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탱볕 측정온도는 38도씨
온몸에 땀이 줄줄 더위 그 까짓것
공사 현장 철근 위를 걸어봤니?
운동화 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온도
살이 익을 정도이다.
그래도 공사는 해야 하고 그래야 돈을 번다.
섭씨 2000도 3000도를 오르내리는
용광로 앞에서 방열복 입고
쇳물을 퍼 날라 보았는가?
더위 그까짓 것
그래도 쇳물은 부어야 하고
그래야 수도꼭지는 생산이 된다.
수백 톤 강열 철판을 이어 부치는
조선소 배 위에서 용접을 하는 용접공들
더위 그까짓 것
그래도 용접을 해서 철판은 이어야 하고
그래야 제 날짜 맞추어 배는 완성된다.
덥다고 에어컨 팍팍
덥다고 물속에 풍덩
더위를 더위로 피하는 그들
그들에게 더위 그까짓 것
견뎌야 하는 것이다.
탱볕에 지심 매던 아버지가 그랬듯이
탱볕에 콩밭 매던 어머니가 그랬듯이
몸으로 때우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더위 그까짓 것
올 여름도 그렇게 간다.
- 임인규, <더위 그 까짓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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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몸도 마음도 쉬이 지치게 되는 날씨입니다. 원체 더위에 맥을 못 추는 탓에 저 또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날씨 때문인지 비염이 도져 하루 종일 휴지를 달고 살고 있습니다.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있으나 비리비리한 건 매한가지입니다. 어쩔 수 없이 바깥에서 일을 해야 하는 분들은 이 날씨에 어찌 견딜까 걱정입니다. 교우들 걱정이 앞서 전화로 안부를 묻기도 하고, 혹여 조금이라도 위안과 힘이 될까 싶어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직접 찾아가 전해드리기도 했지만 걱정이 줄지는 않습니다. 특히 연로하신 분들은 견디기 힘든 날씨인지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 무더위를 이길 수 있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못 견디게 힘든 상황이 될 때면 더 열악한 환경 속에 계신 분들을 떠올립니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극한 환경에서도 힘을 냅니다. 그런 분들이 계셔서 이 사회가 지탱되고 있는 것인데, 이 사회는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지독한 땡볕의 열기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무게는 다릅니다. 기후위기는 불평등의 구조를 고착화시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에어컨 빵빵하게 틀며 견디지만, 에어컨도 없이 부채나 선풍기로 더위를 이겨내야 하는 가난한 이들이 이 땅엔 여전히 더 많습니다. 부디 그런 분들이 무탈하게 이 무더위를 이겨내시기를 기도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뜨거워지는 지구별. 단순히 올해 더위를 어떻게 피할지, 어떻게 견뎌낼지를 궁리하기보다 더 근원적인 고민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방만한 삶을 단출하게 줄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소비적 삶을 생태적 삶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아니 이제 고민만으로는 안 됩니다. 전격적인 실천이 필요합니다. 내년에도 더위는 지속될 것이지만,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무더위 속 시원한 소나기와 같은 존재이고 싶습니다. <2024.8.3.>
첫댓글 💌 바깥 날씨가 아무리 덥다 한들 올여름은 약국 시다바리에서 베이비시터로 전업해 손녀를 품에 안고, 더위 그까짓것, 하며 어느 해보다도 행복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내 체온 36.5도와 내 가슴 위에 잠든 손녀 체온 37.5도의 평균치는 37도인데 왜 이리 시원하고 쾌적한 걸까요? 37도는 사랑의 온도인 걸까요? 22도로 맞춰놓은 에어컨은 무시한 채 그런 단순한 생각에 잠겨 봅니다. 👨🍼🌡🌡 💞
생각만 해도 행복한풍경입니다! 이 폭염의 날씨에 어찌 지내실까 궁금했는데, 천국을 살고 계셨네요.. 네.. 결국 사랑은 모든 상황을 초월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