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일 박사의 세계 바둑 랭킹 (2012년 10월)
※본문은 한국기원 랭킹위원회 배태일 위원이 보내온 자료로 한국기원의 공식랭킹과는 무관하며 사이버오로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상위 60인 명단
금년 9월 30일까지의 대국 전적에 의거하여 2012년 10월 세계 바둑 랭킹을 계산하였고, 그에 의한 최상위 60인의 명단과 관련 자료가 표1에 실려있다. 이번 랭킹에서 먼저 언급할 사항은 천야오예가 1위로 올라온 것이다.
천야오예는 8월말까지의 대국 자료로 계산한 중국 랭킹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는데, 세계 랭킹에서도 1위에 올랐다. 또한 이세돌이 6위로 내려가서 2011년 1월에 세계 랭킹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에 처음으로 2위 밑으로 내려가서 이것이 주목할만한 사건이다.
점수 변화를 살펴보면, 천야오예, 스웨, 구리, 퉈자시, 등의 중국 상위 기사들의 점수가 많이 오른 것에 반해서, 박정환과 이세돌의 점수가 내려갔다. 하지만 최철한과 김지석의 점수는 올라갔다.
아래의 그림1에서 이세돌, 박정환, 구리, 천야오예의 점수 변화를 살펴보자. 이세돌이 2011년 봄에는 다른 기사들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하였는데, 2011년 하반기에 그의 점수가 많이 내려갔고, 2012년 들어서 그의 점수가 내려가는 추세는 멈추었지만 다시 옛날 전성기의 점수를 회복하지 못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박정환의 점수가 올라가서 이세돌의 점수를 넘어섰다. 게다가 이세돌의 점수가 10월에 내려갔는데, 천야오예, 스웨, 퉈자시의 점수가 많이 늘어서 그들이 이세돌을 추월했다. 이세돌의 전통적 라이벌인 구리도 9월에 9승 1패의 좋은 전적을 거두어서 이세돌을 추월하였다. 이세돌이 2012년에 부진한 것이 잠시의 슬럼프인지 나이 때문에 기인한 장기적 추세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그림1에 의하면 천야오예의 9월 점수가 많이 올랐는데, 그는 8월에 바이링배 32강, 16강, 8강전에서 이겨서 4강에 올랐고, 농심배 중국 예선에서 8월에 두 번 더 이겨서 농심배 대표가 되었고, 중국 갑조리그 주장전에서 이겼다. 이렇게 도합 6연승했는데, 주로 강자들을 상대로 한 영양가가 높은 승리를 거두어서 점수가 많이 올랐다.
다음으로 그림2에서 구리, 천야오예, 스웨, 탄샤오의 점수 변화를 살펴 보자. 구리의 점수가 2009년 봄에는 9800점을 넘었는데, 그 후로 천천히 내려왔고, 2011년 초에 바닥을 친 다음에 2011년에는 천천히 올라갔는데, 2012년 들어서 다시 그의 점수가 내려가다가 이번 달에 많이 올랐다.
그림3에는 2011년 1월부터 금년 10월까지의 중국 상위 기사들의 점수 변화를 그렸다. 천야오예에 더해서 스웨와 퉈자시의 점수가 금년에 많이 늘었는데, 스웨의 점수는 꾸준히 여러 달에 걸쳐서 늘었고, 퉈자시의 점수는 금년 6월까지 9500점 부근에 머물다가 불과 3개월 사이에 200점 정도 늘어서 최상위 기사 그룹에 끼게 되었다.
군웅할거 시대
이 세 그림을 종합해 보면, 전통적 강자인 이세돌과 구리가 전성기보다 점수가 내려갔고 그 사이에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에 출생한 기사들의 점수가 올라가서 여러 명의 기사들이 9700점 부근에 몰려 있다.
지금은 두 전통적 강자가 퇴조하였지만, 아직 뚜렷하게 다른 기사들을 압도하는 기사가 나타나지 않았고 새로운 세대의 강자들과 전통적 강자들이 서로 경쟁하는 군웅할거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이세돌과 구리와 쿵제는 전성기에 9800점을 넘었었는데, 이들 이외에 이 점수를 넘은 기사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중국 바둑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군웅이 할거한다는 것은 16강전을 마친 위부부동산배의 결과에서 극명히 나타났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과거와 현재의 중국 랭킹 1위가 다 탈락했고 세계 타이틀을 딴 적이 있는 기사들이 다 탈락했다.
