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명산은 물론 도심 한가운데서도 쉽게 절을 볼 수 있는 요즘이지만 최근 조계종 사태 이후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불교 용어 가운데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것들이 많다.
우리나라 최대 불교 종파인 조계종은 25개의 큰 절을 본사로 하여 전국을 25개 교구로 나눈다(제20교구는 비어 있는데, 원래 선암사가 교구본사였으나 태고종과의 갈등으로 본사에서 해재됐다). 25개의 본사 밑에는 1700여 개의 말사가 있으며 어느 절에나 들어가면 그 절의 최고 책임자인 주지를 만날 수 있다. 자주 등장하는 방장, 조실 등의 용어도 쉽게 말하면 절의 최고 어른을 가리키는 말이다. 단지 소속된 절의 크기와 성격에 따라 용어가 달라지는 것이다.
방장은 총림의 최고 책임자이다. 총림이란 불교계의 3대 교육기관인 강원과 선원, 율원을 모두 갖추고 있는 큰 사찰을 말한다. 강원은 불경을 집중적으로 수학, 선수하는 곳이고, 선원은 선을 닦고 선어록을 공부하는 곳, 율원은 불교의 계율을 전문적으로 학습하는 곳이다.
총림은 원래 ‘많은 비구가 한곳에 화합하여 마친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룬 것과 같다’는 뜻의 범어 ‘vindhyavana’에서 왔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 양산 통도사, 예산 수덕사, 장성 백양사, 대구 동화사, 하동 쌍계사, 부산 범어사 등 8개 사찰이 이에 해당한다. 해인사는 해인총림, 송광사는 조계총림, 통도사는 영축총림, 수덕사는 덕숭총림, 백양사는 고불총림, 동화사는 팔공총림, 쌍계사는 쌍계총림, 범어사는 금정총림으로 불리며 이런 총림의 최고 어른인 방장은 스님들 가운데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에 비해 조실은 강원이나, 선원 중 적어도 하나만 있는 사찰의 큰 스님을 일컫는다. 예컨대 방장이 종합대학교 총장이라면 조실은 종합대학이 아닌 대학의 학장격이다.
25개 본사와 1700여 개 말사 위에는 이를 총괄하는 종단 집행부인 총무원이 있고 다시 이 위에는 불교계의 정신적 지주인 종정이 있다. 국가에 비한다면 종정과 총무원장은 내각책임제 하의 대통령과 국무총리에 해당한다. 여기에 하원에 해당하는 81명으로 이뤄진 중앙종회가 있고 일종의 상원과 같은 원로회의가 더해진다.
조계종단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종헌에 따르면 총무원장은 직원 및 사찰주지 임명, 종단과 사찰에 속한 재산 관리와 처분 승인, 예산 승인 및 중요 사찰의 예산 조정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원로회의는 원래 승랍(승려 경력) 40세, 세속연령 65세 이상의 원로 비구로 이뤄진다. 종헌에는 원로회의가 종헌 개정, 총무원장에 대한 인준 및 불신임 결의, 중앙종회 해산 제청권, 종단 주요 종책의 조정 등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최고권위 기구로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