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부는
남북으로 달리는 애팔래치아
산맥과 대서양 해변을 따라 마을과 도시를 만들고
강을 따라 대륙으로 들어가면서 생긴 도시와 마을이기에.. 산과 바다,
강을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은 친숙한 지형입니다만.. 크기가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죠.
지도에서 보는 붉은 선인 남쪽의 플로리다에서 북쪽의 메인으로 이어진 95번 하이웨이 길이는.. 약 2,400 마일[4.000 Km]
이라 하니.. 345 마일인 서울에서 부산 거리의 7 배가 됩니다.
요새는 서울에 살면서 부산에 다녀오는 게 하루 안에 가능하지만.. 그리하면 피곤하잖아요?.. 그러기에
뉴욕에서 차로 당일이나 일박이일 또는 삼박사일 여행은.. 하드 트랙픽을 염두에 두면
600 마일 정도 거리 안에 있는 곳으로 정하니.. 북으로는 메인의 바 하버,
남으로는 머틀 비치, 북서로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되는 겁니다.
앞에서 살펴본 곳들은
산이 있는 곳과 바닷가를 즐길 수 있는 곳 그리고 둘 다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오늘은 뉴욕 남쪽에 있는 바닷가를 즐길 수 있는 여행이 어떨까요?^^.
좋다면.. 메릴랜드의 서울 아나폴리스 Anapolis로 떠납니다.
아나폴리스는 바닷가와 함께 식민지 시절인 18세기 미국 건축물을 구경할 수 있는 도시로..
당장 검색을 하더라도 무궁무진한 관광 정보는 금방 나오지요.
저는 아나폴리스에 있는 바닷가 레스토랑이 아닌 그 옆 동네에 있는 곳에서
인천 게인 블루 크랩을 즐기려 차를 달립니다.. ㅎㅎㅎ
작년 7월 7일 아침 7시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님 집을 찾았다.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기에^^..
목적지는 아나폴리스가 아닌 켄트 네로우 Kent Narrow.
두 도시 사이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굴 산지인 체사피크 베이를 사이에 두고 체사피크 베이 브리지로 연결되어 있다.
참고로 체사피크 베이가 시작되는 대서양 입구에 중간에 터널이 있는 미국에서는 제일 긴 다리가 있는데..
그 이름이 Chesapeake Bay Bridge - Tunnel[CBBT]
상상력 부족인가 아니면.. 정확한 이름을 선호하기 때문인가?.. 그도 아니면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자존심인가..
다른 두 다리이건만 이름이 같다. 우리나라 였다면 당연히 다른 이름으로 지었을 터인데
'제3한강교'처럼 ㅎㅎㅎ^^
이곳은 바다로 이어진 베이[만] 답게 굴 oyster로 더 유명하지만.. 우리는 비싼 굴보다 인천 게 blue crab에 입을 다신다.^^
블루 크랩은 영덕게나 킹 크랩 또는 화이트 크랩처럼 큰 게가 아닌 꽃게로 인천 게라고 난 부른다^^.
내 경험으로는 인천게보다 속살이 많지만.. 꽃게로 보면 틀리지 않는다.
차이는 살아있을 때 블루 칼라가 인천게보다 더 많다는 것.
인천에서 자랐거나 해산물을 즐기는 이들은 꽃게를 아주 맛있게 맨 손만으로 살을 발라 먹는데..
서울 사람들은 나무망치로 깨 먹으며.. 입만 바쁠 뿐 먹을 게 별로라고 서너 마리 먹다가 옆으로 돌려놓는 음식이다.
체사피크 베이는 남쪽 방향 대서양에서 버지니아 비치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메릴랜드 볼트모어를 지나 강으로 연결된다.
그 중심 도시가 메릴랜드에서는 아나폴리스와 볼티모어이고.. 두 도시 모두 유명한 관광지..
워싱톤 디시도 체사피크 베이에 연결되지 않았다면 미국의 연방 서울이 될 수 없었으리라.
그런 아나폴리스를 뒤로 하고 우리가 가는 곳은.. 물론 크랩 맛이 좋다곤 하지만..
