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잇감 향해 시속 56㎞로 돌진하는 포식자… 핵 추진 잠수함 이름에 쓰이기도
바라쿠다(큰꼬치고기)
바라쿠다가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어요. 바라쿠다는 몸집이 크고 성질도 사납지만,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드물어요. /otlibrary
얼마 전 프랑스 방산업체인 나발그룹이 세 번째 바라쿠다급 잠수함을 만들어 프랑스 해군에 인도했대요. 바라쿠다급(Barracuda-class)은 프랑스에서 만드는 핵추진잠수함을 말하는데요. 1930~50년대 미국 해군도 잠수함에 바라쿠다라는 이름을 붙였죠. 바라쿠다는 우리나라에서 ‘큰꼬치고기’라고도 부르는 바닷물고기예요. 몸집이 크고 성질도 사나운 포식자예요. 적에 맞서 용맹하게 싸워야 할 군함의 이름으로는 제격인 셈이죠.
바라쿠다는 생김새부터 무시무시하답니다. 기다란 유선형의 몸은 어뢰(적의 군함을 폭파하기 위해 발사하는 물고기 모양 무기)를 빼닮았어요. 주둥이는 여느 물고기보다 훨씬 길고 뾰족하죠. 다 자란 몸길이는 2m에 이른답니다. 세계 3대 대양인 태평양·대서양·인도양의 북위 30도와 남위 30도 사이 지역에서 볼 수 있답니다. 수명은 14년 정도예요. 번식은 두 살 때부터 할 수 있지만,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알을 낳는지 그 과정의 상당 부분이 수수께끼라고 해요.
바라쿠다는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모든 물고기를 먹잇감으로 삼아요. 순간 최대 시속 56㎞까지 속력을 내서 먹잇감을 향해 돌진하죠. 바라쿠다 입을 보면 위아래에 모두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요. 큼직한 이빨과 함께 자잘한 이빨들도 돋아 있죠. 이렇게 크고 작은 이빨들은 얼핏 보면 무질서하게 나 있는 것 같지만, 입을 다물면 빈 공간 없이 촘촘하게 딱 들어맞아요. 작은 먹잇감은 그 자리에서 꿀꺽 삼키지만, 큰 먹잇감은 여러 차례 물어서 자잘하게 토막 낸 다음 먹어요.
보통 한 마리씩 단독 생활을 하지만, 여러 마리가 무리를 이뤄 지내기도 하는데요. 작은 물고기 떼를 발견하면 여러 마리가 사방을 둘러싼 뒤 각자 공격하는 방식으로 협력 사냥을 하기도 해요. 바라쿠다의 등쪽은 어두운 갈회색이나 청회색이고 배쪽은 상대적으로 밝은 흰색이에요. 이 덕분에 위에서 내려다보면 어두컴컴한 물속과 구분하는 게 쉽지 않고,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수면에 햇살이 비춰서 잘 보이지 않게 돼요. 자기가 사냥하는 물고기들뿐 아니라 상어나 고래 같은 천적의 눈에 띄지 않게 해주는 보호색인 거죠.
바라쿠다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드물대요. 하지만 반짝이는 물체를 보면 먹잇감인 줄 알고 잡아먹으려고 다가오곤 하기 때문에, 바라쿠다가 다니는 곳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는 귀고리나 목걸이 같은 반짝이는 액세서리를 반드시 벗는 게 철칙이래요.
바라쿠다는 잡을 때의 짜릿한 ‘손맛’으로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높지만,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되는 고기로 알려져 있어요. 잡은 바라쿠다를 요리해 먹었다가 고열이나 구토 또는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이건 바라쿠다가 독 성분이 있는 해조류를 먹은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으면서 몸에 독 성분이 농축됐기 때문이라고 해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