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불에 절인 위스키
1.
추한 것을, 무례한 것을, 염치없는 것을 매력으로 삼는 일들이 너무 많아졌거든요. 매력은 작은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서, 요즘에는 대놓고 욕을 퍼붓고, 눈앞에서 혐오를 드러내고, 뻔뻔스럽게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 쉽게 차이를 만들려고 애써요. 그러다 보니 잘 드러나지 않는 곱고 순한 것들이 자꾸 사라져요. 자극적인 매력 하나가 나타날 때마다, 보이지 않는 매력 하나가 사라져요. 반짝이는 예쁨 하나를 얻을 때마다, 묻혀 있는 예쁨 하나를 잃어요. 매력은 발굴하는 사람의 몫이어야 하거든요. 강요하고 발산하는 매력은 오염되고 변질되고 말아요. 대가를 요구하고 대가를 지불해야 해요. 아니, 그런 대가가 아니라요. 모두 망가져 버리는 거 말이에요. 한참 귀를 기울이다가 나는 문득 납득했다. 사랑을 발굴하는 일은 보이지 않는 매력을 발굴하는 일이로구나.
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609191459766520
2.
찬찬히 뜯어보면 어떤 미움은 실체없는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왜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것일까. 미움이 익숙한 세상일지라도 솔직히 말해 모두가 나를 좋아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미움받지 않기 위해 행동하고 사랑받기 위해 애를 쓰는 마음. 미움 받는 것은 여전히 어려우며 사랑은 받아도 받아도 계속 받고 싶다.
항상 앞서 하늘로 가버린 누군가에게 빚을 지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난 구하라씨와 설리씨의 죽음을 생각하면 특히나 그렇다. 공인이라는 꼬리표는 아무런 명분이 없는 미움에 정당함을 부여했다. 공인이면 마음대로 조롱을 받아도 되는 것 일까. 이런 세상에서 살게 해서 미안했다고, 그리고 당신들이 떠난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런 세상 속에서도 용기내어 목소리 내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가지고. 언제나 기억할게요.
3.
능력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경쟁의 불공정이 아니라는 것. 아무리 공정해도 결국 경쟁하는 능력, 그러니까 싸우고 이기고 정복하는 능력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부분에서 박수를 쳤다. 그래서 능력주의가 문제였지. 허버트 스펜서 이후 시장주의에 뿌리내린 적자생존의 신화. 생존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사회적 다윈주의.
언젠가부터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선 성의 꼭대기는 정말로 행복한가? 홀로 그 꼭대기에 앉아 있을 때 누군가 보다 뛰어나다는 우월감보다 아무도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고독함이 더 크게 다가오지는 않을지.
대한민국 사회가 지속되는 건 자의식 과잉된 정치인들의 경쟁력 때문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묵묵히 타자의 불안과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사랑의 능력자들 덕분이다.
4.
낭만주의는 문예사조를 넘어 시대정신이다. 새로운 문화를 건설하려는 충동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자들이야말로 시대정신으로 빛나는 낭만주의자다. 낭만은 현실에 매이지 않는 삶의 태도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태도가 고단한 현실을 극복하는 힘이 된다. 낭만주의자는 이상을 품고 산다. 어떤 이는 현실감각 없이 무모하게 꿈꾸는 자를 이상주의자라 폄하하지만, 나는 믿는다. 낭만적 이상주의자는 현실을 외면한 자가 아니라,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이 땅의 현실과 사람들을 사랑하는 자임을. 돈과 판에 박힌 일상보다 모험과 이상을 택했던 존 리드의 생애를 떠올리며. 자본에 길들지 않고, 권력에 순응하지 않으며 뜨겁게 연대하는 낭만주의자들이 있는 한 낭만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中
5.
폭력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영향을 받은 여자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남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나는 30년 넘게 그 폭력에 대해서 써왔으면서도 그 폭력의 한가지 측면만큼은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바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한 인간의 마음과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살해당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살해당하는 일을 끊임없이 상상해보아야 합니다.
설령 자신이 공식적인 피해자가 되지는 않더라도, 여성에 대한 폭력이 성적이고 성애화된 방식으로 묘사되는 것을 늘 영화에서 보고 책에서 읽으면,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소식을 늘 신문에서 보면, 그런 일이 언제고 자기 주변의 여자들에게도 자신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페미니스트 활동가 앤 스니토는 2016년에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1969년에 만들어져서 널리 인용된 페미니즘 슬로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의 원래 의미는 “이 구조는 개개인의 개별적 삶보다 훨씬 더 큰 것이며, 여기에 대해 개인적 해법은 있을 수 없다”라는 것이라고요.
영어권의 회고록은 개인적으로 어떤 역경을, 가령 끔찍했던 유년기나 중독이나 질병을 극복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규칙을 따르지 않습니다. 이 회고록은 세상을 바꾸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인 문제를 중심에 놓고 말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길에 돌이 있다고? 나는 그것을 일일이 주워 간직한다.
그랬다가 언젠가 성을 지을 것이다.
이 책은 내가 걸려 넘어진 돌들로 지은 성입니다.
리베카 솔닛,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中
6.
J는 나에게 말했다. “네가 만나는 남자들은 왜인지 엄청나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 것 같아. 사진 찍히는 거 좋아하는거. 엄청 화려한 남자들 있잖아.”
나는 그가 나를 너무 많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남자들 중에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는 없었으니까. 난 겉치레가 화려한 사람보다는 진중한 남성을 좋아한다. 명품? 외제차?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사람이냐는 것이다. 나를 꾸미는 데에 서야 명품을 걸치고 외제차를 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만나는 사람이 꼭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 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속을 상상이상으로 많이 보는 사람이다.
아무리 겉이 화려해도 속이 텅 비었다면 같이 함께 하는 시간이 곤욕으로 느껴진다. 난 그보다 훨씬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고, 진중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의 초월성을 느낄 정도로 흥미로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를 원하며 자신만의 강한 줏대와 에고를 가진 사람을 원한다. 더군다나 내가 사실 애인을 만날 때는 애인과의 시간에 집중하느라 카메라를 잘 들지 않는다.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카메라를 들 생각이 안 드니까!
출처 없는 건 내 일기에서 가져온 글들.. 미움이 많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늘 고민을 해.
추운 날씨를 닮아 사람들의 마음도 꽁꽁 얼지 않았으면 좋겠다
첫댓글 칼럼도 여시 일기도 너무 좋다 여시도 따뜻한 겨울 보내길~
와 정말 요즘 내가 느끼는 것들이야..여샤 내 마음을 글로 끌어내 읽는 느낌..! 진짜 속 시원해졋어 공유해줘서 고마워!
6번은 여시 일기야? 너무 좋다
와 좋은 글 공유해줘서 고마워
좋은 글 많다 올려줘서 고마워ㅠㅠ 특히 첫번째 글 필사해야겠어
너무 좋다 여시야 여과 없이 심장에 바로 와닿는 글 같아
너무 잘 읽었어 칼럼보더 일기장글들이 취저였어 공유해줘 고마워!👍👍👍
글이 너무 좋아 공감되는 부분도 참 많네요☺️
요즈음 내가 느끼는 것들이 글로 녹아 있는 것 같아. 너무 좋다 여샤! 출처 있는 글들도 여시 일기도.. 너무 잘 읽었어 고마워.
큰 힘이 됐어 고마워 여시야 특히 1번 정말 좋다. 오늘 필사해야겠어
연어왔어요.. 넘 좋은 글 고마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