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73년생으로 군입대는 2년이나 늦은 95년에 했습니다. 그때 운동을 하고 있어서 단증에 미련을 버리지못해
입영 연기를 결정했고 그 와중에 대학도 입학도 할수 있어서 입영연기는 저에겐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다 주었
습니다.
대학을 휴학하고 6개월간의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다 95년 1월 306보충대로 입소하고 제30기계화 보병
사단에서 훈련을 받고 2월 말에 동사단 직할대 통신대대로 전입을 했습니다. 군대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건
역시나 음악을 들을수 없다는 점! 고참들이 "너는 사회에서 뭘 하다왔냐?" "너는 주로 잘하는게 뭐냐?" "너는 관심
사가 뭐냐?" 아무튼 전입 초기부터 이것저것 저에게 물어봤죠. 그러다 음악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반응은...
뚜시꿍! 뭐? 헤비 메탈? 그런 음악도 듣느냐"는 반응! 그때 당시에는 김 건모의 잘못된 만남과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가 TV를 점령하던 시기였거든요. 특히 김 지현의 엉덩이 춤은 젊은 군인들의 애간장을 녹일 정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지 못한다는 것에 애가 타 들어갔죠. 군대 생활이라는 것에 환멸을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락에 관심이 있는 몇몇 고참들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는 밴드라고는....
스키드 로, 본 조비, 신데렐라, 메탈리카 정도... 그것도 이름만 알지 실제로 무슨 곡이 좋은지 유명한지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들이 제게 물어왔습니다. 너는 어떤 그룹을 좋아하냐? 저는 당시에 "예! 헬로윈, 러닝 와일드,
레이지, 아틸러리등을 좋아합니다." 이랬더니... "그건 또 뭐하는 애들이냐?" 는 반응....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였습
니다.
100여명 가까이 되는 중대원 중 도대체 나같은 음악 매니아가 없다는게 참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들은 도대체 사회에서 뭣을 하고 놀았을까? 저들이 음악에 대해 도대체 관심 조차 있는걸까? 군대라는
곳이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보면 헬로윈 공식 팬 카페 회원만 해도 3500여명이 넘지 않습니까? 결코 적지 않은 숫자
라고 말할수 있지만 실제로 군대와 같은 단체 사회에서는 오히려 헬로윈을 아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저역시 군대에서 그걸 뼈저리게 느꼈으니까요. 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흘러 꿈에도 그리던 작대기 네개 병장을 달고
동시에 내무실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휴가때 집에서 녹음해온 카셋트 테이프를 내무실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정말 너무 행복했습니다. 군대에서 헤비 메탈을 듣게 되는 날이 오다니... 누구 하나 터치 할 사람도 없었
습니다. 제가 내무실 왕고참 이니까요. 그런데 후임병들의 불만이 터졌습니다. "이 병장님! 저... 가요 좀 틀어주십시오!
정말 저 소리 때문에 내무실 들어 오기가 싫습니다." 알아 듣지도 못하는 저런 음악은 도대체 왜 듣는겁니까?"
그래도 이건 약과 였습니다. 어느날 행정보급관이 와서 저를 불러 내더니 "네가 이상하고 괴상한 음악 듣는다고 누가
소원수리 긁었다"는 말까지 들었죠. 이상하고 괴상한 음악? 그때는 정말 한숨만 나왔습니다. 어찌 저렇게 나와는 다를까?
아무튼 후임병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메탈 듣는걸 다소(??) 자제하고 저 혼자 있을때만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휴가 다녀오면서 테이프를 몇개 더 구입했죠. Conception 의 Parerall Minds 와 RAGE 의The Missing Link를 구입해서 또 내무실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후임병들 왈 " 이건 또 무슨 거지같은 놈들입니까? 가요 테이프는 안 사오셨습니까?
사실 그런 말 나올까봐 가요 테이프도 사왔죠. 하지만 가요는 뒷전에 두고 며칠이고 몇시간이고 컨셉션과 레이지의 음악
만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97년 3월이 되어 저도 전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말년휴가 다녀온 후에 참 제 생애 잊지 못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원래 고참은 군대생활을 아무리 잘했어도 후임병들과의 관계가 안좋았으면 보통 전역할때잘 챙겨주지 않습니다. 저는 대체로 후임병들과 사이가 좋았습니다. 물론 헤비 메탈을 내무실에서 들었다는 죄 라면 죄때문에 전역 하기 일주일 전부터 후임병들의 표적이 되었죠. 아무튼 전역하기 일주일 전부터 밤이면 밤마다 시달렸습니다.
모포 말이는 기본이고 사회생활 잘하라고 맨발 벗겨 슬리퍼로 시퍼렇게 멍이 들때까지 발바닥을 맞아서 아침에 걸을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참 즐거웠습니다. 또 전역하기 사흘전부터는 후임병들이 제가 잠들면 한시간 마다 깨워서 약올리는 통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전역 이틀전에는 당직하사도 대신 서주고...아무튼 제가 입대하고서 후임병들에게 전역 신고식을 이처럼 혹독하게 치룬 고참은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함께 동고동락 했던 전우들이 그리워 전역하고 3개월이 지나서 부대 방문을 했습니다. 제 바로 밑 후임병들은 이미 다 전역을 한 상태이고 남아있는 후임병들과 옛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웃고 떠들었습니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때가 참 그립습니다. 영원히 오지 않을것만 같았던 전역날자는 정말이지 순식간에 와버렸고 숨어서 피우는 담배가 더 맛있다는 이야기도 있듯이 내무실에서 몰래 음악을 듣던 추억은 절대로 잊을수 없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군대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그때를 회상하면서 다시 한번 웃어봅니다.
