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극심한 타고투저의 양상을 보이는 국내 프로야구. 일각에서는 '혹시 반발 계수를 넘어선 위반구의 위력이 아니냐'는 얘기까지도 나온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지난달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프로야구에서 사용 중인 통일구의 반발 계수가 기준치를 넘었다"고 밝혔다. NPB는 앞선 3월 29일 6개 구장에서 열린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사용한 공을 각 구장에서 한 다스(12개)씩, 총 72개를 수거해 조사했다. 세이부돔을 제외한 5개 구장에서 사용한 공이 NPB의 반발 계수 제한 수치인 0.4234를 넘었다. 실제로 반발 계수 제한 수치를 넘은 '위반구'를 사용한 곳에서는 홈런을 포함한 장타가 많이 나왔다. 보통 반발 계수가 0.001정도 높으면 타구의 비거리가 20㎝ 늘어난다.
국내에서도 혹시 '위반구'가 나오지 않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나오기 힘든 일"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문정균 KBO 운영팀장은 "국내에서는 시즌 중에 상당히 까다롭게 공인구에 대한 반발 계수를 측정한다. 야구공 자체가 실밥을 꿰매는 등 사람 손을 거치는 부분이 많아 공마다 반발 계수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기준치를 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규정상 공인구의 무게는 141.77∼148.8g, 둘레는 22.9∼23.5cm다. 공의 반발력을 알 수 있는 반발 계수는 0.4134∼0.4374의 범위 안에 들어와야 한다. 야구공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크기의 경우 0.6cm의 오차 범위를 뒀다.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규정을 꼭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공인구의 반발 계수는 어떻게 측정되고 있을까.
국내독자장비로 시즌 중 4~5번 불시검사
국내 프로야구 공인구를 공급하는 업체는 스카이라인, 빅라인, 아이엘비(ILB·옛 맥스), 하드 등 4개사가 있다. 두산·넥센·KIA는 스카이라인을 사용하고 있고, SK·LG·NC가 빅라인, 삼성·한화는 ILB(옛 맥스), 롯데는 하드 제품을 올해 처음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시즌 전 1월 중에 실시한 반발 계수 측정에서 합격을 했다.
시즌 중에는 특정한 날짜를 공개하지 않고 불시에 반발 계수를 측정한다. 문정균 팀장은 "KBO 운영팀 직원이 직접 각 팀의 홈경기에 찾아가 시합용으로 빼둔 공 한 다스(12개)를 가져온다. 이 공을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에 보낸다. 시즌 중에 4~5번 정도 반발 계수 측정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내진 공은 3일 동안 섭씨 23도, 습도 50%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냉장고에 보관한다. 야구공이 주위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수거해온 공의 모든 환경을 똑같이 맞추기 위함이다. 3일이 지나면 공은 저속부터 고속까지 6단계로 나눠 실험을 한다. 권용규 한국스포츠개발원 과장은 "예전만 해도 우리나라 공인구를 일본에 가져가 반발 계수를 측정했지만, 지난 2004년에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미국 ASTM에 자문을 구해 탄성 실험기를 만들었다. 야구공은 2007년부터 KBO의 요청을 받아 반발 계수를 측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탄성 실험 장비는 야구공의 크기와 유사한 크기의 파이프에 야구공을 넣고 순간적으로 고압의 가스(질소 등)를 파이프에 불어넣어 야구공을 발사한다. 실험시 배관을 통해 들어가는 가스도 양과 시간을 조절해 시험에 적합한 속도로 야구공의 발사속도를 구분한다. 발사된 공은 단단한 벽에 있는 정사각형의 금속판을 맞힌다. 벽에 충돌한 공은 반대로 튀어나온다. 이 때 벽에 충돌하기 전 공의 속도와 충돌 후 튀어나오는 공의 속도의 비가 반발 계수다. 권 과장은 "반발 계수 실험은 1시간을 넘지 않게 신속하고 빠르게 진행한다. 공이 바깥환경에 오래 노출돼 본래 가지고 있는 성질의 변화를 막기 위함"이라면서 "시즌 중에 이런 작업을 4~5번 정도를 반복한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공정한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 정확하고 세밀하게 측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KBO에서 실험을 요구했던 공 중 반발 계수를 크게 넘거나 못 미치는 공은 없었다. 대부분 근사치의 차이만 있을 뿐 적정 수준의 수치를 유지했다. 지난 1~2월 중에 실시한 최종 공인구 검사에서 특별히 지난해보다 반발 계수가 크게 달라진 공은 없었다"면서 "올해도 여전히 KBO의 의뢰로 반발 계수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오차를 최대한 줄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