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은 제주도는 섬 전체가 지질 과학관이다. 제주의 핵심 지질 명소 12곳에는 지질 자원을 테마로 한 이색 숙소와 먹거리가 있다. 일명 '지오하우스'와 '지오푸드'다. 핵심 지질 명소 가운데 제주도의 속살을 다채롭게 엿볼 수 있는 사계리를 찾았다. 80만 년이 층층이 쌓인 곳에서 지질을 테마로 걷고 먹고 여독을 풀었다.
눈앞에 우뚝 솟은 산방산과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 형제해안도로
제주 이색 숙소 '지오하우스'를 아시나요?
안덕면 사계리는 다채로운 여행 요소를 갖췄다. 제주에서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는 형제해안도로와 일출 명소 형제섬 외에도 화산섬의 독특한 풍광이 곳곳에 펼쳐진다. 2014년 4월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가 열리면서 사계리를 여행하는 법이 새로워졌다. 단순히 제주의 풍경을 탐하기보다 억겁의 시간이 빚어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지질 여행이다. 제주에는 현재 한라산, 만장굴, 성산일출봉, 서귀포층, 천지연폭포, 수월봉 등 12곳이 핵심 지질 명소로 지정되었다. 그중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는 수월봉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열었다. 트레일 코스가 지나가는 사계리에는 지질 여행을 한층 풍성하게 해줄 '지오하우스'가 있다. 지오하우스는 제주의 화산지형을 모티프로 리모델링한 테마 숙소다. 2014년부터 핵심 지질 명소가 위치한 지역에 조성했다. 아이가 있는 가족 여행객이라면 이곳에서 하룻밤 묵으며 특별한 제주 여행을 계획해보자.
호끌락80번지 입구 담벼락
사계리 마을 골목에 자리한 독채 펜션 '호끌락80번지'는 지난 10월 지오하우스 11호점으로 지정되었다. 골목에 들어서면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가 그려진 담벼락이 눈에 띈다. 여기에 산방산의 전설과 관련된 그림을 더했다. 제주도 특유의 주거 문화인 안거리(안채), 밖거리(바깥채) 형태로 지은 건물도 이채롭다. 안거리에는 아늑한 침실과 서재가, 밖거리에는 카페처럼 꾸민 주방이 있다. 제주도의 옛 시골집 정취를 느끼며 지질트레일의 거점으로 삼기 좋다. 이외에도 사계리에는 산방산이 내다보이는 민박 '글라라의 집', 글램핑 체험장을 갖춘 '엄블랑'이 지오하우스로 선정되었다. 집마다 사계리의 지질 자원에 대한 자료가 비치되었으니, 탐방에 나서기 전에 참고하면 좋다.
[왼쪽/오른쪽]산방산 전설을 모티프로 꾸민 호끌락80번지 / 밖거리 건물의 아늑한 주방 [왼쪽/오른쪽]아이와 글램핑 체험을 하기 좋은 엄블랑 / 지오하우스에 비치된 제주도 지질트레일 자료
80만 년을 거스르는 시간 여행, 사계리의 주요 지질트레일 코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은 사계리를 잇는 A코스(13.2km)와 화순리를 아우르는 B코스(10km)로 나뉜다. 아이와 전체 코스를 걷기 힘들다면 A코스 절반만 돌아도 충분하다. 형제해안도로부터 산방산, 용머리해안으로 이어지는 풍경이 백미다. 교과서에서 본 화산지형을 가까이 관찰하고 온몸으로 느끼는 코스다. 출발점은 산방산 아래 용머리해안으로 잡으면 편하다. 탐방안내소에서 오전 10시, 오후 2시와 3시에 무료 해설을 진행한다. 해설사와 함께 80만 년을 거스르는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용머리해안은 산방산과 함께 제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화산지형이다. 지하에서 솟구쳐 올라온 마그마가 차가운 물을 만나 폭발할 때 화산재와 분출물이 층층이 쌓여 형성되었다. 수평 층리, 수직 절리 단애 등이 어우러진 절경 아래를 걷다 보면 대자연에 경외심이 솟구친다. 수학여행의 단골 코스로 각인될 만큼 제주에서 흔한 관광지가 '지질 여행'으로 접근하면 새롭게 보인다.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라 밀물 때나 파도가 높으면 아예 입장할 수 없으니, 탐방안내소에 문의해 물때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바다를 향해 우뚝 솟은 용머리해안
화산재가 빚어낸 용머리해안의 절경
화산활동의 신비로운 흔적은 형제해안도로를 따라 해안사구의 하모리층, 발자국 화석지로 이어진다. 하모리층은 제주도에서 젊은 지층에 속한다. 누런 암석 덩어리가 해안에 길게 누운 모습이 마치 누룩 같다고 제주 사람들은 누룩돌, 누룩빌레라 부른다. 5000~2만 년 전에 생겨나 파도와 바람, 돌이 깎고 다듬은 모습이 들여다볼수록 신기하다. 하모리층 사방에 펼쳐진 풍경은 신비로움을 더한다. 맞은편에 형제섬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한라산이 극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제주사람발자국과동물발자국화석산지가 펼쳐진다. 천연기념물 464호로 지정되어 가까이 확인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맞은편에 전시관이 있으니 잠깐 들러 다양한 화석을 살펴보자.
