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blog.naver.com/bookbook21c/220121478001
저 비장하게 싸우기 싫어요.
그럼 정말 정신병 걸릴 것 같아지거든요.
명랑하게 싸울겁니다.
어제 트위터로 제가 사고를 좀 친 것 같은데 친 김에 공유하고 싶어진 글이 생겨서 공개하려구요.
박희태 성추행 사건 관련해서 제 사건과 맞물리는 지점이 많아 어제 좀 많이 흥분했었는데
제가 "다 잊고 행복 찾아가는게 낫지 뭘 일년씩이나 싸우고 앉아 있는 것냐 녀석아."하는 말을
지금 주위에서 많이 듣고 있는 터라 (특히 추석때!!!!!!!!!!!!!!!)
제가 왜 싸우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통해 지난 3월에 어느 매체에 기고했던 글을 공유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권력에 의한 약자에 대한 성추행>이 없어지는 그날 끝까지
이 싸움을 함께할 힘이 제게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고 시간이 또 흘러서 지금의 상황과는 조금 다르지만
제가 싸우는 이유에 대한 골자는 다르지 않아서 수정 없이 올립니다.
저 글을 쓸 때는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간 때쯤이었는데
지금은 가해자(였던 사람이라 해야하나... 혐의없음 판결을 받았으니 혐의없음자라 해야하나.
아니면 그러고도 1년만에 회사에 무탈하게 복귀했으니 진정한 그 출판사 2인자라 해야 하나.)
여튼 수습사원이었던 제게 나쁜 짓을 했던 인사권자,라고 해두죠.
그 인사권자는 결국 검찰 수사까지 받은 후 혐의 없음 판결을 받았어요.
저는 이후 변호사님을 바꾸었고, 현재 재정신청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 사건은 재판조차 열리지 않는 것이고
재판이 열리지 않으면 이 싸움은 완전히 종결 나는 것이고
그 회사에 지금 다니고 있는 여성분들은 복귀한 그 인사권자에 의해
계속 그 성폭력의 재발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해야겠지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려 합니다.
그래야 질 때 지더라도 후회가 없지 않겠어요?
그리고 혹여 제 싸움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앞으로 계속해서 싸우는 분들이 나올 거라 믿으며,
그렇게 세상은 결국 조금씩 변할 거라 믿어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모두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성폭력 특례법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아래 올리는 글은 너무 길어서 가독성 떨어질텐데..................
그래도 일단 올려봅니다.
많이들 읽어주세요.
취약한 노동 여건 속에서 일하고 계신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 약자분, 인턴, 수습사원, 막내사원 등등
그 외 위력을 부적절하게 휘두르는 상사가 있는 모든 직장인 분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게도 힘 좀 주세요!
저 아직 한참 더 싸워야 돼요.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싸움의 의미
- 거의 전부에게 일어나는 일, 일어나도 아무도 모르는 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잡지의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코너에 저를 도와주시는 모 활동가님의 부탁을 받아 기고했던 글입니다.
싸움을 시작하면서, 그간 소명을 가지고 임해왔던 직업을 잃게 되었다. 소중히 여겨온 직장과 동료, 업무상의 인연들도 잃었다. 물론 버는 돈도 끊겼다. 경력 단절은 오늘도 하루만큼 더 진행 중이다.
가해자와의 싸움도 싸움이지만, 나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혼돈을 지켜보는 일 또한 못지않게 고되다.
피해 직후 혼란스러운 감정을 이겨내지 못해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었고, 불면, 우울 등 건강을 위협하는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다. 미래에 대한 실질적인 걱정의 무게도 버겁다. 그리고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염려를 바라보는 참담함, 또 그들을 다독이며 나의 선택을 끌어안고 홀로 앓는 쓸쓸함도 숙제다. 불안에도 점점 익숙해진다. 오늘도 사건에 대한 소문은 사실과 허구가 마구 뒤엉킨 채 내가 종사했던 업계를 종횡무진 달리는 중이리라. 한때 포털사이트에서 내가 다녔던 회사 이름을 검색하면, 내 이름, 가해자 이름이 줄줄줄 연관검색어로 나타나 혼비백산하기도 했다. 스스로에 대한 프라이드는 아무리 애써 봐도 자꾸만 낮아진다. 사건 직후 입은 타격과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 중에 겪는 어려움을 지금 시점에서 정리해보면 얼추 이 정도인 것 같다.
2년 4개월동안 근무한 회사에서 나를 둘러싸고 일어난 사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대한 수사가 이제 막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갔다. 곧 가해자와의 두 번째 대질신문이 있고, 재판이 열리게 되면 앞으로 또 시간이 얼마나 걸리게 될지 알 수 없다. 어렴풋이 짐작만 해볼 뿐이다. 지난한 과정이다.
