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등 고혈압에 좋은 성분 함유꽃 진뒤 말랐을때 효과 더 좋아
아카시아 꽃이 질 무렵 고운 청보랏빛으로 피어나는 하고초 꽃은 달콤한 향기도 일품이지만 벌에게 꿀을 아낌없이 내줘 밀원(蜜源)식물로도 소중하다.
뜨거운 여름 뙤약볕에 꽃잎은 모두 떨어지고 급기야는 스스로 말라가는 약초. 그야말로 온몸을 불살라 짧은 생을 살다 가는 예술가의 혼을 빼닮은 약초가 바로 하고초(여름 夏·마를 枯·풀 草)다.
다 자라도 30~40㎝에 불과한 키 작은 여러해살이 풀인 하고초는 전국 각지의 산길이나 길섶, 습한 곳이면 어디든지 잘 자란다. 꽃이 피었을 때는 꽃대 그대로 건조하여 차로 마신다.
약용으로 쓸 때는 꽃이 다 지면 꽃대가 마르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채취를 시작한다. 장마가 시작되면 빗물이 꽃대로 튀어 올라 흙탕물범벅이 되므로 장맛비가 내리기 전에 채취하는 게 좋다.
하고초의 잎·줄기·꽃·뿌리 등에는 루틴과 트리테르펜사포닌·히페로시드·타닌질·아칼로이드·카로틴과 골수를 채워주는 비타민 K, 물에 용해되지 않는 무기질, 칼륨염 등이 들어 있다. 이 성분들은 혈압을 낮추는 기능을 하는데, 꽃이 피었을 때보다 꽃이 진 뒤 말랐을 때가 훨씬 강력한 효과가 있다. 또한 소염성 이뇨제로도 탁월해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 쓰고, 눈이 아프며 눈물이 줄줄 흐를 때, 오한이 나고 열이 있을 때, 염증성 편도선염, 호흡기 질환과 눈이 개구리처럼 튀어나오는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에 달여 마시면 좋다.
잎을 고아 만든 고약은 치질에 쓰면 좋다. 고혈압·고지혈·콜레스테롤에는 하고초와 단삼 각 20g을 물 600㎖에 넣고 2시간 정도 달여 마신다. 좀처럼 내리지 않는 열 감기와 이뇨 작용, 약 중독에는 연전초와 하고초, 작약을 3대3대1의 비율로 하여 물 700㎖에 넣고 5시간 정도 뭉근하게 달여 하루 3번 나누어 마신다.
하고초 10g, 천궁, 대황, 개나리열매, 산벚꽃 나무껍질 각 8g, 감초 3g을 물 1ℓ에 넣고 5시간 정도 뭉근하게 달여 하루 3번 마시면 종기나 여드름, 피부질환에 좋다. 특히 피부색깔이 검고 손발에 땀이 흥건하게 나는 사람에게도 써볼 만한 방법이다.
머리에 부스럼이 있거나 염증, 비듬에는 머리 감을 때 마지막 헹구는 물로 씻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