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름산이라고 불렀다.
수름이라는 낱말을 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어 수리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수렴산이라고 한다 했다.
국민학교 때 두어번 그 산으로 소풍을 간 기억이 있다.
삽재 재각 뒤 묘지를 따라 능선을 오르면 어느 한 곳 가파른 경사가 있었고
정상에는 너른 공터는 아니었지만 한 학년 4개반이 자리 잡고 앉을 만했다.
작은 바위가 있었고 그 옆에 큰 소나무가 아스라이 기억이 나는데 사진은 남아있지 않다.
중학교 때 형이 있는 친구들이(형들을 본땄는지) 서클을 만들자고 해 우리 몇이 수렴칠우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었다.
봉두라는 말을 쓰고 싶었지만 대서에 그 이름이 너무 많아 우린 수렴이라 했다.
처음의 7명이 누군지 흐릿하지만 영주가 죽었고, 영호는 들락날락했다.
지금은 서로 연락도 않고 지낸다.
나중에 수름산은 취령산이라고 지도에서 확인했다.
독수리의 수리 고개인 모양이다. 수리가 취령이 된 건 조금 짐작이 된다.
내 능력으로는 수리를 확인할 길 없지만 산줄기가 이리저리 벋어나가는 형상이 수리가 날개를 편 모습일까?
언젠가 장선포와 신흥 사이의 임도를 따라 올라가니 또 다른 산봉우리들이 앞에 여럿 나타났다.
산은 결고 단선이 아니다.
자하 신선생을 따라 매재에서 봉두산을 지나 내려와 신기 선착장 앞까지의 봉두단맥을 걸으려 기대했건만 요원하다.
그 분이 오시지 않아도 어느 정도 길의 방향을 아는 나 혼자도 걸을 수 있겠지만 자신이 없다.
봉두산은 초등학생들도 올라갈 만한 길이 보인다.
내 모교 후배 대서초등학생들에게 1년에 한두번
3,4학년들과 낮은 취령산을 오르고, 5,6학년과는 봉두산을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여름은 어렵고 봄이나 가을 겨울이면 가능할 듯도 한데 취령산 간지가 오래되어
이번에는 정상에 가자고 오후 조금 일찍 나서 삽재로 간다.
재실과 비석군의 마을 입구에서 묘지로 오르는 길이 안 보인다.
마암 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따라 돌아가며 봉두산과 취령산을 찍어본다.
벋어내린 작은 능선으로 가니 묘지가 보인다.
윗쪽에 통정대부첨지중추부사고령신공용해지묘가 오래되지 않은 비석이 보인다.
봉분이 조금 큰 묘지를 지나 아랫쪽으로 가니 옛비석이 보이는데, 윗쪽 새비와 같은 분이다.
묘지 뒤로 희미하게 등산로가 보인다.
들어서니 고흥군이 써진 빨간 화살표 표지가 나무에 붙어 잇다.
마삭줄이 바닥을 덮고 나무에도 올라가고 나무들은 썪어 넘어져 있기도 하다.
잠깐 오르니 너른 평지가 나타나고 묘지도 보인다. 농사를 지은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완만한 능선을 따라가며 묘지를 만난다.
화장파소파의 묘원인데 누군지 모르겠다. 나도 화장파인데----
20여분 느리작거리며 오르니 잠깐 가파라진다. 벌써 정상인가 하는데 임도가 나타난다.
왼쪽 오른쪽이 다 낮은 내리막이다. 대서면소재지가 작은 마을처럼 늘어서 있다.
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마암쪽으로 길을 잡아 북으로 걷는다.
임도는 금방 끝난다. 중산마을 뒷쪽일까?
돌아오며 여산송씨 강동파 묘역을 들어갔다가 온다.
임도를 따라 화장 봉계쪽길을 걷는다.
송림만 간척지 너머로 팔영산이 보인다.
임도를 내려가는데 오른쪽으로 길의 흔적이 보여 들어간다.
묘지가 나오고 나무를 벤지 오래되어 썪은 사이에 가시덤블이 드러난 숲속을 헤친다.
낫을 휘두르기도 하지만 발을 높이 들어 가시를 밟는다.
땀을 흘리며 덤블을 헤치니 큰 소나무가 나타난다.
정상인 모양이다. 램블러를 켜니 취령산 정상이다.
옛 소풍지의 흔적은 오직 소나무만 희미하다.
덤불 속에서 북쪽으로 가 보지만 8부 언덕을 돌아 다시 남쪽으로 돌아온다.
사스레피인지 쥐똥인지 나무들이 빽빽하다.
능선에서 희미한 옛길의 흔적을 만난다.
가선대부동지중추부사송공의 묘를 만나 풀을 헤치고 찍어본다.
존숭을 받았을 어른은 이제 비석이 서 있는 묘지조차 찾는 이가 없게 되어 있다.
가시를 헤치고 내려오니 처음 만났던 임도가 나타나고 돌계단이 풀 속에 숨어 있다.
낫으로 헤치며 다시 임도로 들어서 봉계쪽으로 내려간다.
팔영산을 보며 임도 몇 구비를 도니 화장마을 가는 길 안내판이 보인다.
더 돌아가니 편백숲길이 왼쪽길로 이어지고 작은 산록에 여러가지 묘목이 심어져 있다.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윗쪽으로 길을 잡아 나아가니 화천마을 뒷쪽이다.
며칠전에 화천 바닷가에서 왔다가 돌아갔던 길이 저 아래로 보인다.
돌아와 조림지에서 봉계마을 쪽 편백숲 앞까지 가 본다.
송미수의 산일까?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돌아와 임도를 올라 화장마을로 내려간다.
시멘트길과 풀밭농로가 나타나더니 화장 회관 옆길로 내려선다.
삽재가는 능선을 넘으려 길을 가늠해 보다가 포기하고 평촌으로 내려간다.
평촌 끝의 송씨 비석을 찍고 산허리를 돌아 차로 온다.
대서면장에게 등산로 정비를 부탁해 볼까?
내 성질에는 화장에서 임도를 걷다가 오는 것으로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