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레'의 리코타 치즈 샐러드(아래)와 허니 아몬드호두 파니니(위), 청포도 주스.
'몬스터 로스터스'의 곡물 필터에 통과시켜 커피 특유의 쓴 맛을 억제한 케멕스 드립커피.
'별채에서'의 구운 가지와 치즈, 양상추, 토마토가 잘 조화된 베지테리안 샌드위치.
'별채에서'의 점심특선으로 가장 인기있는 까르보나라.
카페 '스토레'
카페 '별채에서'
카페 '몬스터 로스터스'
우리는 무심코 커피를 마시러, 와플을 먹으러, 샌드위치를 먹으러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드나든다. 전국의 어느 매장에서나 똑같이 표준화된 맛과 획일화된 인테리어, 익명의 바리스타가 만드는 비슷한 커피향에 서서히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독자적인 개성과 다원주의를 지상목표로 삼는 시대, 과연 우리의 카페문화도 그러한가? 천편일률적 프랜차이즈에 반기를 든 창원지역의 이색적 카페 세 곳을 찾아가본다. 글= 김유경 기자·사진= 전강용·김승권 기자
■강남스타일 따라잡고…
▶ 프리미엄 샌드위치 카페 ‘스토레’
☞ 특징: 한국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서울 강남. 이곳에서 인기있는 카페 형태를 그대로 벤치마킹한 ‘스토레’는 수식어부터 ‘프리미엄 샌드위치 카페’다. 밥 한 끼에 버금가는 양과 영양가를 가진 ‘파니니’라는 이탈리안 샌드위치를 주력상품으로 한다. 현재 경남에도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파니니’라는 품목이 선을 보이지만 맛과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 이 때문에 최혜림 대표가 파니니에 관련된 모든 메뉴를 자체개발했다. 얼핏 보면 프랜차이즈 같지만 창원점이 제1호점인 본점이다. 일본 나고야나 도쿄 등지에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보편화된 따뜻한 샌드위치에 병맥주나 생과일 주스를 곁들여 먹는 브런치 문화가 한국으로 건너와, 이미 서울에는 이런 형태의 카페가 심심찮게 등장했다. 모든 빵은 셰프가 직접 구워내며 풍부하게 발효된 모차렐라 치즈도 미국에서 일주일마다 직수입한다.
☞ 대표 메뉴:‘파니니’는 오징어먹물빵, 곡물빵 등 다양한 빵 속에 필수적으로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넣고 다양한 고기와 채소를 첨가해 따뜻하게 데워먹는 샌드위치다. 샐러드, 피클과 함께 제공된다. 4종류의 파니니가 골고루 잘 나가지만 그중에서도 ‘허니 아몬드호두 파니니’가 단연 인기. 아몬드와 호두가 뿌려진 바삭한 빵 안에 갖가지 잎채소와 잘 구워진 양파, 애호박이 모차렐라 치즈와 함께 첨가되며 달콤한 꿀이 고명처럼 빵 표면에 뿌려진다. 주문을 받은 후 셰프가 직접 만드는 홈메이드 방식이며 일체의 첨가물을 넣지 않아 깔끔하다.
☞ 즐기기 포인트: 남유럽처럼 광장을 안으로 끌어들인 듯 벽돌을 재료로 내부를 꾸미고, 셰프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모두 보이도록 부엌이 개방돼 있어 이국적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생과일 주스 메뉴 중 독특하게도 청포도 주스가 있다. 탄산이나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청신한 청포도 주스와 파니니는 환상의 궁합이다.
