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퍼 나르는 글이라서 중복이 될 수 있지만, 박인희님과 <모닥불>에 대한 이야기를 옮깁니다. --------------------------------------------------------------------------- 박인희!
박인희의 노래를 간단히 표현한다면 '시적 감성으로 표현한 낭만'이라고 할 수 있겠죠. 70년대 우리의 이성을 일깨워준 음악인이 김민기라고 한다면 우리의 영혼을 시적 감성으로 맑게 정화해주고 위로해줬던 가수는 박인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정시 같은 여성적 감성을 청아한 목소리로 감정을 차분하게 절제하며 읊조린 그녀의 노래를 아직도 사람들이 즐겨부르고 듣는 것은 인생에 대한 상념과 예감을 부담없는 노랫말과 멜로디로 들려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박인희는 고교시절 문예반과 신문반장으로 활동을 했고 연극도 했으며 최초의 숙명여대 방송국장을 지내며 교내방송을
지휘했을 정도로 다재다능했던 여학생이었습니다.
숙명여대 불문과에 다니던 1970년 이필원과 함께 혼성듀엣 <뚜와에무와>를 결성해 가요계에 데뷔했고 72년 결혼으로 <뚜와에무아>를 해체한 후 76년까지 여섯장의 앨범과 한 편의 시낭송 음반을 발표했었죠. 그리고 71년 동아방송 <3시의 다이얼>로 DJ 생활을 시작해서 최근까지 미국에서 DJ를 했던 그녀는 가수보다는 방송인이라는 직업에 더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그녀는 우리에게 잊혀져 가던 50년대 전후시인 박인환을 그녀의 목소리로 대중에게 널리 알린 공로자이기도 합니다. 그녀가 낭송한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 <세월이가면> <얼굴>은 박인환을 모르는 사람도 좋아하는 낭송시들이죠. 또 그녀가 유명한 수녀시인 이해인 수녀와 나누는 둘도 없는 우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박인희의 이미지와 더욱 더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서로 개신교와 천주교로 종교는 다르지만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들이란 점에서 그들은 그렇게 잘 통하는 것이 아니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 그녀를 대중들에게 크게 부각되게 만든 건 아무래도 그녀가 직접 작곡해서 불렀던 <모닥불>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인희 씨가 70년대초 어느 겨울 동아방송 <3시의 다이얼>을 진행하고 있을 때 한 몹시 추워보이는 한 청년이 방송국 복도로 박인희를 찾아와 자신은 박인희씨를 몹시 좋아하며 자신이 박인희 씨를 위해 글을 쓰고 같이 온 친구가 작곡한 노래들이 있다며 박인희 씨에게 노래를 불러줄 것을 부탁합니다 박인희 씨에게 그런 일은 종종 있었지만 그들이 만든 노래는 기성작곡가나 작사가에게는 보기 드문 때묻지 않은 진솔함이 보였습니다.
박인희는 자신은 본격적으로 가수를 할 사람이 아닌 방송인이라며 완곡히 거절의 뜻을 표하지만 자신이 직접 음반을 제작하겠다며 집요하게 그녀를 설득합니다 박인희는 그들이 보여준 시집을 몇장을 뒤적거리다 이런 싯귀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인생은 연기속에 재를 남기고 /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그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멜로디가 생각이 났습니다.
다시 그 시를 읽고 있는데 그녀의 마음 속에선 바로 조금 전 처음으로 시를 읽었을 때처럼 똑같은 멜로디가 흘러 나왔습니다. 다시 읽어봐도 똑같은 멜로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음절도 막힘없이 샘솟는 멜로디… 조금 전 이 멜로디가 어떠했더라 하는 착각같은 것은 전연 들지도 않았으므로, 멜로디끼리 서로 부딪침 없이, 생각끼리 서로 부딛침 없이, 하나의 노래가 솟아오른 것입니다. 두 청년과 헤어져 집에 돌아온 후 며칠을 기다렸다가, 하나의 멜로디가 포도주처럼 잘 익기를, 만약에 며칠 동안 잊지 않고 그 멜로디가 가슴 속에 그대로 머물러 준다면, 그녀는 그 노래를 부르리라 했었습니다.
그리고 소망처럼 그 멜로디는 가슴에 남아 그의 노래 「모닥불」 이 되었습니다. 처음 그 시를 읽었을 때의 마음 속에서 흐르던 멜로디 그대로, 덧붙일 것도, 떼어낼 것도 없이 오선지에 악보를 그렸습니다. 그때 그 문학을 사랑하던 가난한 청년은 2007년 말에 작고하신 많은 대중가요 가사를 쓴 박건호 씨였습니다.
☞ 주) 박건호 작사의 노래들 : <모닥불><새끼손가락> <내곁에 있어주> <모나리자> <단발머리> <그대는 나의 인생> <바야야> <잊혀진 계절> <끝이없는길> <인어이야기> <기다리게 해놓고> <잃어버린 30년> <아,대한민국(정수라)> <빙글빙글> <토요일은 밤이 좋아> <10월의 마지막 밤> 등 약 3000여곡
박인희는 대학을 다니던 중 명동의 어느 골목을 지나다가 중학교 때의 친구 이해인을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이해인 수녀님은 중 3때 부산으로 전학을 간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서로 편지를 주고 받다가 대학생이 된 뒤 서로 소식을 모르고 지내던 친구 이해인은 수녀님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해인이 수녀님이 되고 박인희가 결혼을 한뒤 친구 이해인은 그녀의 갈현동 집을 찾아옵니다.
오랜만에 담소를 나누던 끝에 이해인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 수녀원의 수녀님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하나 있는데 참 좋더라...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하는 노래인데 아주 곱고 좋더라 ...
너 혹시 그 노래 아니? ...
언젠가 이 노래를 원래 부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어.
티없이 깨끗한 목소리더라.
가냘프면서도 여운이 담긴 목소리야,
네 목소리처럼, 네가 한 번 그 노래를 불러보면 참 잘 어울릴 텐데...
너두 노래를 좋아했을 텐데......
신부님이 가만가만 기타를 치시면서 그 노래를 부르실 때 네 생각을 해봤어 ...
그 노래를 처음 부른 사람이 누구인 줄 아니? 누구라더라...
이름을 들어본 것 같은데 누구인지 자세히 모르겠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넌 알고 있니?"
박인희씨는 아무 말 없이 웃으며 그 노래 '모닥불'이 담겨진 앨범표지의 사진을
이해인 수녀님 앞에 조용히 내밀었습니다.
첫댓글 아~~
그런 비화가 있었군요~~
좋은가사에 아름다운곡!
청아한목소리!!
완벽한 앙상불이네요~~
세월이 암만 흘러도
좋은곡은 가슴에 남는다는~~^^
따라 불러 봤네요~
아! 70년대로.....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9.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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