구리는 종원징에게 32강전에서 졌고, 쿵제는 16강전에서 판팅위에게, 탄샤오는 32강전에서 펑리야오에게, 셰허는 16강전에서 렌샤오에게 졌다.
현 중국 랭킹 1위인 천야오예는 16강전에서 저우허시에게 졌다. 결국 과거와 현재의 중국 랭킹 1위 중 저우루이양을 빼고는 전부 탈락했다. 또 세계 기전 타이틀을 딴 적이 있는 기사들도 모두 탈락했다.
이미 말한 대로 구리, 쿵제, 셰허(그는 작년 농심배를 우승으로 이끌어서 세계 타이틀 획득자의 대우를 받음)가 탈락했고, 2011년 엘지배 타이틀을 딴 박문요는 저우루이양에게 16강전에서 졌고, 2012년 엘지배를 우승한 장웨이제는 종원징에게 16강전에서 졌다. 그리고 이 기전에서 8강에 오른 기사들이 모두 90후 세대이다.
군웅할거 시대에는 뚜렷한 1인자가 없고 1위가 2위 이하와 큰 점수 차이가 없어서 1위가 자주 바뀔 수 있다. 이번 삼성화재배의 결과만으로 보면 천야오예는 16강에서 이기고 8강에서 져서 거의 점수 변화가 없을 것이고, 박정환과 이세돌과 구리는 16강과 8강에서 이겨서 약 48점 정도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다른 조건이 같다면 다음 달 랭킹 계산에서 천야오예와 박정환의 순위가 바뀌게 될 것이다.
중국 1위의 징크스
그동안 중국은 마요춘에서 창하오, 창하오에서 구리로 중국의 최강자가 뚜렷이 세대 교체를 이루어 왔다. 구리 이후로 쿵제, 저우루이양, 탄샤오, 천야오예가 차례로 중국 랭킹 1위를 잠깐 동안씩 차지해 왔다.
그런데 중국 랭킹 1위에 징크스가 걸렸는지 1위에 오른 다음에는 곧 바로 슬럼프에 빠져서 성적이 떨어지고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표2에 구리 다음에 1위에 오른 기사들의 명단을 보자. 쿵제는 급격히 점수가 늘면서 1위에 오른 것처럼 정상에서 내려올 때도 급격히 내려왔다.
저우루이양은 2010년 12월에 마감한 전적으로 계산한 점수에서 1위에 올랐지만, 국제 기전에서 성적이 좋지 않고 팬들로부터 진짜 1위인가에 대한 의문을 받았고, “가장 물렁한 1위”라는 오명을 들었다.
탄샤오는 촉망을 받고 1위에 올랐고 진정한 90후 세대의 기수라고 주목 받았는데, 그 역시 1위에 오른 다음에 슬럼프에 빠졌다. 천야오예가 이런 징크스를 물리치고 중국 1위를 오래 지킬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글 | 배태일 박사]
○● 필자 소개 랭킹칼럼을 쓰고 있는 배태일 박사는?
필자는 1972년에 매릴랜드 대학교에 도미, 유학해 1977년에 동 대학에서 물리학박사를 취득하였다. 그 후에 NASA(미우주항공국) 산하의 Goddard Space Flight Center에서 연구 활동을 하다가 1978년에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에서 연구 조교수로 연구 활동을 계속했다. 1982년에 Stanford University로 옮겨서 Senior Scientist로 연구 활동을 하다가 작년에 은퇴하였다.
연구 활동 분야는 태양의 활동과 중성자성과 블랙홀 주위에서 발생하는 엑스광선 분야이다.
한국기원의 랭킹 전문위원으로 2009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통계적 랭킹 제도를 창안했고, 2010년 1월부터 3개월에 한번씩 세계랭킹을 계산해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기원 공인 아마5단이고, 미국바둑협회 6단 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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