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3689]圃隱先生詩-再遊是寺[재유시사]
다시 절에서 놀며(再遊是寺)
-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계류요석록배회(溪流遶石綠徘徊)
냇물이 바위를 휘돌아 푸르게 흐르는데
책장연계입동래(策杖沿溪入洞來)
지팡이 짚고 물길 따라 마을에 이르네
고사폐문승불견(古寺閉門僧不見)
옛 절문은 닫혔고 스님 보이지 않는데
낙화여설부지대(落花如雪覆池臺)
지는 꽃 눈처럼 연못과 정자를 뒤덮네
고려 말의 충신으로 잘 알려진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의 시입니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시나브로 꽃잎이 지는 봄날의 풍경이
눈에 잡힐 듯 다가옵니다. 그만큼 묘사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동영상을 보는 듯합니다.
푸른 이끼가 낀 바위를 휘돌아 시냇물이 흐르고,
시인은 잠방이를 걷어 무릎 위까지 올린 채 맨발로 물속을 걷습니다.
그렇게 지팡이에 의지하여 계곡을 오르다 보니 사하촌이 나오고,
조금 더 가니 문 닫은 지 오래된 절이 보입니다.
스님도 없는 절 마당에서
문득 연못을 바라보니 정자와 수면 위로
분분히 꽃잎이 눈처럼 날려 떨어집니다.
여기서 더하고 뺄 것도 없이 그냥 그 정경 그대로
한 편의 멋진 시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상념이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이렇게 가감 없이 물 흐르듯, 봄날의 정경을 세련된 언어 감각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경지가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출처 : 종로마을 N(http://www.jongno-mn.com)
再 재 = 다시
遊유=노닐다
是寺시사=이 절에서
溪流계류= 시냇물
遶石요석= 바위 감돌고 . 遶=두를 요. 감길 요.
綠 록= 푸른빛
徘徊배회=일렁이는데, 목적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徘= 어정거릴 배. 徊= 어정거릴 회.
策杖책장=지팡이 짚고
策=방법 책,꾀 책,채찍질할 책. 동자(同字)笧, 箣.
杖=지팡이 장. 짚다. 지팡이를 짚음.
沿溪연계= 시내 따라 .
沿=따를 연, 내이름 연.물 따라갈 연. 속자(俗字)㳂
入洞來동래=동구로 들어왔네
古寺고사= 옛 절에는
閉門폐문= 문 닫힌
僧不見승불견=스님은 보이지 않고
落花낙화=떨어진 꽃
如雪여설=눈처럼
覆부=덮고 있네, 覆=뒤집힐 복, 덮을 부.동자(同字)覆
池臺지대=못과 누대 .
臺= 누대(樓臺). 대사(臺榭). 돈대 위에 사방을 바라볼 수 있게 지은 건물.
고자(古字)坮 속자(俗字)䑓
원문=포은집 제1권 시(詩)
圃隱先生文集卷之一 / [詩]
再遊是寺
溪流遶石綠徘徊。
策杖沿溪入洞來。
古寺閉門 僧不見。
落花如雪覆池臺。
다시 이 절에서 노닐다〔再遊是寺〕
시냇물 바위 감돌고 푸른빛 일렁이는데 / 溪流遶石綠徘徊
지팡이 짚고 시내 따라 동구로 들어왔네 / 策杖沿溪入洞來
문 닫힌 옛 절에는 승려가 보이지 않고 / 古寺閉門僧不見
떨어진 꽃만 눈처럼 못과 누대 덮고 있네 / 落花如雪覆池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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