첫댓글 ㅎㅎ 훈련소때 동기 한명이 생각나는 군요...저보다 한 살 많았는데..그 형도 헬로윈을 비롯한 멜로딕 계열 밴드들을 좋아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던...자대가 달랐기에 훈련소 마지막날 헤어지면서 휴가나가면 다음 헬로윈 카페 가입하라고 막 그랬었는데...아마 가입안했을듯..ㅎㅎㅎ
저도 훈련소때 음악이야기로 친해진 동기가 있었어요. 나이도 같고 아무튼 전역 하고서도 몇번 봤지만 그 친구는 나이가 들며 음악을 멀리 하더군요. 안타까운 일이죠.
괴상한 음악 듣는다고 소원수리까지 후덜덜 부대 짱인데요 ㄷㄷㄷㄷㄷㅋ 전 병장달고 내무반 오디로로 에벤에센스 등등 노래틀고 살다싶히 했다는;ㅋ; ㅇㅈㄹ ㅋㅋ 다행이 몇몇 공감하는 후임들이 있어서 다행이였음 ㅋㅋ
그렇군요. 그래도 후임병들 차~~암 착하네요.^^
착했던가 ㅋㅋ 모르겠다는 킼 ㅋㅋㅋㅋㅋ
군대에서 듣는 메탈과 락 음악은 정말 행복했지요..........휴가나와서 헬로원의 윈드밀을 들으며 회상에 잠긴 적이 있죠.... 정말 감미로운 윈드밀을 들으며 휴가 복귀 준비도 하고.ㅋ. 저는 철책근무 했는데 가끔 나오는 매탈에 온 몸에 전율을 느꼈죠......그 큰 스피커(방어방송)으로 락음악을 들으면 작살입니다..........ㅋㅋㅋ.
오..윈드밀.. 좋죠. 님 말대로 군대에서 듣는 메탈음악은 정말 행복했지요. 그러고보니 하드트렉님은 저와 나이가 같으니 비슷한 시기에 군생활 하셨겠군요.
저도 불침번 끝나고 들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ㅋㅋ; 다행인게 제가 의무지원중대였는데 해당 보병부대에 멜로딕 아는분이 좀 계셔서 좋았어요. 보면 그얘기하고 했던게 ㅎ
그런데 님은 아무리 봐도 내가 아는 사람인듯...혹시 헌준이 아니에요?
맞는뎅; 누구신지; 음악쪽인지 아님 그냥 아는;
헌준이 맞구나.. 너 군대 간 이후로 첨인듯 하구나. 내 얼굴 보면 알거다.
헉!! 두 분이 아는 사이???
잘은 알지 못하고 공연때 몇번 봤을뿐입니다.
ㅎㅎ; 그래도 인연이란게 참;
부대에서 락/메탈 매니아 상사님 한 분 봤습니다...ㅎㅎㅎ;;
오.. 그래요? 하긴 저번에 보니까 어떤 육군 대위가 멜로딕 매니아던데..
저는 군시절 상황실에서 라디오로 평소엔 거의 듣지않던 가요만 들었습니다. 듣다보니 좋아지더군요. 그런데 제대하고보니 입대전보다 음악이 더 멀어진 느낌이 듭니다.
네. 저도 원래 가요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헤비 메탈을 군대에서 듣지 못하는것이 아쉬웠지만요. 아무래도 나이가 한두살 더 들수록 멀어지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가봅니다.
전 다행히... 제 바로 위 선임병이 저랑 취향이 같아서... 흐흐...
역시 좋은 고참을 만나야 합니다.^^
전 자대배치 첨받고 청소시간에 깜짝놀랬습니다...내무실에서 카니발콥스의 노래를 들으며 청소를...이등병내내 데쓰음악 줄창듣다 일병되면서 윗선들 물갈이한번되니까 그땐 브립팝이...<=요건좀 싫어해서뤼...상병달고 물갈이되니까 뽕짝에서 일본음악까지..내가 왕고잡았을땐 헬로윈..ㅋㅋㅋ헤이로드 듣고번역 해봐했더니...안녕길 이라는 후임의어처구니없는 해석..ㅋㅋ이 있었죠..
참으로 다양한 변천사였군요. 왜 우리 중대에는 그토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헤이 로드 = 안녕길? ㅋㅋㅋ
저와 거의 같군요.... 제 후임들은 메탈을 "헬"이라고 불렀습니다-_-;;;;
헬? 지옥이라고 불렀다는 뜻이에요?
ㅋㅋㅋ 전 처음 전입갔을때 분대장이 슬립낫 광팬이었는데 그래서 청소시간마다.. 린킨 엑시리아 이런거 듣고.. 일병휴가때 멜스메 200곡(저희 내무실오디오는 MP3가 됨) 구워서 한번 틀었는데.. 아버지 군번이 멜스메 계열을 좋아하시는것 같아서 주구장창 들었죠.. ㅋ 청소시간에는 크게 틀어서 당직 사관한테 혼나기도 했궁-_-;;;;;;
역시 세대가 조금 틀리니 그때와 지금은 다소 차이가 있군요. 우리때는 메탈 매니아들이 많이 없었는데....
남자들은 역시 군대얘기 나오면 할 말들이 참 많아요..ㅋㅋ
군대에서의 음악적 추억도 참으로 재미있었죠.
저도 웬지 군대가서 그런소리 들을듯...
예전과 달리 지금은 공중파나 지상파 인터넷 할것없이 락음악을 많이 소개하니 예전보다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우.. 우리때와는 상황이 다르니 굳이 십수년전과 같은 그런 일은 없을테니 안심하세요.
난 자대배치받았을때 제일 힘있던고참이 스트라토바리우스좋아해서 그사람 제대할때까지 난 행복했음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