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대표팀을 우리는 '붉은 악마'라고 부른다. 그 말 속에는 한국팀의 플레이 스타일과 붉은 색 유니폼이라는 특징이 담겨있는데, 이처럼 애칭(nickname)은 특정 축구팀에게 단순한 스포츠를 떠나서 어떤 '특별함'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프리미어리그 팀들도 저마다 애칭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Red Devils, 아스날을 Gunners 라고 부르는 것이다. 각 팀의 애칭을 알고 나면 더더욱 이들 팀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을까?
1. 가장 쉽게 이름을 붙이는 방법은 바로 그 팀을 대표하는 색상(Color)이다.
리버풀과 노팅엄 포리스트(Div 1)는 The Reds라고 불리우고 있고, 코벤트리는 The Sky Blues(하늘색), 첼시와 버밍엄(Div 1), 그리고 입스위치 타운은 The Blues, 리즈는 The Whites란 애칭을 각각 갖고 있다. 약간은 싱거운 방법이지만, 가장 널리 쓰여지고 있고 또한 가장 성공적으로 기억되는(?) 이름들이다.
유니폼 색상으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이 붉은 색과 푸른 색이기 때문에 리버풀과 노팅엄은 똑같이 The Reds, 그리고 첼시와 버밍엄 등은 The Blues라는 겹치는 이름을 갖는다. 하지만, 프레스턴 노스 엔드(Div 1)는 백합색(Lilywhites), 그리고 번리(Burnley, Div 1)는 포도주빛(Clarets)이라는 특이한 고유 칼라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선더랜드는 "The Red and Whites"라고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이 팀의 애칭은 검은 고양이이다.)
2. 두번째로 흔히 사용되는 이름은 지명을 딴 것이다. Div 1의 풀함은 The Cottagers(홈구장의 이름이 Craven Cottage), 칼라일은 The Cumbrians, 블락풀은 The Seasiders, 그리고 할리팍스 팀은 The Shaymen 이라고 불리운다. 풀함과 할리팍스 팀은 홈구장 명칭을 따서 애칭이 붙여졌고, 칼라일은 영국 북부의 컴브리아 지방의 이름을 땄으며, 블락풀은 해변 도시답게 The Seasiders라고 이름 붙여졌다.
3. 그 다음으로 자주 사용되는 이름은 새(Birds) 이름이다. 우리에게 유명한 뉴카슬 팀은 The Magpies(까치), 크리스탈 팰리스(Div 1)는 The Eagles(독수리), 브라이튼은 The Seagulls(갈매기), 셰필드 웬즈데이(Div 1)는 The Owls(올빼미), 카디프 팀은 The Bluebirds(파랑새), 노츠 카운티는 뉴카슬팀과 같은 The Magpies, 그리고 브라드포드는 The Bantams(싸움닭), 노리치 팀은 The Canaries(카나리아)라고 불리운다.
아쉽게도, 새처럼 높이 날기를(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희망하는 팬들의 소망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셰필드 웬즈데이나 크리스탈 팰리스, 그리고 브라드포드가 대표적인 케이스. 오히려 새 이름을 버림으로써 더 좋은 성적을 낸 팀도 있는데,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참 쳐졌던 리즈 유나이티드는 the Whites로 이름을 바꾼 이후에 재전성기를 맞이했다.
4. 영국리그도 동물원을 피해갈 수 없다? : 그 다음으로 흔하게 사용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특히 한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동물의 이름이다. 더비 카운티는 The Rams(양), 울버햄프턴은 Wolves(늑대), 레스터 시티는 The Foxes(여우- 사진 : 레스터 시티의 엠블럼), 밀월은 The Lions, 헐 시티 팀은 The Tigers, 허더스필드(Div 1)는 The Terriers(테리어 견종), 맨스필드 타운은 The Stags(숫사슴), 그리고 쉬루스베리 팀은 The Shrews(쥐) 라고 불리운다. 선더랜드는 The Black Cats(검은 고양이) 이다. 각각의 동물의 특색있는 팀칼라를 펼쳐주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긴 이름인 것 같다.
5. 곤충의 이름을 사용하는 팀도 있다. 왓포드(Div 1)은 The Hornets(말벌), 바넷이나 브렌트포드는 The Bees(꿀벌)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6. 지역의 특산물을 이름에 응용한 예도 있는데, 노샘프턴 타운은 The Cobblers(대장장이), 그림스비 타운은 The Mariners(선원), 루턴 타운과 스톡포트 팀은 The Hatters(모자 제조상), 로더함은 The Merry Millers(즐거운 방앗간 주인), 매클스필드 타운은 The Silkmen(비단 장수), 스토크 시티는 The Potters(도공), 월스얼은 The Saddlers(말안장 만드는 사람), 그리고 사우스엔드 유나이티드 팀은 The Shrimpers(새우잡이)라고 부른다. 이 팀들은 대부분 하부리그에 속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7. 기독교의 영향을 받는 나라인 만큼, 성인이나 죄인과 관련된 이름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름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The Red Devils(붉은 악마). 사우샘프턴은 Saints(성인), 달링턴은 The Quakers(퀘이커 교도), 플라이머스는 The Pilgrims(순례자), 요크 시티는 The Minstermen(대성당), 그리고 링컨 시티 팀은 The Red Imps(붉은 꼬마 도깨비)라고 불리운다.
많은 축구팬들에게는 축구 자체가 종교이기도 하지만, 종교의 색채가 짙은 애칭을 가진 팀들은 그 이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듯 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나친 독주로 인해 맨 유를 제외한 거의 모든 팀의 서포터들로부터 악명이 높은 Devil이 되어 버렸으며, 요크 시티는 극적으로 디비젼 3 잔류에 성공했다. 사우샘프턴이 특별한 장점 없이 계속 프리미어 리그에 남아있는 것도 성인의 힘 덕택일까?