☞ 맛집 정보: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74-6 신텍타워 1층 105호 / 영업시간 오전 7시~밤 10시 / ☏ 263-0560 / 허니 아몬드호두 파니니 6900원·생과일주스 4500원
■눈과 입이 함께 즐겁고…
▶ 갤러리 카페 ‘별채에서’
☞ 특징: 최근 십여 년 새, 갤러리를 겸하는 카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림이 본격적으로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부터다. 하지만 대부분은 ‘허울 뿐인 갤러리’를 가미한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는 것이 사실. 혹은 전시에 너무 치중해 정작 먹을거리가 형편없는 경우도 있다. 또 전시공간과 티 테이블이 뒤섞여 전체적인 품격이 떨어지기도 한다. 갤러리 카페 ‘별채에서’는 전시와 맛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전시와 음식을 내가는 공간이 엄격히 나눠져 있을 뿐 아니라, 강운, 함명수 등 한국화단에서 소위 ‘핫한’ 작가의 신작을 감상하러 오는 고객과 담백한 음식맛에 반해 이곳을 찾는 고객이 고르게 단골층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 대표 메뉴: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특선으로 커피와 함께 나가는 까르보나라, 그리고 베지테리안 샌드위치가 단연 인기 품목. 정해욱 대표가 특급호텔 셰프에게 전수받은 까르보나라 제조의 비책은 육수 제조에 있다. 7시간 이상 닭을 넣어 우려낸 육수를 가미하는 것. 조미료를 넣지 않기 때문에 프렌차이즈 스파게티에 길들여진 사람은 심심하다 느끼기 쉽다. 베지테리안 샌드위치는 구운 가지와 양상추, 토마트, 치즈를 곡물빵에 끼워 오븐에 구워낸다. 맛의 비밀은 첨가된 갖가지 소스의 비율. 혀끝에서 느껴지는 재료들의 풍미가 기대 이상이다. 커피는 서울 반포에서 소규모로 로스팅하는 장인에게서 소량으로 제때제때 받아서 쓴다. 색은 진하지만 마셔 보면 연하다.
☞ 즐기기 포인트: 그림만 볼거리가 아니다. 파스텔톤이 특징인 셀트만 바이덴 식기와 덴마크제 목가구도 눈을 즐겁게 한다. 인테리어는 심플하고 튀지 않지만 개성이 있고, 조각공원과 탁 트인 바다가 멀지 않은 지리적 이점 때문에 늘 차분한 분위기로, 담소를 나누기 좋다.
☞ 맛집 정보: 창원시 마산합포구 제2부두로 17 현대아이파크 상가 1호 / 영업시간 오전 11시~밤 8시 / ☏ 242-1902 /베지테리안 샌드위치 8000원·까르보나라 점심특선 1만 원
■진짜 커피맛을 즐기고…
▶ 커피 전문점 ‘몬스터 로스터스’
☞ 특징: 보통 커피 전문점 메뉴에서 발견할 수 있는 품목은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페모카, 카라멜마키아토 정도다. 하지만 ‘몬스터로스터스’에서는 이보다 더 ‘커피의 본질’에 가까운 메뉴를 선보인다. 클레버 커피 드리퍼, 프렌치 프레스, 케멕스, 하리오 등. 이들은 커피 자체가 아니라 커피 추출 도구의 이름이다. 즉, 원두를 어떤 도구에서, 얼마나 오래, 얼마만큼의 물과 배합하느냐에 따라 커피맛이 달라진다는 사실과, 그 모든 공정이 최종적인 커피 맛을 결정한다는 철학을 견지하는 카페다. 아울러 ‘밥값보다 비싸진 커피값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들자’는 생각에 박성환 대표는 커피류 일체 가격을 3000원대로 책정했고,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엔 2000원으로 대폭 내려 받는다.
☞ 대표 메뉴: 단연 드립커피가 인기. 출근길에 뜨겁고 진한 드립커피를 테이크아웃을 해가는 단골고객이 많다. 아예 보온병이나 개인 용기를 가져와 담아가는 이들도 종종 있다. 모든 커피는 더블샷(Double shot)을 기본으로 하며, 뜨거운 음료와 차가운 음료 모두 동일한 가격이다. 곡물 필터에 통과시켜 커피 특유의 쓴 맛을 억제한 케멕스, 소용돌이 치는 와류를 이용해 커피를 재빨리 내림으로써 정직한 맛을 내는 하리오, 필터 없이 물만으로 커피를 내려 깔끔한 맛을 내는 프렌치 프레스, 커피와 물을 배합하고 비교적 긴 시간을 기다려 진한 맛을 얻을 수 있는 클레버 커피 드리퍼 모두 고루 인기있다.
☞ 즐기기 포인트: 폐쇄된 곳 없이 개방적인 카페의 공간 구성이 이채롭다. 때문에 북미대륙의 소읍에 자리한 작은 바(bar)를 연상케 하는 정취가 있다. 더욱이 본래 로스팅 공장이었던 공간을 카페로 만들면서, 생두를 넣던 통이나 로스팅 기계가 인테리어 소품처럼 기능해 빈티지한 분위기를 풍긴다. 몬스터로스터스에서 직접 디자인한 테이크아웃 컵과 가방도 눈여겨볼 만하다.
☞ 맛집 정보: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 44-16 / 영업시간 오전 9시 30분~밤 9시 30분 / ☏ 070-8790-8980 / 커피류 3500~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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