그곳보다 유명하지도 않은 작은 항구인데.. 그 먼 길을 가는 이유는 무얼까?..
지구의 반을 날아다닌다는 철새는 왜 굳이 그리 먼 곳을 날아다니는 걸까?..
나는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그럼에도 새들은 그 먼 거리를 대대로 이어가면서 잊지 않고 날아다닌다. 어떤 경우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마치 내가 여름이면 크랩을 먹겠다고 원 웨이 4시간 반을 드라이브하여 이곳으로 가거나..
랍스터를 먹겠다고 코네티컷의 미스틱을 아니면 메인의 바 하버를 찾는 것처럼^^..
우리가 크랩 먹으로 이곳으로 간다고 하면.. 주위에서는 말없이 눈으로
아 유 크레이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박 선배님과는 수년 전 함께 다녀왔는데.. 이 분은 인천이 고향이시다.
그때도 그랬듯이.. 정확한 계획은 세우지 않고 출발했다.
점심은 오늘 가는 크랩 레스토랑에서 먹고
아나폴리스로 넘어가 걸어 다니는 지식인 선배님에게
명소에 대한 설명도 듣고.. 저녁 식사는 아폴리스에서 하고.. 영화에도
가끔 나오는 베이 브릿지를 다시 건너와 301번 도로를 타고 올라가다 적당한 곳 호텔에서 일박하고..
다음 날 아침은 그 동네 사람들이 칭찬하는 브렉ㅇ퍼스트 레스토랑을 물어 그곳에서 먹기로..
대충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을 뿐.^^..
선배님 말처럼 은퇴를 하니 있는 건 시간뿐이니..
김삿갓 부러워하지 말고.. 서둘지 않고 구경하며 이야기로 시간을 만들자는 것.
자동차 여행의 별미가 있으니..
드라이브는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게 역할이지만..
주위를 보며.. 차 안이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나누는 대화의 맛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나처럼 드라이브 자체를 즐겨 드라이브가 곧 여행 목적인 경우 있다.^^
그러기에 박 선배님처럼 아는 게 많은 분과 차로 여행하는 것은 재미있는 여행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아주 가끔 차 안에서 언쟁이 너무 커져 여행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선배님 말도 들었지만.ㅜㅜ.
지나치지 않고 모자라지 않도록 [과유불급]은 언제 어디서나 살아 숨 쉬어야 한다.
게의 살을 골라 먹을 때도 그러하니지나치면 게에 있는 가시에 찔려
고통이 생기고..
모자라면 먹는 것보다 버리는 살이 더 많다.ㅜㅜ.
게 요리는 고급 음식으로 제법 비싼데..
얘기 거리 가운데 재미있는 주제가 정치나 종교..
정치나 종교 얘기는 항상 도가 지나쳐 문제가 되는 것이니.. 그 고비를
넘기는 것이야말로 지혜 중의 지혜가 아닐는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듯이..
얘깃거리가 어디 정치나 종교뿐인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얘기 거리인데..
그뿐인가.. 드라이브 시 자동차의 잔잔한 요동은 엄마 품처럼 아늑하다..
그러니 피곤한 몸은 스르르 자장에 빠진다.
이때 드라이버는 졸면 아니 되니 옆에서도 잠을 억지로 참는 자비심이 요구되고..()^^..
그러다 보면 자동차는 목적지로 우리를 데려다준다.
그런데 지난 7월 7일 7시에 떠난 여행은 차질이 생겼다.
지난 일주일 내내 이일 저일 하다 보니.. 몸이 빨간불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피곤하면 눈이 충혈되고 눈곱이 끼기 시작한다. 그러기에 짝님은 금방 눈치챈다. 인천게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는데.. 그 증상이 나타났다. 문제는 이번 주말 역시 계획이 있다는 것. 모처럼 선배님과
함께 왔는데.. 아무래도 여기서 여행을 스톱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위급 상황이다.
박 선배님은 우리 큰 형님과 나이가 같다..
