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초가을, 산행하기에 정말 좋은 날씨더군요.
그래선지 아차산에는 산을 오르내리는 이가 산길을 메워 앞으로 가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하기야 이 산은 서울과 경기도 사람들이 산행하기에 가장 좋은, 아주 힘들지도 않고 아주 쉽지도 않은 곳이어서 휴일이면 언제나 만원인 산이지요.
10시 30분, 약속했던 12명의 회원들(동운, 산우, 소암, 아곡, 아침해, 원해, 좌산, 주포, 중산, 청호, 현암, 호산 등 12명)이 광나루역에 모두 모였습니다.
이 날은 호산에게 안내를 부탁했지요. 고구려정까지 오르는 길이 조금 지루한 느낌이었습니다만 여기부터는 거의 평탄한 길이었기에 힘드는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곳곳에 만들어놓은 전망대에서 한강을 굽어보며, 저 멀리 아파트 너머로 펼쳐진 동남으로 검단산, 남한산성, 북으로 예봉산, 예빈산, 형제봉 등을 조망하고, 용마산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도봉산 만장봉, 인수봉, 백운대 등을 완상하는 즐거움은 어디에도 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4보루에서 명빈묘로 가는 길을 잡고 조금 내려가다가 점심겸 간식을 할 아늑한 평지를 찾아 둘러앉았습니다. 정성스레 가져온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하고나서, 오는 15일 시행할 주전골 산행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여기에서 결정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전에 공지한 내용 중 아침 도시락을 준비할 테니 집에서 아침식사를 하지 말고 나오시라고 했으나 출발 시간을 8시 30분으로 늦추었으므로 각자가 식사를 하고 나오는 것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부득이 집이 멀어 식사를 못하고 나오는 회원을 위해 떡을 한 팩씩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2) 산행 후 점심은 양양 해안으로 내려가 낙산사 근처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3) 이전 공지에서 조그만 선물을 드리기로 한 것은 동해안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위와 같이 의논하고 여담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청호께서 여행에 보태 쓰라고 일금 20만원을, 호산이 일금 10만원을 미리 현찰로 준비해 오셔가지고 주네요. 너무도 감사합니다. 모두들 우뢰와 같은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회원들이 호산클럽을 위하는 마음이 남다름은 수십 년 간 쌓아온 우정의 덕분일 겁니다. 우리는 이제 각자의 표정만 보아도 즐거운지 괴로운지 기쁜지 슬픈지 그의 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제가 지난 번 대모산 후기를 쓰면서 말미에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우정[知音, 伯牙絶絃] 얘기를 꺼내고 끝냈었죠. 백아는 거문고를 아주 잘 타서 세상의 이치를 다 표현해 냈다 합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그의 거문고 소리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친구 종자기는 백아가 거문고를 타면서 그 음악의 뜻을 높은 산에 비유하면 종자기는 “아, 훌륭하구나! 우뚝 솟은 것이 태산과 같구나.”라고 말하고, 거문고 소리의 뜻을 흐르는 물에 얹으면 종자기는 “훌륭하구나, 넘칠 듯이 흘러가는 것이 물과 같구나.”라고 했답니다. 그러나 종자기가 한동안 그에게 오지 않아 알아보니 그가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백아는 "아! 이제는 나의 연주를 알아줄 사람이 이 세상에 없구나." 하면서 그 자리에서 거문고 줄을 끊고 종신토록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종자기가 백아의 거문고소리를 알아준다고 해서 "지음(知音)"이요,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 해서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고 합니다.
우정에 관련된 고사는 많습니다만 또 하나, 절대적인 우정의 상징인 "관포지교(管鮑之交)"가 있지요. 글이 너무 길어지니 해설은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한 가지 더 생각나는 수필이 있네요.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수필인데요. 시간 나는 대로 인터넷에서 찾아 한번씩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랴부랴 일어나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 아치울(아천동)에서 버스를 타고 워커힐에서 내렸습니다. 리버사이드스포츠사우나에서 목욕을 한 후, 그 근처에 있는 <나루가온>이라는 음식점에서 늦은 점심을 하고 마을버스를 타고 나와 광나루역에서 헤어졌습니다.
이 날 하루를 돌이켜 보니 오랜만에 산행다운 산행을 했다 싶더군요. 누군가는 조금 힘이 들었을 듯한데 모두들 아무 불평없이 협조하며 즐겁게 하루를 보내게 해 주어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음식점까지 우리를 안내해 준 호산에게 특별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회장 아 곡 씀
금회의 수입 지출 내역
10월 2일 주전골행 버스대절료 500,000원 계좌 이체
10월 6일 수입 : 480,000 원
회비 : 15,000 원 × 12 명 = 180,000 원
찬조 : 청호 200,000 원,
호산 100,000 원
지출 : 275,000 원
목욕(리버사이드스포츠사우나 8,000 원 × 12 명 = 96,000 원
식대(나루가온 광장점) 179,000 원
결산 : 480,000 원 - 275,000 원 - 버스대절료 500,000 원 = - 295,000 원
전회 이월금 5,391,285 원
금회 부족금 - 295,000 원
금회 잔고 5,096,285 원
첫댓글 회장님 수고많으섰고요, 청호,호산감사합니다.
"즐거운 주전골산행을 위하여"!
주전골 깜냥깜냥!
회장님 산행후기 교과서에 실려도 좋을듯 합니다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주포
즐거운 하루였네요 청호와 호산의 성금이 주전골의 풍부한 마음을 더하는 군요 박회장님 여러모로 수고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