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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미스 다이어리 97화
" 폴라로이드 러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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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누르기만 하면 몇초내에 사진을 뿜어내는 카메라가
모자에서 비둘기를 만들어 내는 마술보다도 신기했다.
하지만. 함부로 셔터를 누르지는 않았다.
필름값이 비쌌기 때문에 찍기전 고민하고 고민했다.
때문에 늘 정제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나를 매료시켰던 폴라로이드의 매력은
세상에 단 한장뿐인 원본만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단 한장뿐인.
「 찰칵- 」
( 사진이 궁금한듯 달려오는 ) 어디 봐봐!
잘 나왔는데?
그 사람도 폴라로이드를 좋아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 사람이 폴라로이드를 좋아했고,
그래서 나도 좋아했다.
( 방금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에 ' 9번째 만난 날 ' 이라고 메모하는 미자. )
아홉번째 날?
( 부끄러운듯 ) 오늘이 선배 아홉번째 만난 날이거든요.
처음은 정문이구요. 두번째는 사과대 로비에서...
야 최미자! 어떻게 그런걸 다 기억해?
그럼요- 다 기억하죠. 세번째 네번째도 기억하는데요?
그 사람은 내 기억력을 신기해 했다.
희안하게도 사랑하면 기억력이 좋아지는것 같았다.
( 자전거 타는 남자의 모습을 폴라로이드로 찍는 미자. )
( 12번째 본 모습, 이라는 메모도 잊지 않고. )
열일곱번째까지 기억했다.
어디서 만났는지, 무슨 옷차림으로 그가 나왔는지.
이 사람 하고는 그 뒤로...
( 표정 바뀌며 사진 휙 집어던지는 미자. )
( 카메라 들여다보며 ) 세방 남았네?
어쨌든 그 뒤로 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은 반드시 폴라로이드로만 찍을거라고 다짐했다.
왜? 폴라로이드로 찍으면 가슴에 하트라도 찍혀서 나와?
일반 카메라는 필름값이 싸니까 막 찍어대잖아.
요즘 디카는 찍고서 뽑지도 않고.
맘에 안들면 지우고, 찍고 지우고.
폴라로이드는 그렇게 막 찍어대는게 없으니까.
막 찍어대는게 어때서?
아끼고 절제하는게 없잖아.
아니... 뭐 꼭 아껴야되? 사진인데?
난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
그리고 알지?
폴라로이드는 필름이 사진이 되서 나오는거라
똑같은걸 다시 뽑을 수 없는거. 세상에 한 장 뿐인 원본만 있는거.
팍! 온다.
야! 우리 오랜만에 학교 안가볼래?
어.
난 약속이 있는데?
( 그때 미자 핸드폰 울리고. )
여보세요-
휴일인데 뭐해? 나와, 나랑 놀자.
자 1번! 편하게 쉬는거.
2번! 화끈하게 노는거.
뭐할래?
3번! 집에서 뒹구르기.
에이. 그만 좀 뒹굴러라.
나와- 날도 좋은데.
( 뚜뚜- ) 전화가 와서! 이따 할게요?
...이따 한다고 하고선 한번도 안하더라.
여보세요?
네, 저예요.
아... 예.
날 좋은데... 뭐 하세요?
그냥 친구들이랑 놀아요.
( 입모양으로 누구야? 하는 윤아 지영. )
네... 그냥 했어요.
네...
그럼... 월요일에 뵈요?
네.
( 전화 끊고 한숨 푹 내쉬는 지피디. )
누가 알면 나보고 엄청 재수없다고 할거다.
두 남자의 사랑에 애매모호하게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마음껏 즐겨대는 웃긴 기집애라구.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거지.
그치! 근데- 뭐가 기냐구요!
몇번인데?
4번. 기습공격.
너 무작정 찾아가려고 그러지?
아서라! 여자들 그런거 싫어한다.
야. 싫어하는 사람이 그러니까 싫어하지!
좋아하는 사람이 그러면 감동 빡이야!
( 녹음실 의자에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지피디. )
부산 출장 오늘이지? 오늘 갔다가 언제 오냐?
( 멍하게 있다가 ) ....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부산 갔다가 언제 오냐고.
기력도, 생기도 없는 지피디.
답답한지 한숨만 푹 내쉬고-
김정민. 지현우.
둘 중에 누가 더 괜찮은가로 고민을 하면
백날 가야 결론이 안난다. 죽었다 깨나도 결론이 안난다.
왜! 둘 다 너무 괜찮은 남자니까.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이 날 좋아해준다는것 만으로도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때문에,
0.0001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땡기는 쪽으로 결정해야 한다.
더 이상 끌 순 없다. 누굴 선택해도 후회는 없을것이다.
그래. 결정하자, 오늘까지.
