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새롭게깊게>10월16일 물날 도서관일기
지난 시월 십이일 흙날 배움터 논, 벼베기를 했지요. 전날 창작판소리 공연을 하신 임진택선생님과 이윤선고수님, 함께 오신 양선생님께서 벼베는 곳에 오셔서 감동하고 가셨습니다. 사랑어린 길벗들의 발걸음이 고맙습니다.
십사일부터 <말씀과 밥의 집>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를 통하여 '석오문화재단(한국콜마'의 기부로 이루어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움터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다시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쾌적하고 깨끗한 <말씀과 밥의 집>을 곧 만나게 될 것 같아요. 다음주(이십삼일)까지 공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공사하시는 분들과 애써 주시는 분들께 마음 모아 주시게요.
[우퍼 코리아]를 통하여 경남 김해 한림에 있는 공립형대안학교인 금곡고등학교에서 다섯동무(유경, 영린, 나린, 선경, 민서)와 강지혜선생님께서 오셨어요. 사랑어린마을배움터의 교육과정 등 궁금한 것들을 모아 인터뷰하러 오셨답니다.97번 버스를 타고 유룡마을에서 내려 사랑어린동무들과 함께 걷기명상을 하고 관옥나무도서관으로 왔습니다. <나무와 말하다> 그림책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왜 이곳으로 오게 되었나? 마음공부는 무엇인가요? 하는 질문을 받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다고 늘 말하는 '마음공부'는 뭘까요? 살다보면 생각처럼 되지 않는 일들이 많습니다. 또 버릇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일이 다반사지요. 제발 마음이 내 말을 잘 들으면 좋겠다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요. 내 마음을 잘 다스리고 싶어요. 그래서 알아차릴 뿐이라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학생입니다. (사실 이것도 잊을때가 많아요)
우리 금곡고 길벗들 덕분에 다시 제 '마음공부'를 헤아려보는 시간을 갖게 되니 고맙습니다.
저녁에는 <일꾼연극>을 했어요. 구정과 민들레, 유천과 자허가 모였습니다. <강아지똥>을 낭독극으로 준비중입니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대본을 읽어가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한바퀴를 도는데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졌지요. '감나무잎'이 들려 주는 말은 필시 제게 들어 주는 말이었거든요. 슬피 우는 강아지똥한테 감나무잎이 말합니다. "우리가 모두 떨어져 죽어야만 엄마는 내년 봄에 아기이파리를 키우거든." 그렇지요. 이 순간이 언제까지나 이어지지 않잖아요? 고정된 것은 없어요. 떨어진 감나무잎이 바람에 이리저리 떠돌다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저도 지친 몸과 마음을 잡고 있지 않아야겠구나. 몹쓸 것들을 붙잡고 있지 않아야겠구나. 내 몸에 힘을 빼는 것들을 잘 알아차리고 싶습니다.
내일부터 나흘간 마음공부하러 떠난 구정한테 빛 보냅니다.
우리는 사랑어린 연금술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