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새벽에는 전세계 축구팬들을 설레게 하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조추첨식이 거행되고 그 시각 지구 반대편 한반도의 남쪽 끝 제주도에서는 44년만의 최초 남북한 공동 월드컵 본선 진출과 남북의 공동 승리를 기원하는 코리아 풋볼 드림 매치를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고 합니다. 싸커걸 대표로 눈팅 족인 제가 운 좋게 제주도로 날아가 직접 경기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
<비행기 내부에서 찍은 제주도의 풍경과 드림매치 홍보 현수막 >
쌀쌀한 바닷 바람의 거센 환영을 받고 제주 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왜 제주도를 삼다도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구요. 바람이 정말 정말 끝내주게 많이 불어서 머리도 헝클어지고 눈 뜨기도 조금 힘들었네요. 예전에는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고 하지만 저는 바람, 귤, 초코렛의 삼다도라고 부르고 싶네요.하하핫 ^_^
제주도가 처음이라 길을 헤메는데 마침 길을 물어본 제주 소년들도 월드컵 경기장에 간다고 하여 현지 인간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편하게 갔습니다. 제주 인심 짱이에요~ ^^
경기 시작하기 전에 여유 있게 도착해서 준비하는 모습도 보고 비루한 디카지만 여기 저기 열심히 찍었습니다.
제주도고 처음이고 월드컵 경기장도 처음인지라 호기심에 구석 구석 둘러보다보니 어느새 경기 시작 시간 2시가 되었네요.
드림 매치를 축하해주러 걸그룹의 포미닛(제가 쫌 많~이 조아라합니다)의 공연을 필두로 양팀 인사를 하고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백두산 호랑이 연변 FC VS 제주 오름이 제주 FC의 역사적인 꿈의 경기!!!!!!!!
![](https://t1.daumcdn.net/cfile/cafe/154BED124B20FF428B)
보통 우리 나라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축구를 하는데, 이번 경기는 친선전이라 시즌 종료 후 하다보니 참 추웠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무장을 하고 앉아서 보는 저도 추워서 웅크리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바닷바람도 축구열기와 민족화합의 경기라는 의미를 느끼기 위해 찾은 1만 6천여 제주도민의 열기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
![](https://t1.daumcdn.net/cfile/cafe/1776B1134B20FF5838)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 휘날리는 연변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깃발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7FA8124B2100D36C)
![](https://t1.daumcdn.net/cfile/cafe/134BD8114B2103E85D)
양팀 선수 소개와 개회사(?) - 왼쪽이 제주 FC 가운데가 드림 매치 오른쪽이 백두산 호랑이 깃발입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생각대로 t가 후원하는 코리아 풋볼 드림매치 한라에서 백두까지의 화려한 축구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에 비해 작은 체구의 연변FC 선수들을 보면서 한때는 중국 축구 리그를 호령하고 그 기개가 마치 호랑이 같다고 하여 붙여준 별명 '백두산 호랑이' 가 처한 현재의 재정적 어려움과 리그 내 성적이 선수들의 빛바랜 하얀 유니폼에 그대로 투영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1667124B21044438)
시즌이 끝난 후라 그런지 두 팀은 초반 몸이 풀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고 10여분간의 탐색전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두 팀의 기량차이는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현대 축구가 미드필더에서부터 압박하는 압박축구가 주류인 현실에서 압박 축구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 중국 리그의 선수들인 연변 FC가 열세로 전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압박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체격과 신체 조건이 된다면 대응할 수 있었을 테지만 왜소한 체격의 연변FC의 선수들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ㅠ_ㅠ), 이는 결국 전반 26분 제주FC 미드필더 양세근 선수에게 선취점을 내주는 결과를 가져왔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심영성에게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전반을 2-0으로 제주 유나이티드의 리드로 마치게 되었습니다.
전반전을 지켜 보면서 두 선수에게 자꾸 눈길이 가더라구요. 제주 FC no.7 구자철 선수와 연변 FC의 no.9 허 파 선수의 플레이가 유독 제 눈에 쏙~쏙 들어오더라구요. 다들 아시다시피 구자철 선수는 얼마전 홍명보 감독의 U-20 팀에서 공격의 중심으로 빼어난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작고 날렵하고 빠르고 센스도 좋고 특히 구자철 선수의 백 패스에 반해버렸습니다. 앞으로 제주하면 구자철 선수입니다.