오늘 내로 폴라로이드로 내 남자친구를 담자.
아이씨. 누구한테 터놓고 말하면 얼마나 좋아?
이렇게 많은 얘기를 독백으로 다 하려니까 버겁네.
( 갑자기 큰 소리로 ) 아하하하!
미친 여자처럼 혼자 중얼중얼 할 수도 없고!
하하하하!
!!!!!!!!!!
뻐꾹, 뻐- 꾹!
( 괜히 버스 기다리는척,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 )
미친 여자 됐다.
( 오랜만에 대학 교정을 거닐어 보는 미자. )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다가,
필름이 몇장 안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이내 그만 두는데.
누구를 찍을까?
아끼고 아껴서.
정성을 들여서,
세상에 단 한장뿐인 원본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
누굴까?
「 최미자- 노올자! 」
(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금새 소란스러워 지는 강의실. )
「 최미자! 노올자! 최미자! 노올자! 」
얼른 나가봐-
( 부끄러워 하는 미자. )
「 최미자! 야! 안나오냐! 최미자! 」
( 천천히 창가로 걸어가는 미자. )
창문 밖을 내려다보면,
미자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정민이 보이고.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웃으며 손 흔드는 미자.
나 여기있는지 어떻게 알고 왔어요?
그냥.
그냥?
「 어... 그냥. 」
그 시절,
사랑했던 그의 모습과 자꾸만 겹쳐지는 정민.
그때 어디선가 농구공이 날아오고,
신나게 농구공 들고 뛰어가는 정민.
( 응원 ) 정민씨 화이팅!!!
항상 활기 넘쳐 보였던 그 사람.
자유 분방한것 같으면서도,
정도를 지켰던 그 사람.
부러웠고 닮고 싶었다.
그 사람과 있으면
내 인생도 덩달아 유쾌해 질 것 같았다.
이남자.
닮고싶다.
( 핸드백 열어 카메라 꺼내는 미자. )
어이- 한방 찍어주지?
( 밝게 웃으면서 카메라 드는 )
( 포즈를 취하는 정민. )
하지만 망설이다가 셔터를 누르지 못하고
카메라를 내려놓는 미자.
거 필름값 얼마나 한다고 쪼잔하게!
오늘이 가기 전에 찍어줄수도 있어요.
치사 빤스 염소 똥이예요.
찍어줄게요. 그렇게 될거예요.
( 손으로 부채질 하는 정민 보며 ) 손수건 줘요?
( 끄덕 )
손수건 찾는 미자 물끄러미 보다가 카메라 드는 정민.
미자씨!
「 찰칵- 」
어!
( 사진 흔들며 ) 이거 내가 가져도 되지?
두장 남았다...
어, 나 잠깐 방송국에 들렀어.
어제 대본을 놓고 가서. 금방 나갈거야.
정민씨? 차 가질러 갔어. 어디 근사한데 가자고.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 지피디 가방 보고 ) 어, 이거...
오늘 지피디님 나왔어요?
네.
휴일에 왜...
방송 없는데?
( 지피디가 방송국에 있다는 말에 찾아 나선 미자. )
지피디의 모습을 발견하곤
웃음을 짓는데...
...............
그렇게 그 사람은 내게서 멀어져 갔다.
그날이 94년 5월 3일이었다.
사랑을 하면 기억력이 좋아진다.
그리고.
사랑을 하면 무기력 해진다.
어떤 반응도 오지 않는 짝사랑을 하면
무기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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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집에서 취해서 엎어졌을 때가 아홉번째 만났을 때예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처음은 엘리베이터 안이었어요.
작년 봄에,
미자씨 노란 바바리 입고 있었거든요.
열일곱번째 만난 이후로 매일 만났어요.
그때부터 올미다 녹음하기 시작했거든요.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글쎄요? 처음 봤을때.
미자씨 노란 바바리 입고 다니기 시작했을때.
아마 그때부터 심통부리기 시작했을걸요?
그때부터 였던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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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영화에도,
소설에도 나오지 않았다.
사랑하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사랑하면 무기력해 진다는걸.
그런데...
지현우 그 사람이 그런다.
나하고 똑같이 그런다.
나 때문에...
( 결심이라도 한 듯 카메라를 들고 달리기 시작하는 미자 )
( 그러나 지피디는 이미 그 자리에 없고. )
저기요! 혹시 지피디님 못 보셨어요?
아까 공항간다고 나갔는데?
네?
내일 부산지구 개국 10주년 기념 방송 때문에
부산 가잖아요, 오늘.
황급히 달려나오던 미자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민과 마주치고.
어디가?
( 잠시 보다가 달려가는 )
어디가는데!
택시!!!
어디가는데!
응?
내 차 타!
아니, 저...
