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빨리빨리?
저번 방송 설교 때에 말씀드렸던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 전승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왕이 되어 전쟁을 할 때마다 승승장구하던 다윗 왕이 어느 날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보석 세공인을 불러 명령했습니다. “반지를 하나 만들어 거기 내가 승리했을 때는 기쁨을 억제하여 감정을 다스릴 수 있고 패배해서 절망에 빠져있을 때는 다시 기운을 북돋을 수 있는 문구를 새겨 넣어라.” 세공인이 반지는 만들었지만 그 문구를 넣을 지혜는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지혜롭다고 소문난 솔로몬 왕자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죠. 왕자가 준 글귀가 이것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틴어, Hoc quoque transibit) 이 말은 힘들 때만 쓰는 말이 아닙니다. 불행이 닥쳤을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스스로 위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고 겸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음을 동양에선 “항상심(恒常心)”이라 표현했죠. 어떤 경우이든 한결같은 마음, 감정을 유지하며 사는 것이 성숙한 사람이며, 행복의 비결입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기독교인의 미덕입니다. 성경에도 이런 권면이 많이 나옵니다. 제가 좌우명으로 삼는 말씀이죠.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6-18)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뜻’은 사실 그렇게 거창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뭔가 비까번쩍한 일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지금 바로 그 자리에서 기뻐하며, 기도하며, 감사하며 산다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삶입니다.
그러므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빨리빨리 이 어려움의 때가 지나가라는 주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생살이란 산 너머 산이고, 강 건너 강이지 않습니까. 또 다른 어려움이 지금 번호표 타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 놈이 더 센 놈일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 ‘빨리빨리 지나가라’, 그러면 인생이 허망해집니다. 고난으로부터 도망하게 해 달라고 떼를 쓰기 보다는 이 고난도 이길 수 있는 믿음을 달라고 기도합시다. 주여!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어 우리를 도우소서!☺
(2020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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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혹시라도 잊어버릴까봐
냉장고 문에 살전 5:16-18 말씀을 프린트하여 붙여두었건 시절이 있었습니다ㅎ
지금은 마음에 항상 담아두고 살고 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양면성을 다시 생각합니다.
한쪽 면만을 주로 생각했었는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