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려는 사람만 넘치고 살 사람은 자취 감춰
매물 쌓여도 거래량 급감하며 가격 하락세 지속
지난해 메트로 밴쿠버 주택 시장이 20여 년 만에 최저 거래량을 기록하며 기록적인 침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 수요는 급격히 위축된 반면 시장에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주택 가격도 전 유형에 걸쳐 일제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메트로 밴쿠버 부동산 협회'에 따르면, 2025년 이 지역 주택 거래량은 총 2만 3800건으로 집계됐다. 2024년보다 10.4% 줄어든 수치로, 최근 10년 평균 거래량과 비교하면 25%나 낮은 수준이다. 전 세계적인 경제 대침체가 닥쳤던 2008년 당시 기록한 2만 4000건보다도 적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21세기 들어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남겼다.
반면 시장에 나온 매물은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신규 등록된 매물은 총 6만 5000건을 넘어서며 2024년 대비 8.2% 증가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28% 이상 늘어난 수치로, 10년 평균치보다도 13.1%가 많다. 매물은 넘쳐나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는 수급 불균형이 계속되면서 모든 유형의 주택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밴쿠버 단독주택의 벤치마크 가격은 187만 9800달러로 1년 전보다 5.3% 하락했다. 콘도 가격 역시 71만 달러로 1년 전 대비 5.3% 떨어졌으며, 타운하우스는 105만 6600달러로 5%의 하락폭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을 짓누른 배경으로는 미국과의 무역 마찰에 따른 불확실성이 첫손에 꼽힌다. 경제적 실질 타격보다는 심리적인 위축이 시장을 지배했다. 고용 불안과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구매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관망세로 돌아선 결과다. 매물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고 9개월 이상 머무는 사례가 속출하며 판매자와 중개인들 모두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홈시그마'의 분석 결과 지난해 평균 매물 체류 기간은 최근 5년 내 최장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집을 팔지 못한 소유주들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등 시장의 체감 경기는 지표상 수치보다 훨씬 더 차갑게 식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집값 하락과 금리 인하 기조가 맞물리며 2026년 시장이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대출 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낮아진 데다 매물 선택의 폭까지 넓어진 만큼, 대외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관망하던 대기 수요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2026년 시작과 동시에 매수자 우위 시장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이 같은 여건이 실제 거래 활성화로 연결될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이번 통계는 밴쿠버, 버나비, 코퀴틀람, 리치몬드, 노스 밴쿠버, 웨스트 밴쿠버, 피트메도우 등 메트로 밴쿠버 전역을 대상으로 작성됐다.
[체크포인트 · 이것만은 꼭]
2025년이 매도자에게 고통스러운 한 해였다면, 2026년은 준비된 매수자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의 창이 열리는 시기가 될 수 있다. 현재 밴쿠버 시장은 매물이 넘쳐나는 전형적인 매수자 우위 시장이다. 가격 조정이 5% 이상 이뤄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 혜택까지 더해진 만큼, 실거주 목적의 구매자라면 급매물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만하다.
다만 미국과의 통상 갈등 등 대외 변수가 여전하므로 무리한 대출보다는 자금 동원 능력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매도자라면 시장에 매물이 쌓여 있는 만큼 단순한 가격 인하보다는 리모델링이나 스테이징을 통해 주택의 상품성을 높여야 긴 매물 체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거래량이 2008년 수준 이하로 떨어진 현재의 기록적 침체는 역설적으로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기에, 서두르기보다 정확한 지역별 시세 분석을 선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