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선정 50문항에 대한 목회자.신학자 답변형식 ... 새해부터 기획시리즈 연재
‘감리교가 뭐예요?’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한 이 질문에 이것이라고 대답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위기라는 말이 난무한 지금 위기극복을 위해 감리회 신앙의 정통성을 분명히 하는 일만큼 중요한 출발점이 있을까.
본지는 감리회의 전통을 밝히는 것이 감리회를 건강하게 세워나가는 토대라고 여기고 ‘감리회 신앙전통세우기운동’(가칭)이라는 연재물을 기획, 필자들의 다양한 각도을 통해 감리교회를 조명하며 그 해답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 첫모임이 지난 15일 본부회의실에서 열렸다. ‘감리회신앙전통세우기운동’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하는지 들어본다. <편집자 주>
박영천 목사(기독교타임즈 주필 겸 편집국장) = 공감하시다시피 현대 개신교는 교파 간 경계가 무너져 교단 고유의 색깔이 모호해지고, 개교회주의의 팽배로 교단 내에서의 연대의식도 점차 퇴색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탈교단, 독립교회를 운운하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어, 교단 존립의 근거마저 위협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건강한 감리교회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리회의 정체성을 바로 찾아 세우는 것이 선결과제다.
이 일에 여러분을 모시게 됐다. 목회현장에 계신 분들을 필자로 선정한 데는 평신도 곁에서 그들의 궁금증을 가장 잘 경청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필진의 대표로 김영헌 목사를 위원장으로 모셨으니 좋은 대화가 있길 바란다.
김영헌 목사(은평교회) = ‘감리회신앙전통세우기’라는 중요한 일을 맡게 돼 영광스럽지만 부담도 크다. 감리회의 정체성을 밝혀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 집필에 들어가기 전에 필자 간 사전준비모임이 필요할 것 같고,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 영역설정도 필요할 것 같다.
많은 필자가 함께하는 작업이다 보니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인 것 같다. 오늘은 첫 모임이니 브레인스토밍을 한다는 마음으로 허심탄회하게 말해 달라.
방원철 목사(세검정교회) = 감리회의 정체성에 대해 한 사람이 쓰게 되면 일관성은 있겠지만 전체를 포괄할 수 없고, 여러 사람이 쓰면 각자의 개성으로 내용이 서로 상충되거나 중복될 가능성도 있다. 글마다 필자의 개성이 살기보다는 서로 어우러지는 조화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필자들 모두 바쁜 일정가운데 있겠지만 전체모임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상호 섬세하게 조율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몇 번의 전체모임을 통해 분야를 설정하고, 분야에 따라 수집된 질문을 분류하고 필자를 정하고 좋은 자료를 서로 나누는 사전작업이 충분했으면 좋겠다.
임영택 목사(협성대) = 이번 연재물의 기획취지를 들으며 탈교단적 움직임이 보인다는 말이 가슴에 와 박힌다. 오죽했으면 신문사에서 이렇게 나섰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우리가 감리교회를 말할 때 새로운 것을 드러내는 것도 좋지만, 이미 감리교인으로서 하고 있으면서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많다. 이것을 깨우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범주를 몇 가지 제시하고 싶은데, 감리교회는 무엇을 믿는가. 감리교회는 어떤 일을 해왔는가. 감리교회는 어떤 인물과 교회가 있나. 감리교회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해왔나 정도면 어떨까한다. 이 범주에서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분류하고 답해 나간다면 감리교회를 움직이는 긍정적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김흥규 목사(내리교회) = 이번 ‘정체성찾기운동’이 그저 교파나 웨슬리 전통의 자랑을 늘어놓는 일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런 상투적인 주장은 이미 수없이 해오지 않았나. 이런 차원을 뛰어넘어 타인의 시각에서 감리교회를 생각하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각에서 감리교회를 반성하며 보여줄 때, 오염된 것을 바로 잡아 주는 계몽적 차원의 교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범주에 대해 크게 4가지 영역을 제시하고 싶은데, 교리신학, 역사, 교리장정(교회정치구조), 사회신경(사회적 이슈)으로 구분했으면 한다. 이를 바탕으로 50여개의 소주제를 구체적인 질문형식으로 작성하고 필진 각자가 자신의 영역을 선정, 명쾌하게 설명해 나가는 방식이 좋겠다. 감리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직 없는 상태이므로 당연히 개인적인 관점이 일정부분 반영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글을 쓴 후 이메일을 통해 공람하여 모든 필자로부터 의견을 받고 조정해 나간다면 어느 정도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 이번 연재물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걸어왔었던 부끄러운 부분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 개교회주의, 교회성장위주로 목회를 해왔던 부분은 분명히 반성되어야 할 것이다.