8. 타 팀들에게 위협을 주는 단어로 애칭을 지은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팀이 바로 아스날이다. 아스날은 The Gunners(포병대)라고 불리우고 있으며, 브리스톨 로버스는 The Pirates(해적),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The Blades(칼날), 그리고 웨스트햄은 The Hammers(망치)라고 불리운다. 럭비 리그 팀들은 이러한 종류의 애칭을 무척 많이 사용하는데 반해, 축구 클럽들은 이야기한 네 팀이 전부.
9. 이해하기 힘든 단어들로 애칭을 지은 팀들도 있다. 찰튼은 The Addicks, 포츠머스는 Pompey, 피터보로는 The Posh(멋짐), 웨스트 브로미치는 The Baggies(느슨한 바지), 볼튼은 The Trotters(종종걸음으로 걷는 사람), 에버튼은 The Toffeemen, 와이콤비는 The Chairboys, 베리(Bury)는 The Shakers(셰이커 교도), 그리고 엑시터 팀은 The Grecians(그리스 사람)이다.
해당 클럽의 서포터가 아닌 이상 이들 이름의 뜻을 이해하기란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들 이름은 대부분이 클럽의 역사 혹은 전통과 연관되어 있는데, Div 3의 피터보로 팀은 1934년 회의에서 "posh team"을 만들자는 결의를 한 데에서 비롯된 Posh 라는 애칭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포츠머스는 지역의 옛 이름인 Pompey를 따온 것이다.
에버튼은 홈구장 바로 옆에 Toffee Shop (Toffee는 과자 이름)이 있는 이유로 토피맨이라는 애칭을 갖게 되었다. 새 홈구장이 하수처리장 곁에 세워지고 있는 옥스포드 팀으로서는 참 피하고 싶은 그런 종류의 애칭이 될 것 같다.
<참고글 : 에버튼의 애칭 THE TOFFEES의 유래에 대해>
The Toffees (or The Toffeemen)은 Everton FC의 전통적인 애칭이다. 에버튼 초기 역사에 등장하는 두 Toffee shops과 연관되어 생겨났다.[사진: 맛있는 토피 캔디]
#1 Ye Anciente Everton Toffee House 는 초기 에버튼의 주무대였던 Queen's Head Hotel로부터 "mint ball's throw"(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Toffee House는 original Toffee Lady인 Old Ma Bushell이 운영하는 곳이었고, 실질적인 Everton Toffees를 만들어낸 곳이다. 이 과자는 에버튼의 경기를 보기 위해 멀리서 온 수 많은 배고픈 관중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 당시 에버튼의 경기는 Stanley Park, Priory Road, 그리고 Anfield에서 열리고 있었다.
#2 Mother Nobletts Toffee Shop는 Goodison Park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 1893년 Anfield에서 이전해오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Goodison Park로 이전해오자 Mrs Nobletts은 경쟁상대인 Old Ma Bushell이 특허낸 Everton Toffee에 대항해 Everton Mints를 개발하였다. Everton Mints는 크게 성공했다. 흑과 백의 스트라이프 장식은 에버튼이 몇년전까지 입었던 유니폼을 떠올리게 했다. 반면, 경기장과 멀리 떨어지게된 Ye Anciente Everton Toffee Shop은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Mrs Nobletts에 뒤지지 않기 위해, Old Ma Bushell은 번뜩이는 상업적 재치를 발휘하는데 - 에버튼 클럽으로부터 입장한 관중들에게 Toffees를 팔 수 있는 장사권을 허가받은 것이다. 예쁜 손녀 Jemima Bushell이 할머니 Old Ma의 설득으로 이 일을 맡게되었다. Jemima는 화려하게 꽃단장을 하고, 하나씩 포장된 Everton Toffees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서 경기 시작전까지 Toffee를 팔았다.
이리하여 탄생한 것이 Everton Toffee Lady 의 전통이며, 세월을 거치면서도 변함없이 지속된 에버튼만의 특징이 되었다. 지금은 에버튼 서포터 클럽에서 매 경기마다 선발된10대 소녀들이 경기마다 Toffee Lady로 분장하여 관중들에게 Toffee를 나눠주는 '영광스러운 일'을 하고 있다.
10. 약자를 이용한 애칭이 있다. 미들스브로가 Boro로 불린다든가, 하틀풀이 Pool, 길링엄이 The Gills, 옥스포드 유나이티드와 캠브릿지 유나이티드, 그리고 콜체스터 유나이티드가 The U's 라고 불리우고, 로취데일은 Dale, 토튼햄 핫스퍼스는 Spurs, 아스톤 빌라는 The Villans, 레이튼 오리엔트는 The O's, 위간 애슬레틱과 올드햄 애슬레틱 팀은 The Latics 로 불리우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The U's 나 The O's를 사용하는 팀들은 너무 방만한 것이라는 비난 아닌 비난도 받고 있다는 후문.
11. 스코틀랜드의 축구 팀들.
셀틱은 The Bhoys(소년), 레인져스는 The Gers(소녀)로 불리우고 있으며, 에어드리는 The Waysiders, 알비온 로버스는 The Wee Rovers, 알로아는 The Wasps, 아브로스는 The Red Lichties, 에어 유나이티드는 The Honest Men, 클라이드는 The Bully Wee, 덤바튼은 The Sons, 던펌라인은 The Pars, 던디 유나이티드는 The Terrors 등으로 불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