큰 형님은 44년 1월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를 겪고(^^)..
어린 시절 엄청 큰 스트레스를 받은 6.25 전쟁을 겪는 등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러기에 그 세대에게 6.25 전쟁을 일으킨 이북의 김일성 집단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철천지 웬수일 뿐이었다.
차 안에서 들려준 선배님 이야기.
미국에서 친해진 선배님 동창은 형제만 열인 고향이 함경도인 이북으로 당시 부잣집 지주였다고..
1.4 후퇴 때 동창인 친구(나이 대여섯)와 그의 어머니와 큰 누나가 월남하게 되었는데..
원산에서 마지막으로 철수하는 배를 타지 못하고.. 걸어서 월남하다..
포탄이 근처에서 터지는 바람에..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돌아가시고..
기절했던 본인과 간신히 살아남은 누나와 둘이서 월남하게 되었다고..
어린 남매가 얼마나 고생했을까?..
그럼에도 그 동창은 워낙 영리했기에 등록금이 가장 싼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그만한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결석하고.. 공사판에서 일을 했야만 등록금을 낼 수 있다는 걸 선배님은 나중에 알았다고..
대학 갈 돈이 못 갔으니.. 취직은 더욱 어려웠고.. 그래도 미국에 이민올찬스가 생겨.. 야채 가게를 하는 중
팔다 남은 과일을 섞어 샐러드를 만들어 파는 아이디어로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고..
일찍이 은퇴하고 뉴욕 업 스테이트에 살았는데.. 가정은 평온하지 않았다..
이렇게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 어찌 이북 김정은 정부에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으랴!.
6.25 전쟁은 일제 강점기만큼 우리 민족에게는
시련과 고통으로 꽉 막힌 통한으로..
이성이 끼어 들 틈이 없는
사건이다.
대한민국과 이북은 물론 연변을 포함한 발해, 고구려 지역을 하나의 연방으로 묶어야만 비로소
한민족(韓民族, Korean)의 영역이 완성된다는 고딩 일 학년 시절 일본 유학생이었다는 독일어 선생님의 간절한 목소리가 생생히
마음과 몸에 새겨진 이후..
친 이북을 너머 만주에 사는 한인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나의 마음에서 나오는 주장이기는 하지만
형님이나 선배님의 한(恨) 앞에 목소릴 죽이게 된다.
그럼에도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예서 멈출 수 없다.
박정희가 아닌 노무현 대통령인 민주당 주장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민주당이 좋다, 공화당이 나쁘다 하는 주장 이전인
A priori [선험적]다.
일찍 메릴랜드를 출발한 덕에 10시간 드라이브 길이건만 플러싱에 도착한 게 밤 9시쯤.
왕복 10시간 여행을 하루 만에 한 꼴이 되었다.^^
우리가 피곤한데.. 박 선배님은
얼마나 피곤하실까!.
모든 여행이 그렇지만 자동차 여행 역시 예기치 않은 사건이나 문제가 발생한다.
그 순간은 아찔하고 당황스럽지만..
지나고 나면 그 역시 재미있는 추억이 아닌지.^^.
모처럼 떠난 여행인데 선배님에게 미안함이 새삼스럽다.
미안합니다..()..
여행보다 더 중요한 건..
함께 여행하는 이들의 마음이 아닌가 한다.
예기치 않은 어떤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을 때 상대를 이해해 주는 마음 말이다.
그런 마음을 키우는 공부가 차 여행 안에 있다^^..
바다와 인천 게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가고픈 마음을 멈출 수 없으리라^^()..
며칠 전 지인이 화이트 크랩을 선물했다.
영덕 게나 킹 크랩과는 그 맛이 비교할 수 없다고 하지만..
냉동한 것을 녹인 것이기에 맛도 떨어지지만.. 입을 다시며 아주 맛있게 먹었다.^^
누구는 게를 좋아하고.. 또 누구는 대패 삼겹살을 좋아한다.^^.
사람 입 맛이 다르다.
될수록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으니..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도 증요하지만..
자기를 세상에 맞추는 영리한 자가 수두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