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맛
송원 홍 재 석
삼라만상의 동식물에는 음양과 오행의 이치가 있다. 무언가를 먹어야 살고 크려면 나름대로 섭취하려는 식욕이 중요하다. 인간도 먹는 음식의 힘으로 생로병사를 좌우하지 않는가. 정월에 입춘이 지나면 장을 담그는 일도 음양의 조화로서 맛있는 장맛으로 익어가게 하리라. 더욱이 한국인의 주식은 쌀밥에 된장국이 궁합음식으로 신토불이가 아닌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대표적 냄새는 구수하고 짭짤한 된장 맛이 기조이다. 온돌문화에서 초식을 좋아하는 습성에 김치와 더불어 발효시킨 된장 문화가 발달하였다. 장맛도 가가례처럼 집집이 다른 맛이 대대로 이어져 왔다. 이는 오직 주부의 정성으로 손맛이 차이가 아닐는지. 된장은 다른 맛과 섞여도 본 맛을 지킨다.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고, 비린내와 기름진 냄새를 없게 한다.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며 어떠한 음식과도 조화된다. 지금은 과학자들의 연구로 암을 방지하는 식품으로 여기고 있다.
된장은 한약의 본 초 각목에도 약효가 43가지나 들어있다니 얼마나 좋은 약인가. 우리가 먹는 된장국 한 그릇이 쇠고기 1kg을 새까맣게 태운 발암물질을 모두 해소하는 위력이 있단다. 옛이야기로 곰이 병이 들면 민가로 숨어들어 된장을 먹었단다. 특히 절간에서는 자비심으로 곰을 쫓지 않고 둔다는 관례를 보면 이를 증명하리라. 그래서 남의 집 장맛은 먹어봐야 알고 사람의 심성은 겪어보아야 안다는 진리를 생각함도 삶의 약이다.
우리 집 장맛은 어머니께서 일찍이 천상으로 가셨기에 아내에게 전수를 못 했다. 그래서 처가의 장맛과 내가 청소년 때 어머니 심부름을 하면서 본 장 담그는 비법을 혼합했으니 새로운 장맛이 된 셈이다. 하지만 아내가 5년 전에 지병으로 고생하면서도 먼저 서두른 일은 장 담그기 이었다. 평소처럼 정성으로 메주 9장을 큰 장독에 담가 두었다. 그 된장과 고추장이 생에 마지막 장맛이 될 줄이야 어찌 알리요. 나는 60여 년간 먹어온 장맛을 잊지 못하는 그 애달픈 심정을 어이 다 이를 말로 하랴.
그래도 큰며느리는 시골집 장을 모두 청주로 가지고 와서 3년간이나 나의 입맛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더없이 고맙고 고향의 복사꽃 향기처럼 생각나는 향수와 외로움도 다 그 장맛이 달래주더라. 이제 아내의 정성과 감회가 무엇보다도 새로운 정감으로 가슴속에 쌓인다.
큰며느리가 올해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메주 3장을 사다가 된장을 담그더라. 오늘 아침에는 황금빛 같은 된장을 한 탕기 펴오는 것을 보았다. 아침 밥상에 마른 새우와 아욱을 넣은 된장국 맛이 내 입맛에 딱 맞는다. 새로운 장맛에 내 마음마저 포근한 즐거움에 식욕이 당기더라. 해마다 장 담그는 일은 주부에겐 가장 소중한 행사가 아닌가. 장맛은 꼭 필요한 재료와 온도의 차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건강을 위한 손맛이니 그 정성이 되리라.
어머니의 장 담그는 비법은 입춘이 지나면 먼저 손 없는 말날을 정하셨다. 전날에는 장독대 대청소와 목욕재계를 하시고 깨끗한 옷으로 가라 입으신다. 당일 첫새벽에는 장독에 정화수를 떠놓고 두 손 모아 정성부터 드린다. 이어서 정월에 추운 날씨에도 동네 우물에서 물동이로 정화수를 길러다가 부엌 물 단지부터 채운다. 그 정화수로 천일염을 적당량 녹이고 달걀로 8분도의 염도를 맞추고서 장을 담그셨다. 대추와 숯 덩어리를 넣고 대나무 가지 습을 채운 뒤에 장 보자기를 동여매고 뚜껑을 덮더라.
장딴지에 청솔가지로 금줄을 치시고 황토를 놓으시는 정성의 행위가 맛있는 장맛이 울어났으리라. 그 후 40일에서 50일 이내에 청명하고 바람 없는 날에 장을 뜬다. 미리 준비한 메줏가루를 넣고 치대고서는 된장 단지를 눌러주며 담는다. 그 위에 옥양목 천을 깔고 소금을 1㎝ 두께로 펴고서 장 보자기를 동여매어 두더라. 아마도 그 정성의 장맛 덕에 내가 오늘날까지 별고 없는 삶으로 글을 쓰는 인연이 아닌가 싶다.
사람의 마음도 된장처럼 변함없이 인간의 본심으로 남을 배려하는 심성이 더없이 소중하다. 오늘날 변한 세상에 매식이 많고 반찬까지 사서 먹는 현실에 장타령이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끼니마다 먹는 음식 맛과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위한다면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또한, 청국장은 본시 기마민족의 음식이다. 삶은 콩을 말안장에 두고 사람이 깔고 다니면서 발효시킨 것을 씌라 하며 청국의 장이었다. 우리나라 청국장은 발해국 때 온돌방에서 짚을 깔고 발효시켜서 만들었단다. 병사들의 휴대용 군량으로 이용하였다니 그것이 전통 청국장의 원조가 되리라.
한국의 장맛은 외국인들이 싫어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과학적 분석에 가장 좋은 요구루터 음식이란다. 김치와 더불어 된장은 건강과 영양 식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 않은가. 태고의 음식이지만 날 소금을 먹지 않은 조상들의 지혜로움이 돋보인다. 앞으로 우리 집 식구의 건강 지킴이로는 새로운 장맛이 버팀목이 되어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여생을 살아가리라.
2014, 4, 18 큰며느리가 새로 담근 된장국을 먹고서
첫댓글 " 된장은 다른 맛과 섞여도 본 맛을 지킨다.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고, 비린내와 기름진 냄새를 없게 한다.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며 어떠한 음식과도 조화된다. 지금은 과학자들의 연구로 암을 방지하는 식품으로 여기고 있다.
옛이야기로 곰이 병이 들면 민가로 숨어들어 된장을 먹었단다. 특히 절간에서는 자비심으로 곰을 쫓지 않고 둔다는 관례를 보면 이를 증명하리라. 그래서 남의 집 장맛은 먹어봐야 알고 사람의 심성은 겪어보아야 안다는 진리를 생각함도 삶의 약이다."
"오늘 아침에는 황금빛 같은 된장을 한 탕기 퍼오는 것을 보았다. 아침 밥상에 마른 새우와 아욱을 넣은 된장국 맛이 내 입맛에 딱 맞는다. 새로운 장맛에 내 마음마저 포근한 즐거움에 식욕이 당기더라. 해마다 장 담그는 일은 주부에겐 가장 소중한 행사가 아닌가. 장맛은 꼭 필요한 재료와 온도의 차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건강을 위한 손맛이니 그 정성이 아닌가."
어머니의 장 담그는 비법은 입춘이 지나면 먼저 손 없는 말날을 정하셨다.
전날에는 장독대 대청소와 목욕재계를 하시고 깨끗한 옷으로 가라 입으신다
사람의 마음도 된장처럼 변함없이 인간의 본심으로 남을 배려하는 심성이 더없이 소중하다.
소중한 우리의 장맛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감상했습니다.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