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화, 별나라 우산 - 《예술가》 가을호

[엉겅퀴(이영숙)]

별나라 우산

임영화

우산을 접었다 폈다

수없이 반복하면

겨드랑이에 근육이 붙을까요

드디어 낙하산이 될까요 피가 돌까요

아스라한 빌딩 옥상에서

우산을 펼쳐 뛰어내리면

발아래, 아! 카파도키아 펼쳐질까요

가오리연이 유영하던 공중의 유산입니다

바람의 찰진 공략을 못 이겨내고 끊긴 연줄을

잊지 못하는 손 마디마디

열기구를 타고 구름을 만져보네요

가오리연 지나간 길이 철삿줄처럼 만져집니다

가을밤에는

별나라 우산들이 자주 내려와

풀밭에 널리고 울타리에 걸쳐져도

새벽이슬처럼 몸을 털고 올라가 밤이면 다시 돋곤 하는데

잃어버린 꿈의 정원

낙하산은 다시 날아오를 수 없는 건가요

한 번 저문 왕국이 심연으로

바람에 꾹꾹 밀리며 날아내립니다

은하가 펼쳐지는 곳

유년의 별이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