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타고투저 현상이 심각하다. 20점 가까운 핸드볼 스코어도 자주 나오고 있다.
용병 타자의 가세, 불펜의 과부하와 전체 투수진의 하향 평준화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와중에 공인구의 반발계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명확한 근거는 없다. 느낌상 '예전 같았으면 펜스 앞에서 잡힐 타구가 홈런이 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온다', '홈런 스윙이 아닌데도 홈런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막연하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공인구에 대한 의심의 눈길이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 공인구를 공급하는 업체는 스카이라인, 빅라인, 아이엘비(ILB·옛 맥스), 하드 등 4개사가 있다. 올해 두산·넥센·KIA가 스카이라인, SK·LG·NC가 빅라인, 삼성·한화는 ILB(옛 맥스)를 쓴다. 롯데는 하드 제품을 올해 처음 사용하고 있다. 공인구는 경기마다 홈팀에서 준비한다. 한 경기당 대략 120개 정도 사용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매년 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용품시험소에서 공인구를 테스트하고 승인한다. 반발계수는 0.4134~0.4374 범위 안에 들어야만 한다. 반발계수가 높아지면 홈런 등 장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반발계수가 0.001 상승하면 야구공의 비거리는 20cm 정도 늘어난다고 한다. 정금조 KBO 운영부장에게 공인구 반발계수에 대해 질문했다.
- 시즌 초반 10점 이상 경기가 자주 나오고,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공인구의 반발계수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들이 나온다.
"개막을 앞두고 4개사 제품을 모두 무작위 테스트를 했다. 전혀 문제가 없었다. 매 시즌 중간에 3~4차례 검사를 해오고 있다. 현재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다시 측정하려고 준비 중이다. 결과는 5월 내에 나올 것이다. 검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작년 기준으로 본다면 공의 제조과정에서 갑자기 반발계수가 높아질 수는 없다."
- 지난해 시즌 도중 스카이라인과 빅라인이 제재를 당하지 않았나.
"규정에 위반된 공을 일부 발견했다. 그런데 당시 문제는 반발력이 기준치보다 오히려 떨어졌었다. 문제가 있어 해당업체에 주의를 줬다. 제재금도 1000만원씩 부과했다."
- 공인구 검사는 언제 하는가.
"매 시즌을 앞두고 공인구 신청을 한 업체들의 공을 검사한다. 반발계수, 크기 등이 기준치를 충족시킬 때 공인구로 승인을 해준다. 승인 받은 후에도 시즌 중에 3~4차례 수시로 검사를 한다."
- 구체적으로 제품을 어떤 식으로 검사하는가.
"업체의 물류 창고에 가서 무작위로 검사 한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는데 보통 창고에 100박스(1박스는 10타=120개) 정도 보관하고 있다.(1개팀이 한 시즌에 250~300박스 정도 사용한다) 직접 가서 랜덤으로 수거해서 테스트한다. 시즌 때는 현장의 공을 수거해서 검사한다. 현재 테스트를 진행중인 공은 야구장을 불시에 찾아가 공을 수거해서 검사하는 방식이다. 업체는 KBO가 테스트를 언제든지 수시로 하는 지를 잘 안다. 업체에서 1차적으로 공을 수입하거나 제조할 때 기준에 맞춰서 들여온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제재금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또 작년에 공인구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내규를 바꿨는데, 공인구 공급업체가 이를 잘 알고 있다.(공인 검사 1차 불합격 시에는 제재금 1000만원 부과하고 2차 불합격 시에는 공인을 취소한다). 올해는 신경을 더 많이 썼을 것이다."
- 올해 첫 테스트에서 정상 제품으로 공인구를 승인받은 후, 몰래 반발계수가 비정상인 공을 들여와서 구단에 공급할 가능성은 없나.
"업체마다 매월 공급, 재고용으로 보관하는 양이 조금씩 다르다. 창고에 100박스 정도 들여놨다면, 일정 분량은 재고용으로 남겨두고 구단에 공급한다. 공급하는 양만큼 다시 수입하거나 제조해서 조달한다. 반발계수가 문제가 되려면 제조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런데 생산 공정에서 특정기간에 갑자기 반발계수만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고, 그런 경우는 이제껏 거의 없었다. 중국의 생산공장도 방문해봤는데, 야구공을 만드는 제조과정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물론 결과가 안 나온 상태여서 100% 장담할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 올해 초부터 야구공의 수입 허가가 됐다. 중국, 대만에서 완제품으로 생산되는 공에 문제는 없을까.
"시즌 초에 공인구 테스트 했을 때 공이 대부분 중국이나 대만에서 들어온 공이었다. 업체가 원산지 표시를 한다. 지난해까지 반제품(꿰매지 않은 상태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방식)은 수입이 됐다. 올해부터 완제품 수입까지 허가한 것이다. 업체는 반제품으로 거래해온 공장을 계속 이용하는 것으로 안다. 생산 공장을 금방 바꾸기도 어렵다."
- 공인구 반발계수의 오차 범위내에서 차이가 생긴다. 극단적으로 0.4134와 0.4374의 비거리 차이는 꽤 있다. (반발계수가 0.001 올라가면 비거리는 20cm 늘어난다고 할 때, 최대 4.8m의 비거리 차이가 생긴다. 4.8m는 외야 플라이가 홈런으로 될 수 있는 충분한 비거리다)
"공인구 테스트는 1타(12개)씩 시료 테스트한다. 1박스에서 1타 전체를 검사하기도, 12개의 공을 무작위로 모아 검사하기도 한다. 공 1개마다 60번 정도 테스트한다. 평균 수치가 그래프로 나타난다. 표본 12개 공의 검사 결과를 합치면 평균치가 나온다. 평균치가 기준치 내에 포함되면 공인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극단적으로 A공은 0.4134이고, B공은 0.7374일 수 있다. 공 1개 1개마다 반발계수를 측정해 공인할 수는 없다." 반발계수를 문제삼는 것은 홈런의 급격한 증가 탓이다. 지난해 홈런 수는 576경기에서 798개(경기당 1.39개)였다. 올해 5월 8일까지 134경기에서 242홈런(경기당 1.81개)로 늘어났다. 그런데 외국인 타자 9명이 친 홈런 숫자가 총 49개다. 용병의 홈런 수를 빼고 국내 타자들이 친 홈런 수는 134경기에서 193개(경기당 1.44개)로 지난해 평균과 거의 비슷하다. 용병 타자 1명이 라인업에 들어간다는 것은 팀별로 가장 약한 9번타자가 빠지고 4번타자 한 명이 더 들어간 셈이다. 홈런 숫자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공인구 검사 결과가 나와야 명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홈런 증가가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의도적으로 손을 대 일어난 현상은 아닐 가능성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