( 택시에 올라타는 )
최미자! 최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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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미자씨 자기 이름도 똑바로 발음 못해요? 」
「 있는거나 제대로 잘 하셨으면 좋겠네요. 」
「 그렇게 심심하면 시집이나 가던가. 」
「 처음은 엘리베이터 안이었어요. 」
「 열일곱번째 만난 이후로 매일 만났어요. 」
「 아마 그때부터 심통부리기 시작했을걸요? 」
「 처음은 정문이구요. 두번째는 사과대 로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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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일들이 머리속에 스쳐 지나가면서,
몇번이고 자신과 겹쳐지는 지피디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미자.
급하게 택시에서 내려 달리던 미자는
그만 넘어지는 실수를 하게 되고-
( 바닥에 부딪히면서 저절로 찍혀버린 폴라로이드 사진. )
한장 남았어-
어디예요?
전화 끊어야 되요. 이륙해요.
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망연자실하게
하늘을 올려다 보는 미자.
아마도 지피디가 타고 있을 비행기는
하늘 높이 날아 오르고.
돌아본 곳에는 정민이 서 있다.
..................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열어
파아란 하늘에 초점을 맞추는 미자.
「 찰칵- 」
「 2005. 4. 15, 내 남자친구가 탄 비행기. 」
그렇게
그들은 연인이 되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
모노드라마 - 지현우
벌써 삼년이 다되가네요.. 세월진짜 빠르다..
난 저때 지피디도 좋았지만 김정민도 좋아했는데~~ 정말 저런 사람 둘 있으면 누굴 선택해야할지 힘들듯;
님자료 너무 좋아요..기다려요..진짜..
ㅠㅠ 저도 이 에피 정말 좋아해요. 유일하게 제목을 기억하고 있음.. 볼때마다 정말 ㅠㅠ 미자씨도 좋고 현우씨도 좋다..난 아직 제대로 짝사랑도 못해봤는데 미자같은 추억이라도 있었음 하네요..ㅠ 내가 불쌍해..ㅠ ㅠ
와 기다렸어요!!!
정말 짠하네요......... 눈물이 다 나오려고 함.. ㅠㅠ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이 글만 보면 설레네요 어쩜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님 좋은 자료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ㅠㅠㅠㅠㅠ
와 만드느라 고생하셨어요 ㅜㅜ 찡하네요 정말 완소에요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님 항상 너무 고마워요 ㅠㅠㅠ
님 감사해용~~ 저도 진짜 좋아하는 에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나요. 아응 정말 시즌 2나왔으면 좋겠어요. 등장인물, 감독, 작가, 다 그대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님 자료 최고예요ㅠㅠ
아 님 너무 잘 보고 있다긔ㅠㅠ제가 넘 아끼는 에피예요 몇 번이고 봤는데 볼 때마다 날 울리는 에피ㅠㅠ님의 자료가 또 저를 울리네요 너무 죠아요ㅠㅠ
눈물나....
잘봤어요... 감동적이다 ㅜ_ㅜ
이 에피 너무너무 너무 좋아하는데 ㅠㅠㅠㅠ 감사해요 진짜 이거 몇번이나 다시 봤던지 캡처만 봐도 머리속에서 영상으로 재생 되는것 같아요
악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피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다
좋아하는에피중 하나~~이거 정말좋았죠~~^^ 고마워요 님
님아 너무 잘봤어요ㅠㅠ
님님!!!진쫘! 기다렸어요!!! 으악! 진짜 덕분에 너무 편하게 보고있어요!! 너무너무너무 고마워요!! 복받으실거라긔~!!!
아 진짜 마음이 아파요.. 이런거보면 사랑은 타이밍이라는게 정말 맞나봐요..
우와
아~~미치게따 미치게따..올미다 게시물은 항상 웃다 울다 한다고.~~으악~님아 오늘도 감사해요
올미다 넘 재밌어요 매번 좋은 글 올려주셔서 고마워요 담아갈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너무 감동이네요ㅠㅠㅠㅠㅠㅠ
아 눈물 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 베스트 에피소드예요- 감사하게 잘 봤습니다!
보면서 펑펑 울었어요 시작할때부터 찡하더니 끝에가서 막 터지더라구요ㅠ_ㅠ 너무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눈물났어요....짠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항상 좋은자료 보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좋아여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너무 좋다규 ㅜㅜㅜㅜㅜㅜ 비공개로 퍼갈께요
ㅠㅠ님글기달렸어요ㅠㅗㅠ오늘은 너무 짠하네요ㅠㅠ짝사랑해본사람들은 다 공감할꺼같아요 흑
ㅠ.ㅠ...................고마워요 님
진짜 눈물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님 너무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와 정말 너무 좋네요. 가슴 찡해졌어요. 가져갈게요.
전설의 에피네요 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