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8일 아버지 전상서(前上書)
불효자 정동희 올림
올해 가을 제 상황이 너무 안 좋게 흘러, 지난 달 저의 아버지가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오셨습니다.
주민등록 상 42년 생이시고 아마도 실제로는 더 일찍 태어나신 저의 아버지는, 올해 봄 몸이 많이 안좋아지신 관계로 일주일에 3회 신장투석을 받고 계시고 걸음걸이가 많이 불편하십니다.
2023년11월2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다리는데, 도착 열차 승객이 대부분 빠져나가는 시점에 저 멀리서 저의 아버지가 불편하게 지팡이를 짚고 서서히 걸어오셔서, 냉큼 아버지에게 갔습니다.
그리고 불편한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아주 천천히 둘이서 서울역 대합실을 횡단하였습니다.
저는 아들로서 지낸 55년간 이 순간 가슴속에서 눈물이 흘러 내려왔지만 겉으로는 울지 않았습니다.
2023년12월18일 오늘은 아버지와 저가 전화로 어떤 주제에 대해 3일째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저의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인연 때문에 지금까지 너를 이해하고자 많이 노력했다만, 앞으로는∼(중략)”
제가 미래의 아들에게 아버지가 하신 오늘 말처럼 과연 할 수 있을지, 듣는 순간 부끄러운 마음이 앞서게 됩니다.
······
너무 죄송합니다.
2023년 12월 18일 아버지 전상서(前上書)를 기점으로
불효자 정동희가 55년 만에 효자로 변신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