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손자 어린이집 운동회를 다녀왔다. 몇개월 전부터 예고되어 있어 그전에 집사람으로부터 통보를 받았고 어제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손자가 운동회를 하는대 왜 내가 설레이고 기대가 되는 걸까? 손자 사랑, 동심의 나래, 자식 사랑 이모든 것들이 합쳐진 마음 때문이 아닐까? 장소는 집에서 20km 떨어진 군민 체육관, 시간은 오후 2시반부터였다.
토요일 업무차 늦게 퇴근하여 평소보다 취침시간을 한참 넘겨 2시간정도 잠을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일상 루틴을 행한 후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에 푹 자려고 했으나 잠이 오지 않아 1시간정도 설잠을 자고 일어났다. 그런데도 몸이 그다지 피곤하지 않았다. 역시 몸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컨디션이 좌우되는가 보다 하고 조금 일찍 점심 식사를 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집사람은 며느리가 운동회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에 그냥 참석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내 정서상 그건 아니라고 우기면서 마트에 가서 손자가 좋아하는 과자랑 먹을꺼리를 샀다. 그리고 1주일 전에 흰색 티셔츠를 준비하라고 했다. 그이유는 운동회는 언제나 청백전이기 때문에 청팀은 검은색, 백팀은 흰색을 입어야 한다고 했다.
평소 매일 러닝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운동복이 있지만 공교롭게도 흰색은 없어 이참에 구매를 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체육관에 도착하니 백명 이상의 가족들이 참여하여 운동회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마치 어릴 때 운동회 추억이 떠 올랐다. 시종일관 청백전으로 이루어져 희비가 교차되었다.
3~6세의 어린이, 30~40대의 부모, 60~70대의 조부모들이 한데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모임은 유독 어린이집 운동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 젖먹은 힘을 다해 열심히 달리는 모습, 승부에서 이겨서 즐거워하는 모습 등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고 귀여웠다.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종일관 셔터를 눌렀다.
3시간 반동안 휴식시간 없이 논스톱으로 치러진 운동회는 어린이들 답게 에너지가 넘쳤다. 운동회의 하일라이트인 계주시합이 마지막에 열렸다. 어린이들 10명, 선생님들 4명, 엄마들 10명, 아빠들 10명이 참여 하여 트랙을 도는 경기였다. 물론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은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가 달리면서 진행자가 제시한 것을 지키면서 달려야 한다.
즉, 첫 주자는 몸빼이 바지를 입고 뛰면서 골인지점에서 다음 주자에게 바턴을 넘길 때는 몸빼이 바지를 다시 갈아입고 바턴도 자기 키보다 큰 바람풍선 바턴을 들고 뛰다가 어느 지점에서는 뒤로 덤블링을 해야 하고 또 어느 지점에서 무릎에 삼각대를 걸치고 오리걸음으로 뛰어야 했다.
각 팀별 17명의 주자가 달리다 보니 승부는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간을 조렸다. 결국은 청팀의 승리로 끝났다. 마음 같아서 조부모들도 합류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이었다. 손자보는데 할배가 51년간 쌓은 실력을 보여 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주최측에서 할매, 할배들을 위한 게임 하나를 단체로 시켜 주어 체면을 세웠다.
엄마, 아빠들이 줄다리기 대회도 볼 만했다. 아이들은 너무 어려 이 시합을 하면 다칠 우려가 있어 부모들에게 위임한 것이다. 먼저 엄마들이 각팀별 30명씩 출전하여 단판승으로 끝내고 이어 아빠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한다. 이 시합에서도 청팀이 모두 이겼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시합에 임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 아빠들 못지않게 용을 쓰는 모습들이 보였다.
이날 치뤄진 게임은 약 10종목 이상으로 응원 점수를 포함하여 내가 보기엔 청팀이 종합 우승을 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자는 아이들의 정서를 감안하여 무승부라고 발표를 했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이렇게 열심히 함께 하면 공동 우승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한 진행자의 재치였다고 생각한다.
행사가 끝나고 손자와 우리들은 기분이 한층 고무되어 맛있는 음식을 먹으로 갔다. 손자가 좋아 하는 단골 음식집에 가니 대기자들이 너무 많아 하는 수 없이 손자의 양해를 구하고 손자 아빠 단골집으로 가서 맛있게 먹었다. 배가 너무 불러 걸어서 가겠다고 하니 손자가 끝까지 일정거리 바래다 주겠다고 했다.
5살 꼬맹이가 오늘 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스럽고 어른스러웠다. 덕분에 너무 즐거웠고 이렇게 글까지 쓸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 항상 그날처럼 그런 기분으로 튼튼하고 멋지게 살아 가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