연변의 '개성파' 허 파 선수는 전광판에서 이름을 볼 때부터 특이해서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전반전 연변의 공격을 주도하던 선수가 누군가하고 찾아보니 바로 허파 선수였네요. 이름도 헤어 스타일도 독특한 선수로 비록 포지션은 다르지만 2002 월드컵의 김남일 선수를 떠오르게 하더라구요.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돌파 잘 봤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4DF4144B21047E81)
< 제주 FC 선수들의 득점 후 장면, 연변 FC 선수들의 아쉬워하는 모습 >
![](https://t1.daumcdn.net/cfile/cafe/15624C0D4B210B8202)
<경기 중 선명하게 떠오른 무지개, 하늘에서 뜻 깊은 행사에 축하 메세지로 보냈나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01550B4B210DA201)
< 전반전은 제주 FC가 2 -0 으로 앞선 상황에서 끝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30F50D4B210C9B69)
<하프 타임 공연 - 인기 남성 듀오 노라조의 수퍼 맨( 추운 날씨에 간소한 옷차림으로 열정적인 무대ㅋ)>
![](https://t1.daumcdn.net/cfile/cafe/1746B20D4B210E7C33)
![](https://t1.daumcdn.net/cfile/cafe/1946B20D4B210E7D34)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가 들리고 연변FC는 전반의 2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의욕적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는데요, 최전방에서 기대주 김경도의 빠른 발과 감각적인 공간침투와 개인기를 이용한 역습을 시도했으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주전 센터백 조용형 선수의 뛰어난 위치 선정과 노련한 압박으로 패기 넘치는 경기를 하는 김경도 선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경기 종반 연변FC의 결정적인 두 번의 공격이 골 포스트를 맞는 불운과 골기퍼 선방에 막히면서, 이 때 다들 한마음이 되어서 연변 선수들을 응원했답니다. 아까운 찬스를 날려버릴때마다 곳곳에서 탄식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박수로 그들의 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제주 선수들도 시즌도 끝나고 추운 날씨인데 자신들을 보기 위해 온 관중들을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전후반 내내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이렇게 해서 코리아 풋볼 드림 매치는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제주 유나이티드의 2-0완승으로 그 화려한 축제의 막을 내렸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4BAB0F4B2111A68D)
![](https://t1.daumcdn.net/cfile/cafe/184BAB0F4B2111A78E)
![](https://t1.daumcdn.net/cfile/cafe/204BAB0F4B2111A88F)
<위의 첫번째 사진은 '백두산 호랑이' 연변 FC의 상징 두번째는 연변 원정 응원단, 마지막은 제주FC 서포터즈>
비록 연변FC의 패배로 경기는 마무리 됐지만 중국의 축구리그와 대한민국의 축구리그에 분명한 격차는 있는 게 사실이고 비록 2-0의 패배였으나 연변FC는 한민족의 팀답게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분명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1만 6000천의 관중과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동포들에게 그들은 분명히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보여주었고 그것은 분명히 관중들과 이번 경기를 본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웅크리고 있지만 그들이 일어서서 뛰는 날에 더 멀리 더 높게 날아 포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뛰어올라 백두산 호랑이의 위엄을 드러내는 날 우리는 다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는 한민족의 축구 강팀이 있으며 한민족이라는 것을.. 제주도에 백두산 호랑이가 다녀갔었다고 말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3BD40D4B21135966)
< 경기 종료 전광판 사진 - 혼자 옵서예, 또 갈게요 제주도!>
![](https://t1.daumcdn.net/cfile/cafe/20325A0D4B21147872)
덧붙임. 싸커걸 회원분들 중에서 혹시 이 경기를 TV 로 보신 분이 있으신가요? MBC ESPN 에서 생중계 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앉은 곳 반대편 2층에 중계 차량과 중계진 분들이 보여서 사진도 찍었는데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네요. 듣기로는 차범근 감독님이 오셨다, 이상윤 코치님이 오셨다... 하는데 멀리서 찍은 사진 속에는 그저 두 남자 분만 보이네요. ^^
이런 좋은 자리에 참석하도록 도와주신 한결님과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 축구팬으로서 잊지 못할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첫댓글 우와,ㅋㅋ 글정말 잘쓰시네요. 덕분에 이 글 보면서 경기를 본듯한 ㅋㅋ 기분이드네요^^ 사진과 글 너무 잘봤습니다
우와 후기 진짜 재미있게 읽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와... 진짜 재미있으셨나봐요 ㅠㅠ 부러워요 ㅋㅋㅋ 구자철선수는 실제로 경기하는거 꼭 보고싶었는데!! ㅋㅋ 후기 재미있게 잘읽었어요!!ㅋㅋ
ㅋㅋㅋㅋ 기자 같으시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