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반고등어 껍질에 밥 싸먹다가 집안 말아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집안이 거덜 나는지도 모르고 먹어치울 정도로 맛있다는 뜻이다. 노릇노릇 잘 구운 생선구이는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생선구이는 외식 소비자에게 선호도 높은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점은 의외로 많지 않다.
주부도 생선구이만큼은 외식을 한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생선구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선호도가 높다. 생선 하나만 구워 놓으면 별다른 반찬 없이도 밥이 잘 넘어간다. 하지만 집안에 냄새가 밴다는 이유로 가정에서 생선을 자주 구워 먹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프라이팬에 구울 경우 기름이 빠지지 않아 느끼하고 비린내가 나기 쉽다. 생선구이만큼은 식당에서 사 먹는 쪽이 낫다.
생선구이는 평일 점심식사로도 주말 가족외식으로도 두루 어울리는 메뉴다. 상권과 고객층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무난하게 매출을 높일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생선구이에 대해 “어느 상권에서도 기본 이상은 하는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생선구이 제대로 굽는 전문점이 흔치 않다
생선구이는 그 잠재력에 비해 판매하는 식당이 의외로 많지 않다. 백반집에서 고등어구이, 꽁치구이 등 한두 가지 메뉴를 갖춘 경우는 있으나 다양한 생선을 구비해놓고 제대로 구워내는 집은 드물다. 생선구이는 업주의 노력이 필요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신선한 생선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수산시장에서 매일 선별해오거나 산지 거래처를 확보하는 등 발품을 팔아야 한다. 40년간 생선구이 전문점을 운영해온 업주는 “생선마다 수분량이 다르고 껍질의 두께가 달라서 굽는 방법도 달리해야 한다”며 “불 세기와 굽는 시간 등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선한 생선 공수해 단단하게 숙성해야
생선구이는 역시 생선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 핏물이 남거나 덜 익힌 경우에는 비린내가 나기도 한다. 생선을 생강물이나 녹차에 재워 냄새를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 생선에 수분이 많으면 육질이 퍼석해진다. 소금을 뿌리면 불필요한 수분이 빠지고 육질은 단단해진다. 생선을 굽기 전에 한나절 정도 숙성을 거치면 육질이 안정화된다. 소금은 굵은 꽃소금이나 천일염이 적합하며 조미료가 들어간 맛소금, 허브솔트는 금물이다.
* 생선구이 메뉴의 SWOT 분석
강점(Strength)
두루두루 선호도가 높은 메뉴로 오피스 상권이나 주택가에서 모두 기본 이상은 하는 무난한 아이템이다.
약점(Weakness)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구울 때 수시로 뒤집어야 하는 등 조리 과정이 간단치 않다.
기회(Opportunity)
선호도에 비해 제대로 된 전문점이 많지 않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틈새 아이템이다.
위협(Threat)
수산물인 만큼 외부 환경적 요인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원산지 표기 등 안전한 먹거리임을 알릴 필요가 있다.
강원 속초시 <88생선구이>
불판에서 구워 먹는 11가지 모둠 생선구이
<88생선구이>는 속초 시내 부둣가에 위치한 생선구이 전문점이다. 1988년 개업 당시에는 어부와 동네 주민들에게 생선을 구워 파는 작은 식당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3층짜리 별관을 지어 올릴 정도로 성업 중이다.
이 집 생선구이는 초벌구이 없이 생물 생선을 테이블에서 바로 구워 먹는 것이 특징이다. 테이블마다 설치된 로스터는 생선구이에 최적화되어 있다. 생선 기름이 불에 직접 떨어지지 않도록 숯을 가장자리에 채워 넣었고, 배기 후드는 생선 굽는 연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뚜껑 형태로 덮을 수 있게 만들었다.
생선은 인근 어판장에서 구입한 신선한 것을 쓴다. 새벽에 잡아 올린 생선을 가져다 깨끗이 손질한 뒤 굵은 소금을 뿌려 얼음 상자에 한나절 재워둔다. 숙성을 거친 생선은 석쇠 불판에서 구워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살이 단단해진다.
<88생선구이>의 메뉴는 ‘모둠정식(1인 1만2000원)’ 한 가지다. 11가지 생선이 한 토막 또는 한 마리씩 골고루 제공된다. 고등어와 꽁치는 물론이고 송어, 가자미, 메로, 황열기 등 다양한 생선을 맛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모둠정식에는 해초 무침과 장아찌 등 여덟 가지 반찬과 함께 미역 된장국, 조밥이 함께 차려진다.
