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李山海)
자는 여수(汝受). 호는 아계(鵝溪). 한산(韓山) 사람, 명종 때 과거에 급제, 문형(文衡)을 맡음. 벼슬은 영상(領相).
저물어 나가며
暮出
바다에 바람 자고 해는 놀 속에 들고
물가의 부들에는 저녁 이슬이 많네.
여윈 말이라, 채찍 거꾸로 들고 모랫길은 멀어
밤이 깊고 달 밝은데 고기잡이 집에 자네.
海天風定日沈霞 蒲葦洲邊夕露多 해천풍정일침하 포위주변석로다
瘦馬倒鞭沙路逈 夜深明月宿漁家 수마도편사로형 야심명월숙어가
꽃이 피면 날마다 시골중과 어울리고
꽃이 지면 열흘이 넘도록 대사립문 닫고 있네.
모두들 이 늙은이 우습다 말하나니
한 해의 기쁨 걱정이 꽃가지에 있다고 하네.
花開日與野僧期 花落經旬掩竹扉 화개일여야승기 화락경순엄죽비
共說此翁眞可笑 一年憂樂在花枝 공설차옹진가소 일년우악재화지
1) 野僧(야승)-시골의 중
보는 대로 듣는 대로
即事
늦썰물은 오랫동안 모래톱을 휩쓸고
섬들은 흐릿하고 안개 아직 안 개었다.
배에 가득 소나기에 노를 급히 짓나니
마을집은 사립 닫고 콩꽃은 가을이다.
晚潮初長沒汀洲 島嶼微茫霧未收 만조초장몰정주 도서미망무미수
白雨滿船歸棹急 數村門掩豆花秋 백우만선귀도급 수촌문엄두화추
1) 汀洲(정주)-얕은 물 가운데 토사(土沙)가 쌓여 물 위에 나타난 곳. 2) 白雨(백우)소나기.
중에게
贈僧
어젯밤에 남호의 얼음이 모두 풀려
저도의 맑은 물결 광릉까지 닿았네.
바위 곁에 핀 꽃이 물에 비치기 기다려
거룻배로 돌아와 절의 중을 부르네.
南湖昨夜解春氷 楮島晴波接廣陵 남호작야해춘빙 저도청파접광릉
待得岩花紅映水 扁舟歸去喚林僧 대득암화홍영수 편주귀거환림승
1) 楮島(저도),廣陵(광릉)-모두 지명(地名). 3) 扁舟(전주) 작은 배. 거룻배.
강담잡영
江潭雜味
메밀꽃은 한창 피고 들풀은 쇠잔하고
다리 밑의 물소리는 둘레를 다 울린다.
지팡이에 기댄 은자, 돌아가기 잊었나니
그 생각은 단풍 든 가을산 사이에 있다.
木麥花開野草殘 橋頭流水咽鳴環 목맥화개야초잔 교두류수인명환
幽人倚杖忘歸去 思在秋山錦繡間 유인의장망귀거 사재추산금수간
1) 木麥(목맥)-메밀. 2) 環(환)-둘레.
보는 대로 듣는 대로
即事
도롱이의 산노인이 한잠 자고 일어나
비 개자 저녁별의 나뭇가지에 걸어 둔다.
들길의 풀꽃들은 다 떨어지고
사람 없는 송아지만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
山翁睡足卧青簑 雨霽斜陽掛樹柯 산옹수족와청사 우제사양괘수가
野逕草花零落盡 無人黃犢自還家 야경초화령락진 무인황독자환가
작은 다리
小橋
티끌 한 점도 없는 가을물이 하 맑아
은은한 무지개가 거울 속에 빛나네.
은자는 흥에 겨워 거문고 들고 가는데
다리 밑의 물고기들 그 발자국 소리 듣네.
秋水無塵徹底清 長虹隱隱鏡中明 추수무진철저청 장홍은은경중명
幽人乘興携琴過 橋下遊魚聽履聲 유인승흥휴금과 교하유어청리성
거룻배
小艇
가벼운 거룻배가 잔물결에 떠 있어
흔들흔들 오가면서 바람에 맡겨 두네.
밤 깊어 여울 달을 바라보며 흘러가는가.
갈대 속에 잠든 갈매기는 그런 줄도 모르네.
一葉輕舟泛綠漪 搖搖來去任風吹 일엽경주범록의 요요래거임풍취
夜深流向沙灘月 蘆底眠鷗摠不知 야심류향사탄월 로저면구총불지
1) 漪(의)-잔물결.
김명원(金命元)
자는 응순(應順). 호는 주은(酒隱), 명종 때 과거에 급제, 임진 때 도원수(都元首). 벼슬은 좌상(左相), 경립부원군(慶林府院君), 시호는 충익(忠翼)。
임란 뒤에 경복궁을 지나다가
亂後過景福宮志感
부들 싹은 처음 희고 버들 눈썹 갈라지고
궁전의 뜻과 대는 저녁볕을 띠었구나.
그때의 늙은 두릉이 도리어 부러워라.
강가에는 아직도 모든 문이 잠겨 있네.
蒲芽初白柳眉分 太液池臺帶夕曛 포아초백류미분 태액지대대석훈
却美當年杜陵老 江頭猶見鎖千門 각미당년두릉로 강두유견쇄천문
1)亂(난)一임진왜란(壬辰倭亂). 2) 太液(태액)一액(液)은 액(掖)과 같음. 즉 궁전, 대궐. (3)社陵(두릉)一두보(杜甫), 두보의 호가 소릉(小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