누어 도열한 후에 훈장의 질문을 몸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대기하여야하고, 훈장께서 마루에 오르시어 좌정한 연후에야 모든 생도들은 일제히 마루에 올라가서 서열에 입각하여 절을 하고 뵙는데 훈장께서 앉으라고 하시면 모든 생도들은 답례로써 읍을 하여야하며 차례차례로 면전으로 나아가 인사를 드리고는 물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조석으로 반드시 문안을 드려야하고, 문안을 끝내는 시점에는 공손하게 사양하는 마음 또한 예절에 걸맞게 하여야할 것이며 서당의 당장(堂長:서당 설립자 측의 대표)께서 오고가시는 것 또한 이 같은 행동에 의하여 받들어야할 것입니다(훈장과 당장에 대한 예법 관련 규정임).
―암송하고 글을 짓는 것은 각각을 일정한 한도 내에서 하나로 바라보는 것인데 암송은 음력 2월 1일에 규칙적으로 시작하고, 글을 짓는 것은 음력 7월 1일에 규칙적으로 시작하는데 매번 끝나는 날은 ‘봄 강의 시험장(평가를 한다는 뜻)’이 설치되고 그리고 가을에는 ‘백일장’을 설치하여 간략하게 시험을 시행하되 상벌로써 다스릴 것입니다(학업 성적 평가 관련 규정임).
―과거시험을 위한 학문은 자신을 다스림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나 조정에서 법에 의해 선비를 등용하여 전문 분야를 다스리게 하는 것인즉 더군다나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예전의 현인을 완전히 없애버리는(본성의 함양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임) 이유로 인하여 일반 학문과는 크게 비교가 되는데, 학부형의 지위로서 분명하게 자신의 자제에 대하여 이를 금지하거나 물리친다면 부지런히 학업과 교제를 하게 될 것이나 차별을 보인다면 (만약에 과거시험에 뜻을 둔다면) 소학, 가례, 심경, 근사록 등에 대한 지식을 서면통지하거나 독서와 강의를 혼합시켜 지식을 보태고, 서당 내외에 걸쳐 지식의 중요성에 대한 경중(輕重)을 구분하여 학업을 다스리게 할 것입니다.(과거시험 준비를 위한 특별지도 관련 규정임)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는 한가한 사람이 있다면, 오고가는 자연의 법칙은 흥기하거나 쇠망함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차이인데, 두벌갈이(복습)를 못하는 것이 허다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하여 학업에 방해가 된다면 나이가 많고 적고를 불문하고 그런 생도들은 전원 출입을 단절시킬 것입니다(퇴학처분 관련 규정임).
―재력을 수용하는 제도로서 매년 본 서당에서 가을에 거두어들인 쌀은 후에 일백 석(除出:서당에서 사용)을 덜어내고 나면, 조세(국가에 납부하는 세금)가 오십 석이 됩니다. 봄에 거두어들인 쌀로는 봄과 가을에 사용하는데 선비들의 양식에 오십 석이 소요되고, 초봄에 곡식대신 받은 금전으로는 거접(居接:선비가 공부하기 위해 사찰 등에 체류)시에 사용하거나 반찬이나 기물구입 비용으로 사용하며, 만약 남는 것이 있다면 문하생 각자에게 환급하는 것은 본 서당의 임무가 될 것입니다(서당의 재정운영에 관한 규정임).
―음식물을 대접하는 항목은 5일분의 식량과 반찬을 미리 한꺼번에 출급하면, 매 끼마다 다시 계산을 하도록 하겠으며, 급식과 관련된 일은 사찰의 제도를 본받았으니 아침저녁으로 마땅히 소반 숫자의 다소여부를 출납하는 장부의 하단에 기록할 뿐만 아니라,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을 감독하고자 생도들 중에서 날짜별로 선출된 한 사람(매일 교대로 한 사람씩 당번을 정하여 점검한다는 뜻임)을 시켜서 눈으로 관찰하고 검사하여 반복적으로 주의를 촉구시키게 할 것입니다. 식사 시간이 되면 규칙적으로 한 사람의 하인을 시켜서 식사 시간임을 고(告)하면 문하생 각자는 갓과 의복을 갖춘 상태에서 개방된 식당에 앉아서 식사를 한 후 식당 밖으로 나갈 경우에는 앉아 있는 맞은편의 상대방에게 읍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서당의 급식에 관한 규정임).