소송으로 본의 아니게 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평판 좋은 회사에 입사해서, 그토록 하고 싶던 일을 하며 꿈에 다가가고 있는 줄로만 알았더니, 탄탄대로 걸으며 점점 더 멋있어지고 있는 줄로만 알았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내게 묻는다. 그리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대부분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이 슬며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알고 나니, 그들도 용기를 얻게 되는 걸까.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 건데 말이야.”, “OO이(배우자)도 모르는 일인데 너만 알고 있어.”로 시작되는 식이다. 학생 때 길에서 만난 바바리맨, 대중교통에서 만난 치한에 대한 이야기 정도가 대부분이지만, 회사에서의 강도 높은 성추행, 학창시절의 강간 등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내다 울어버리는 이들도 꽤 있다는 사실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큰 사건이었든 비교적 경미한 사건이었든 간에 그들의 공통점은, 아무리 오래된 일이어도, 아주 경미한 사건이어도 결코 잊지 않고 있다는 점, 당시 합리적인 대처를 해볼 수 없었다는 점, 그렇다 보니 트라우마를 오롯이 껴안고 살아가는 중이라는 점이었다. 수습사원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고 다녔다거나,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아 개인적인 사정이 생겼다는 거짓말로 직장을 관둔 후 다른 일을 구했다거나, 가해자인 교수에게 본인의 학위가 달려 있었다거나, 경찰서까지 갔지만 부모님이 아시고 놀랄까봐 서둘러 합의하고 끝냈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상당히 많은 수의 여성들이 내가 당한 피해에 버금가는, 또는 그보다 더한 피해를 입고도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성폭력에 정면으로 대처했을 때 피해자가 감당하게 되는 것들은 이 글을 시작하며 길게 적어 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악질적인 사건의 경우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대단할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는 여러모로 침묵이 ‘효율적’이라 자신을 세뇌시키며 상처를 견디게 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데 ‘침묵의 효율’에 의구심이 들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동일한 가해자로부터 추가 피해자가 생겨버린 것이다. 커다란 죄책감이 나를 덮쳤고, 나는 늦었지만 무엇이 진정 소중한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얼마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결국 나는 고소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추가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고, 그보다 큰 이유는 견디지 말았어야 했던 것을 견딘 나에게, 나 자신의 지난 1년(나는 고소장을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1년 후, 고소 가능 기한을 일주일 남짓 남겨두고서야 접수했다)에게 늦게라도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덧붙여 내가 꿈꾼 최종의 이상적인 그림은 나를 포함한 회사의 모든 여직원들이, 유해한 상사가 사라진 직장에서 마음 편히 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왕 고생하는 것, 회사뿐만 아니라 업계에도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네 가지 중 세 가지는 얼추 이루어지는 중인 것 같다. 그러나 유해한 상사가 사라진 직장에서 마음 편히 일하고 싶다는 소원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상이라는 것이 자주 그렇듯 허무하게 무너졌다. 대표이사가 심복으로 여기는 이들로부터 자행되는 조직적인 괴롭힘 (사내 정치꾼들의 ‘알아서 기는 행위’였을 수도 있겠지만)으로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데다, 나를 돕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피해주기 싫은 마음도 더해져 결국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홀가분하다. 극복해야하는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그보다 더 큰 홀가분함이 지속되고 있다. 가해자 고소 이후, 회사는 CEO고 직원이고 할 것 없이 어처구니없는 처신들로 내게 여러 번 더 상처를 주었지만 덕분에 나는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그곳의 실체를 바로 볼 수 있게 되었고 미련 없이 놓을 수 있었
다. 그곳은 그 후 반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인재 이탈이 활발하다. 직원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줄 의지가 없는 일터가 밟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종종 상상한다. 내게 매달 나가야 하는 월세, 할부금, 아픈 가족의 병원비, 엄한 시댁, 피해를 털어놓아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은 배우자, 돌봐야할 자녀 중 하나라도 있었다면 겁 많은 내가 밥그릇 잃어가며 싸울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또 나의 싸움을 지지하고 도와주는 가족들, 친구들, 활동가분들이 없었다면 내가 잘 해나갈 수 있었을까. 첫 대질신문이 있었던 날, 고향에 계시는 아버지가 생업도 미뤄두고 함께 있어주기 위해 올라오셨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내뱉는 가해자의 말을, 아버지는 내 손을 꼭 잡고 끝까지 함께 견뎌주셨다. 조사가 끝나고 아버지를 배웅하는 길, 능청스레 웃으며 “딸 키우기가 만만치 않지, 아빠?”하고 물었더랬다. 아버지는 역시 능청스레 웃으며 “그래. 버겁다 이놈아.” 하셨다. 무겁고 무거운 상황 앞에서, 우리에게 능청 말고는 답이 없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싸울 여건이 안 되어 울분을 삭히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 그들을 자주 떠올린다. 싸울 여건이 되는 것도 행운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싸움이 힘들 때마다 나는 내 마음대로 내가 그들의 대표주자라고 상상한다. 그들이 나를 밀어주고 있다고, 그렇게 상상하면 조금 덜 힘들어진다.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내게 과거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어렵게 털어놓은 이들은 꼭 그 날 밥을 사고, 커피를 산다. 그때마다 나는 성찬 앞에서 싸움닭이 고추장 먹는 것 같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 헤어질 때면 내가 고개를 돌릴 때까지 힘껏 손 흔들며 배웅한다. 그저 기분 탓일까. 그들의 인사는 묘하게 결연하다. 정면돌파할 수 없었던 당시의 자신을 대하듯, 자신의 상처를 돌보듯 나를 대한다.