전화 (033)633-8892 주소 강원도 속초시 중앙부두길 71
서울 종로구 <호남집>
40년 노하우로 굽는 연탄불 생선구이
서울 동대문 종합시장 인근에는 10여개의 생선구이집이 모여 있는 ‘생선구이 골목’이 있다. 가게 바깥에 연탄아궁이를 설치해놓고 갖가지 생선을 구워 파는데, 예전에는 시장 상인들이 주 고객이었다면 요즘은 외국인 관광객이 고객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호남집>은 이 골목에서 맨 처음 문을 연 생선구이집이다. 생선은 초벌로 구워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짧은 시간 구워서 차려낸다. 연탄불에서 여러 번에 걸쳐 은근하게 구워낸 생선은 촉촉하게 윤기가 배어나온다. 생선구이 백반은 삼치구이, 굴비구이, 고등어구이, 꽁치구이(각 7000원), 임연수구이, 갈치구이(각 8000원) 등 여섯 가지다. 부산의 거래처에서 공수해온 생선을 천일염과 얼음물에 재워 냉장고에서 24시간 숙성해서 쓴다.
40년동안 이 곳에서 생선을 구워온 이덕근 대표는 “생선마다 굽는 시간도 다르고 불의 세기도 달리해서 굽는다”며, “생선 굽는 방법을 혼자서 얼마나 연구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연탄아궁이는 연탄 6장을 동시에 때는데 세 개의 공기구멍을 막거나 열어서 화력을 조절한다. 생선 껍질을 태우지 않고 속까지 잘 익히려면 센 불 보다는 약한 불에서 계속 뒤집어가며 구워야 한다. 이때 생선 자체에서 나온 기름을 모아두었다가 붓으로 덧발라 준다. 석쇠에 생선이 달라붙어 모양이 부서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전화 (02)2279-0996 주소 서울시 종로구 종로40가길 5
경기 광명시 <토담화덕생선구이>
600℃ 복사열로 익혀 담백하고 촉촉한 화덕구이
<토담화덕생선구이>는 기성품 화덕이 아닌 생선구이에 적합한 화덕을 주문 제작해 쓰고 있다. 일반적인 피자용 화덕보다 훨씬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게끔 벽돌을 촘촘히 쌓아올리고, 돌로 회전판을 만들어 생선의 위아래로 골고루 열을 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생선을 구울 때는 화덕 내부 온도를 600℃로, 회전판을 200℃로 달궈 고온에서 단시간 익혀낸다. 이렇게 구운 생선은 껍질은 바삭하며 속살은 수분을 잃지 않고 촉촉하다. 김학돈 대표는 “생선구이에서 비린내가 난다는 것은 속이 완전히 익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화덕구이는 복사열을 가해 속까지 완전히 익히는 방식이므로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치, 고등어, 조기는 각각 1만6000원, 갈치는 1만8000원, 제주옥돔은 2만원이며 평일 런치타임에는 2000원 할인한 가격에 판매한다. 생선은 지방질이 두터운 대서양 노르웨이산 고등어, 낚시 방식으로 조업한 세네갈산 갈치 등을 선별해 쓴다. 또한,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양을 미리 작업해두기보다는 그날 쓸 만큼만 작업한다. 김 대표는 ‘선입선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생선은 신안 천일염으로 간을 하고 16시간 동안 숙성한다. 김 대표는 “숙성한 것과 숙성하지 않은 것은 때깔부터 다르다”며, “잘 숙성된 생선은 구워 보면 껍질이 윤기 나는 황금색을 띈다”고 숙성을 강조했다.
전화 (02)2686-2229 주소 경기도 광명시 오리로854번길 22
김학돈 대표가 알려주는 화덕 생선구이 비법
▲ 천일염으로 간하기
해동한 생선은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은 뒤 1시간가량 흐르는 물에서 핏물을 뺀다. 생선 살 쪽에 천일염을 뿌리고 물을 부어서 5시간 정도 두고 간이 배게 한다.
▲ 숙성 후 손질하기
생선을 체에 밭쳐서 물기를 빼고 그 상태로 약 16시간 숙성한다. 생선 등에 X자로 깊은 칼집을 낸다. 칼이 닿으면 생선살이 물러지기 시작하므로 칼집은 미리 내두지 않는다.
▲ 화덕에서 6분간 굽기
600℃로 예열된 화덕에 넣고 약 6분 동안 생선을 앞뒤로 뒤집어 가며 굽는다. 비교적 기름기가 적은 갈치를 구울 때는 팬에 식용유를 바르고 30초 정도 더 구워야 한다.
▲ 레몬즙 뿌려 담아내기
생선구이는 일반 접시가 아닌 뜨거운 철판에 담아 제공한다. 조리가 완료되기 전에 철판을 핫플레이트에 올려 예열해둔다. 레몬 슬라이스를 얹고 레몬즙을 뿌려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