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헌재에 정신없는 한국 시민들 혼란 확산 극우만 득세 / 3/23(일) / 한겨레 신문
◇ 비상행동 '헌재가 응하지 않으면 주말에 200만명 모이자' 법률가 1358명도 '파면 결정 늦으면 안 된다' 대학생들도 삼보일배... '극우를 뒷받침하는 상황'
지금쯤이면 시민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는 윤석열 파면 선고가 언제가 될지 짐작하고 있어야 합니다. 탄핵소추 100일이 지났고, 다른 역대 사건과 비교해도 최장 기간을 넘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위해 13일째 단식농성 중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 윤복남 공동의장(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의 목소리가 경복궁 서십자각터 농성 현장에 울려 퍼졌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 심리가 길어지면서 법률가와 대학생, 노동자 등 다양한 시민들이 불안과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헌재의 조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한편 심해질 분열과 혼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비상행동은 20일 경복궁 서십자각터 농성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마음이 되어 조기에 파면을 결정할 것을 헌재에 촉구한다"며 "금요일까지 헌재가 결론을 내지 않았다면 이번 주 토요일에 시민 200만 명이 모여달라"고 당부했다. 윤 공동의장은 "언제 선고받더라도 탄핵만 결정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뒤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도 있다"며 "헌법과 법률 위반은 제때 시정하지 않으면 심각한 불의를 용인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헌법 파괴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와 법률가들도 헌재에 조속히 파면을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1시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6일까지 헌재가 파면 선고일을 확정하지 않으면 27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시민의 일상이 파괴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언론을 통해 헌법재판소 일정이 확정됐는지 확인하는 시민들이 많다"며 "더 이상 이런 혼란과 불안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국의 법학교수 변호사 노무사 연구자 등 총 1358명의 법률가들도 이날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윤석열의 위헌과 내란의 증거는 넘칠 정도로 탄핵의 명목은 충분하다. 그런데도 윤석열의 탄핵심판 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분열과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란 범죄자의 파면 결정이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선고가 늦어짐에 따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언행이 과격해지고 있는 데 우려를 표시하고 빠른 선고를 촉구하는 뜻에서 경복궁에서 안국역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삼보일배에 참석한 대학생 시국회의 노민영 공동대표는 "헌재의 판결 지연이 극우 지지자들을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이제 빨갱이(공산주의자)는 죽여도 된다는 등의 말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