이 싸움은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내가 그들에게 이 소송을 잘 이겨보여서, 정면으로 부딪쳐볼 수 없었던 그들도 과거의 그들 자신과 화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본다.
이제 전체의 1/3쯤은 온 것일까? 규칙적인 생활을 못해서 엉망이 되어버린 생체리듬을 스스로가 한심해하고 있는 것만 빼면, 그럭저럭 순항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생의 한 가운데를 올바로 걷고 있다는 긍지를 가지고 산다. 실망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용기도 잃지 않았다. 이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싸움을 시작했지만 나는, 아니 싸움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이 정도라면 내 ‘싸움의 효율’도 괜찮지 않은가 싶다.
그리고 이 글은 반드시 가해자 및 회사 눈에까지 들어가겠죠.
그 회사가 또 한 사찰 하거든요.
2차 가해 그때 당시에도 충분히 받았는데
제 멘탈도 그때랑은 많이 달라져서 추가적인 2차 가해 두렵지 않습니다.
제게 비상식적으로 나오면 저도 더 터트릴 녹음파일 많이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직빵으로 제 탄원서 그대로 올릴까요?
참고로 A4 용지 열장이에요. 읽어본 사람들은 다 울던데.
여차하면 올립니다.
죄를 지었으면 이미 일어난 일, 처신이라도 똑바로 하세요.
당신들 세계 안에서는 너무도 당연했던 것들을
대중들은 어떻게 바라보는지 우리 같이 구경해 보죠.
우리 함께 끝까지 가봐요.
그래도 한때는 존경씩이나 했던 대표님 및 인사권자님.
지금도 선연하네요.
저의 어머니는 대한민국에서 발행부수 가장 많은 모 신문에 나왔던
그 출판사 CEO의 전면 기사를 오려 주시면서
너도 나중에 이런 멋있는 여성CEO가 되렴, 하셨었답니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고 패기 넘치게 지원했더랬죠. 27살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177명 중에 뽑힌 단 한명의 마케팅팀사원이었다던가요?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연세대 나온 어떤 분을 제치고 뽑혔다대요.
전 지방대 나왔는데, 자랑스러웠죠. 잘 하고 싶었는데 말예요.
근데 미안해요 엄마.
내가 언젠가 어디서든 리더를 할 순 있겠죠.
그치만 저런 인사권자를 단 1년만에 복직시키는
저런 비윤리적인 리더는 절대 되기 싫어요.
[출처] 박희태 캐디 성희롱 사건을 바라보며, 제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꺼내봅니다|작성자 때론 난감한 북북춤
자기계발 분야에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유명 출판사가 정직원 전환을 앞둔 수습사원을 성추행한 일로 사직한 고위 간부를 최근 복직시켰다. 전국언론노조 출판분회는 “사내 성폭력에 면죄부를 줬다”며 고위 간부 징계와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로 했다. 강 분회장은 “이 출판사는 업무력 테스트를 빙자한 상무와의 술자리를 거친 뒤 정규직 전환이 최종 확정되는 일이 빈번했다”며 “정규직 전환을 앞둔 수습사원이 저항하지 못해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2014.9.18
수습사원을 성추행한 일로 사직한 고위 간부를 복직시켜 논란이 인 출판사 ‘쌤앤파커스’의 대표가 경향신문의 보도(2014년 9월17일자 12면)가 나간 뒤 자사 블로그에 사과문을 올렸다. 2014년 9월 22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