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률은 26%로, 총선 후 20% 중반대에서 고착된 긍정률이 꿈쩍하지 않고 횡보하고 있다. 그런데 총선 전에는 나타나지 않았고, 총선 직후에는 주로 외교 무대에서만 간혹 눈에 띄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갑자기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패널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동아시아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528명을 대상으로 4월 12일~16일, 웹으로 진행했다. 해당 조사에선 7개 이슈를 놓고 '총선 투표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느냐'고 물었는데, 응답자들이 가장 높은 비율로 영향이 있었다고 한 이슈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이었다. 명품백 이슈에 대해 '아주 영향이 있었다' 36.7%, '다소 영향이 있었다' 29.3%로 총 66%가 영향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종섭 호주 대사 공수처 수사와 출국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실언'이라는 이슈에 대해 영향이 있었다는 응답은 58.6%, '사과, 귤 값 폭등 물가 상승'은 58.2%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최대 악재로 언급됐던 '민주당 친이재명계 인사 공천과 비이재명계 배제 논란'에 대해서는 43.3%만이 영향이 있었다고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선거운동 과정에서 윤석열-한동훈 갈등'이라는 이슈도 비슷한 정도의 영향력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41.2%).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가 두 정당의 당내 이슈보다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에 의해 지배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대통령실 관련 이슈 중에서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의 영향력이 강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김건희 여사는 언론 기사 언급량이나 포털 검색량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였지만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이슈는 총선 투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된다. 과연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6개월도 지나지 않은 2022년 9월 4주 전국지표조사를 보면, 이미 김 여사 관련 특검에 국민 10명 중 6명 정도가 찬성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설문 문항은 "선생님께서는 김건희 여사의 허위 경력 기재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의 의혹과 관련한 김건희 특검에 대해"라고 의혹의 내용을 불러주고 찬반을 묻는 방식이었다. 찬성이 59%, 반대가 32%로 27%p 격차로 찬성이 우세했다. 진보 성향자 중 80%, 중도 성향자 중 64%가 찬성했고, 보수 성향자 중에서도 39%가 찬성했으니, 적은 수치라고 볼 수 없다.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올해 1월에는 어땠을까. 2024년 1월 2주 전국지표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65%가 잘못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문구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거부권 행사"라고 했다. '잘한 결정'이라는 긍정 응답은 23%에 불과해 같은 조사의 대통령 긍정률 32%보다 9%p 적었다. 김 여사 특검법 이슈가 윤 대통령 긍정률에는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 들어 김 여사 관련 이슈는 여론에서 비판적 응답이 줄곧 다수로 나타났다. 총선을 몇 개월 앞둔 올해 조사에서도 민심은 매우 차가웠단 사실을 알 수 있다. 김건희 여사가 공개적인 행보를 자제하는 등 노출이 많지 않았음에도 김 여사 관련 이슈가 총선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데는 이미 민심에선 관련 이슈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굳어져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당인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건희 여사가 다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해 1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주고받은 메시지로 인한 논란인데, 여러 가지 차원에서 놀랍다. 한 전 비대위원장을 절윤으로 몰고 고립시키는 것이 다른 당권 주자에게 힘이 되는 주장일 수 있겠지만, 김 여사 관련 이슈가 과연 국민의힘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기존에 보여줬던 컨벤션효과를 과연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던 보수진영 내 유권자 간 보이지 않던 응집력이 상당히 약화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윤 대통령 긍정률이 꾸준히 하방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전 국민의 민심을 다 끌어 모아 새로운 인물로 급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이미 총선 내내 상대 정당 대표에 대한 네거티브를 일삼다가 결과적으로 패배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