하모리층 너머 짙은 바다와 형제섬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 [왼쪽/오른쪽]길 곳곳에서 만나는 지질트레일 이정표 / 산방산, 한라산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사계리 해안
제주 화산지형을 모티프로 한 이색 음식, '지오푸드'
제주 지질 자원의 매력은 맛으로도 느낄 수 있다. 화산지형과 제주의 식재료를 모티프로 한 쿠키, 빵, 주먹밥 등 '지오푸드'로 선정된 음식은 출출한 속을 달래기 좋다. 산방산 아래 자리한 '지오아라'에는 투물러스 요거트, 누룩빌레 주먹밥 등을 판매한다. 사계리 곳곳에서 눈에 담은 화산지형을 다시 확인하며 맛보는 재미가 있다. 누룩빌레 주먹밥은 당근, 감자, 미역 등과 밥을 섞어 납작하게 튀긴 주먹밥이다. 겉은 누룽지처럼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아이들 입맛에도 잘 맞는다. 이름처럼 색깔도, 모양도 누룩빌레(하모리층)를 닮았다. 주먹밥 가운데가 웅덩이처럼 파였는데 그 안에 송송 썬 양파와 칠리소스가 들었다. 옛날 제주에는 물만큼 소금이 귀해서, 누룩빌레 웅덩이에 고인 바닷물을 증발시켜 천연 소금을 얻기도 했다. 소스에 담긴 양파는 하얀 소금을 형상화한 것이다. 주먹밥은 도시락으로 포장해서 가져갈 수도 있다. 투물러스 요거트는 누룩빌레 주먹밥과 함께 디저트로 먹기 좋다. 투물러스는 김녕·월정 해안에서 볼 수 있는 용암 언덕이다. 이 일대에서 나는 우뭇가사리로 만든 감귤 양갱을 수제 요거트에 곁들여 내는데, 새콤하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누룩빌레 주먹밥과 투물러스 요거트
달달한 디저트와 커피 한 잔이 생각나면 '웬드구니'에 들러보자. 푹신푹신한 용머리해안 지층 카스테라, 고소한 아몬드와 버터 향이 녹아든 하모리층 화산탄 쿠키, 오렌지 마멀레이드 반죽에 초콜릿 칩이 콕콕 박힌 서귀포층 패류화석 마들렌 등 이색적인 지오푸드를 맛볼 수 있다. 레스토랑 겸 카페 '젠하이드어웨이'는 사계리 해안과 형제섬이 마주 보이는 전망이 빼어나다. 볕이 좋은 날에는 선 베드가 놓인 야외 테라스에서 여유를 부려도 좋다. 이곳의 지오푸드 메뉴는 산방산 용암돔 파스타가 있다. 파스타에 불룩한 도우를 입혀 용암돔 모양을 냈다. 도우를 걷어내면 해산물이 듬뿍 든 파스타를 맛볼 수 있다. 한치, 대구 등을 두툼하게 튀긴 해녀도시락 차롱박스는 맥주 안주로 곁들이기에 좋다.
[왼쪽/오른쪽]화산 지층 모양을 본뜬 웬드구니의 디저트 / 퓨전 해녀도시락 차롱박스 젠하이드어웨이의 야외 테라스 여행정보- 문의 : 064-740-6971(제주관광공사)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 문의 : 064-794-2940
지오아라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로114번길 54-86
- 문의 : 064-794-2892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신항로 1
- 문의 : 070-4127-4215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남로 186-8
- 문의 : 064-794-0188
주변 음식점- 춘미향식당 : 고기정식, 보말정식 / 안덕면 산방로 382 / 064-794-5558
- 남경미락 : 생선회, 해물탕 / 안덕면 사계남로 190-7 / 064-794-0055
- Stay with Coffee : 핸드 드립 커피 / 안덕면 형제해안로 32 / 010-5240-5730
글, 사진 : 강민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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