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모든 성인 대축일) 성인이 되려는 열망
교회는 창립된 지 2천 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하다. 교회가 주님께 충실하지 않았음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일부 학자들은 세상이 세속화되어 가면서 그리스도교는 없어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아직도 건재하다. ‘교회는 그리스도 예수님을 머리로 하는, 하나이며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공동체’라는 우리 신앙 고백이 생각난다. 교회는 세상 끝 날까지 없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열정과 충성 때문이 아니라 교회는 하느님 것이고 예수님이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마태 28,20).
오늘은 모든 성인 대축일이다. 특히 고유한 축일이 없는 성인, 지상 교회가 모르지만 이미 하느님과 함께 있는 성인들을 기념한다. 그들은 가깝게는 우리 무명 순교자들부터 시작해서 드러나지 않게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조용히 따랐던 수많은 교우와 예수님을 몰랐어도 이웃을 위해 봉사와 헌신 그리고 희생했던 사람들이다. 우리는 모든 성인의 통공(通功)을 믿는다. 이는 지상 교회, 천상 교회, 연옥 단련 교회가 하나의 교회를 이루며 서로 기도와 희생과 선행으로 돕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셋이지만 나중에는 하나, 천상 교회만 영원히 이어진다. 거기에 속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성인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 아니라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이다. 어린양의 피로 자기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한 사람이다(묵시 7,14).’ 죽음으로 하느님을 증언한 순교자들이 그들이다. 그런데 큰 업적을 남긴 사람 중 도전과 환난을 겪지 않은 이가 없고, 성인 중 자신이 죄인이라고 고백하지 않은 사람 또한 없다. 그들은 그 업적은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이 이루신 일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예수님을 사랑해서 행복한 사람들이다. 순교와 위대한 업적은 바로 그 사랑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세례받으며 수호성인을 정하고, 특정 성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도 성인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일 거다. 하느님이 거룩하신 거처럼 우리도 거룩해져야 한다. 우리는 모두 성인이 돼야 한다. 하느님을 믿고 또 그 믿음 대로 살려고 나름 노력하면 우리는 모두 성인이 된다. 대부분 연옥 단련을 받겠지만 지상 교우들의 도움으로 언젠가는 하늘나라에 들어간다. 그러니 지금부터 기뻐한다. 때가 되면 그렇게 될 일이니까 말이다.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 무리에 속하게 된 건 참 기쁘고 감사할 일이다. 교우들 모임이 그리고 교회가 그런 무리가 되기를 바란다. 모여서 같은 신앙을 고백하고, 기도하고, 좋은 일을 계획하고 실천하며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체험한다면 지상 순례길이 훨씬 수월할 거다. 일부 극단적인 이슬람교도들이 있는 곳을 제외하면 교회는 더 이상 박해받지 않는다. 그런데 박해보다 더 무서운 게 무관심이다. 그 무관심 안에는 우리 신앙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일부 사이비 종교인들의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 제자답지 않게 사는 것도 그 한몫을 차지할 거다. 요한 사도는 “세상이 우리를 알지 못하는 까닭은 세상이 그분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1요한 3,1).”라고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하느님을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건지 모른다. 우리가 하느님을 잘 모르는 건 성인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없기 때문일 거다. 예수님을 사랑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 그 거룩한 욕망은 좋은 사람들 무리에 속하고자 하는 바람 그 이상이다. 그 욕망은 앞서간 모든 좋은 사람들 무리와 함께 하느님을 향한다. 하늘나라 시민들은 의인 아흔아홉보다 죄인 하나가 회개하는 걸 더 기뻐한다고 했으니(루카 15,7), 천상 교회 교우들이 오늘도 나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한다. 나는 정말로 그 무리에 영원히 속하고 싶다.
예수님, 영원한 행복을 바랍니다. 세상이 말하는 행복은 그 속이 텅 비어있음을 압니다. 이제는 더 이상 속지 않습니다. 고통과 환난을 겪어야만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주님 제자로 살면 필연적으로 그런 것들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하느님과 떨어진 여기서 하느님 계신 거기로 가는 길이고 다른 길은 없습니다. 오늘도 제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주님 뒤를 따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의 가난한 마음을 주시어 하늘나라 시민의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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