임 교수님 의견처럼 우리의 훌륭한 전통과 이시대의 감리교인이라면 어떻게 시대의 이슈에 응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지침이 답변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질문은 교인들과 같이 만들어야 한다. 목회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평신도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교인들과 시간을 갖고 거기에서 나온 질문과 우리가 해주어야 할 이야기를 적절히 조합하면 좋을 것 같다.
한 가지 더한다면, 우리시대의 담론 가운데 평화와 생명이라는 큰 틀이 있는데, 감리교회에서 이 부분을 너무 등한히 하고 있다. 평화와 생명, 특히 생명살리기는 교회의 본질적인 이슈이고 감리교회의 전통 속에도 있다고 본다. 이 부분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으면 좋겠다.
홍은파 목사(부평교회) = 감리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속회와 대외사회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위기상황에 처한 가정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이야 말로 평신도들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들이다. 존 웨슬리가 받았던 가정교육은 지금 우리의 가정에도 중요한 지침을 줄 것이다.
웨슬리는 죽을 때까진 구제활동을 펼쳤는데 현대교회는 사회선교에 너무 무관심하다. 감리교회에 이미 좋은 속회제도가 있는데 교회마다 이것저것 다른 것에 현혹되는 것도 안타깝다. 감리교회가 타교단과 차별성이 있는 것에 중점을 두어 강점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전용재 목사(불꽃교회) = 이야기를 들으며 이번 연재물의 기획방향을 선명하게 할 필요를 느꼈다. 감리회의 변화를 기대한 연재물인지, 감리교 새신자를 위한 교재를 만들자는 것인지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감리회에서 가장 많은 문제는 발생하는 곳은 바로 제도다. 그런 면에서 진정한 변화의 핵은 제도에 있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제도라는 단어 자체가 딱딱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제도를 말하려면 역사가 언급돼야 하고, 긍정적인 부분과 변질 된 부분, 시대에 맞는 제도의 적절한 변화에 대해서도 말하게 된다. 감리회의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제도에 강조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제도적인 변화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한다. 초신자나 외부인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설명과 문제개선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면 감리교회를 회복시키는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천 국장 = 여러분이 쓰게 될 연재물은 감리회를 잡아 주는 뿌리이고 출발점이라고 보면 된다. 질문의 난이도에 따라 맥을 잘 잡아주시기 바란다. 단 독자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써야 한다는 것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제도와 관련된 큰 이슈에 대해서는 신년이 되면 지상대담에서 심도 있게 다루게 될 것이다. 필자들도 맡은 분야에 따라 대담에 논객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김영헌 목사 = 좋은 의견들이 많이 개진돼 기쁘고 희망적이다. 이 모임의 이름은 잠정적으로 ‘감리회정체성찾운동’으로 정하자. 좋은 질문만 잘 만들면 절반을 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이 작업에 많은 공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다. 필자들은 교회현장에서 교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질문을 수집해 달라. 이후 김흥규 목사가 제안한 교리신학, 역사, 교리장정(교회정치구조), 사회신경(사회적 이슈) 등의 네 영역으로 질문을 분류해 필자를 정하고 집필을 시작하면 될 것 같다. 사견이 반영될 수 있는 만큼 이메일을 통해 상호검증작업도 중요한 부분이다. 다른 필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도 서로 공유해 글의 질을 높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