―지금 이러한 규칙을 펼침으로써 오로지 한곳으로만 뜻을 기울어 부지런히 공부한다면 꽃이 피거나 또는 별무늬의 빨간 단풍잎처럼 지조가 빼어나게 될 것입니다. 정해진 기일에 본 서당에 노소가 모여들고 서당 밖에서는 동지로서 인품이 형성되어 고장의 예법을 논의하는 향음주례 행사에서 영향력을 미치게 한다면, 투호놀이 할 때도 짝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대들로 인하여 당장(堂長)은 주인이 되고, 훈장은 귀한 손님이 되어, 생도들이 수시로 의지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선정된 행동과 예법은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심부름꾼이 되어줄 것이며, 단아한 지식과 단정한 치아배열(어깨를 나란히 하는 단정한 몸가짐)과 같은 생도들의 절제된 위상은 효제(孝弟:효도와 공손함)를 밝게 할 것입니다. 습관이 되어 몸에 익숙해진 공경과 겸양은 응당 고풍스러운 거동이 되어 줄 것인데 이번의 규칙 중에서 예절에 관한 규정을 번성하게 수를 놓았기에 물자와 노력이 많이 투입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항상 사려 깊게 생각하고 관찰하는 것은 재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하기 때문에, 2년에 한 차례 혹은 3년에 한 차례는 다스려 주어야할 것입니다(생도들에게 사회에 기여할 것을 당부하고, 학칙은 상황을 살펴 2~3년마다 개정한다고 하였음).
*오록서당은 작가(번역인의 8대조)의 부친이신 영조 때 형조참의 매산 정중기께서 벼슬을 그만두고 말년에 경북 영천 소재 매곡마을 뒤산 기슭 산호수가에 세운, 초가 11칸의 서당으로서 매산선생께서 읊은 "오록서당잡영"에는 서당 주변에 경치가 빼어난 소위 "18절"을 소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1)오방:오동나무 제방 (2)서사:서당 건물 (3)동호:오동나무 제방 위의 산호수 (4)토월봉:달뜨는 산봉우리 (5)석천:옥돌이 깔린 샘물 (6)자하봉:조석으로 비취빛과 자색이 혼합된 은은한 아지랭이가 생성되는 봉우리 (7)채지동:영지버섯을 채취하는 골짜기 (8)읍선대:신선이 절을 하는 돈대 (9)북간:서당 북쪽에 흐르는 산골짜기 냇물 (10)청심대:마음을 맑게하는 위가 평평한 큰 바위 (11)침호정:명상을 하기 위하여 산호수에 띄운 뗏목위의 정자 (12)어정: 물고기를 잡기 위한 작은 선박 (13)향일봉:해뜨는 봉우리 (14)대조기:호숫가의 강태공 낚시터 (15)전경대: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산호수 속에 우뚝한 바위 섬 (16)용추:산호숫가에 있는폭포와 물웅덩이 (17)초은대:은자를 초청하는 상단이 평평한 바위 (18)심진교:학문을 탐구하여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건너가는 대들보 모양의 돌다리를 말함. 오록서당에서 오록(梧麓)이란 '오동나무가 있는 산 기슭'이란 뜻인데, 오록서당은 대원군 집정시 조정을 비판하고 당쟁의 온상이 된다며 전국적으로 서원을 철폐할 당시에 임금의 명에 의거 철거되었으며, 산호수도 그후에 매몰된 것으로 보임. 매산 정중기 선생께서 지은 "오록서당을 사실대로 쓰다" 라는 한시 한 수를 소개하면서 마무리를 지어 봅니다.
오록서당을 사실대로 쓰다
-1749년 매산 정중기(64세) -
영험한 새와 오래된 숲이 더욱 알려져 있어
여러 채의 집을 세워 서당을 운영하였는데
이슬 맺힌 산속, 천점 비취는 뾰족한 쪽머리 같고
열린 호수는 더없이 맑고 맑아 면경 같았네
예쁘고 날씬한 흰 달이 처마에 들어와 엿보니
허공에 뜬 애애한 남기는 집을 둘러싸며 반짝이는데
궁벽한 곳이라 숲이 깊어, 속세의 티끌과 단절되니
황색 책을 들고 온 영재들이 만나기를 원했네.
梧麓書堂書事(오록서당서사) 己巳(기사)
靈禽古樹尙留名(영금고수 상유명)/ 爲作書堂起數楹(위작서당 기수영)
峀露鬟尖千點翠(수로환첨 천점취)/ 湖開鏡面十分淸(호개경면 십분청)
娟娟晧月窺簷入(연연호월 규첨입)/ 藹藹浮嵐繞宅生(애애부남 요택생)
境僻林深塵事絶(경벽림심 진사절)/ 願携黃卷會群英(원휴황권 회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