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는 최근 프로야구의 '화두'다. 하지만 비단 1군 무대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타고투저 현상이 심각하다. 퓨처스리그는 원래 타자가 강세를 띈다. 투수들의 기본기나 경험이 떨어지는데 반해 타자의 경우 1군 포지션 경쟁에서 밀린 1선수들이 즐비하다. 또 경찰야구단·상무에는 1군에서 뛰던 선수들이 많다.
올시즌 타고투로저 현상은 예년에 비해 더욱 강하다. 지난달 1일 개막한 퓨처스리그에서 양팀 합계 20점 이상을 기록한 경기는 총 16번 나왔다. 전체 경기의 약 10%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점 이상 나온 경기는 6번으로 2.5배가량 늘었다. '10구단' kt의 가세로 경기수가 증가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다득점 경기가 속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12년 같은 기간에는 2경기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4일 벽제구장에서 열린 경찰야구단과 두산의 경기에선 양팀 합계 36득점(경찰야구단 21점, 두산 15점)이 나왔다. 경찰야구단은 두산 선발 김수완을 상대로 3회까지 18점을 올렸다. 경찰야구단 선발 임찬규도 두산에게 3 2/3이닝동안 9실점(9자책점)을 허용했다. 양팀의 선발투수는 지난해 15경기 이상 1군 출장기록이 있다.
임찬규는 지난시즌 LG에서 뛰다 경찰에 입대했으며, 1군에서 17경기에서 44이닝동안 평균자책점 4.70을 올렸다. FA(프리에이전트) 최준석의 보상선수로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김수완 역시 지난해 15경기에서 50 2/3이닝동안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했다. 1군경기에서 한 경기 최다득점은 2009년 5월1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LG와 히어로즈의 경기였다. 당시 LG가 22득점, 히어로즈가 17득점을 올리며 양 팀이 39득점을 합작했다.
그렇다면 퓨처스리그까지 부는 타고투저 현상의 원인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타고투저의 원인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외국인 타자의 가세로 인한 효과를 든다. 타순에 가장 강한 타자가 합류한 대신 제일 약한 9번타자가 빠지는 효과다. 전체적인 공격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대신 1군에서 뛰어야할 선수가 2군에 머물게 되는 반대의 효과도 있다. 외국인 타자 가세는 한국야구 전체의 타고투저 현상을 이해하는데 가장 설득력있는 이유가 된다.
한편 타고투저의 또 다른 원인으로 투수의 질적하락를 꼽는다. 특히 중계 기술의 발달로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면서 투수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며, 타자와 어려운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퓨처스리그의 타고투저 현상까지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퓨처스리그의 경우 올시즌부터 두 개의 방송사에서 중계를 하고 있지만, 1군 경기에서와 같이 스트라이크존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2군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까지 좁아졌을리 만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