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눈 내리는 월요일 아침,
들판에 나가
눈 내리는 하늘과 낙엽 뒹구는 들판을
한참 둘러볼 일이다.
신비롭고 상념의 꼬리를 무는 그만한 대지(大地)가 따로 없다
시간 시간마다 조금씩 식어가는 태양의 온도.
눈 사이로 펄럭이다 못해 하늘로 솟구치는 찬바람.
따뜻한 빛을 등에 지고 솔솔바람과 어깨동무하여
졸졸 흐르던 물길은 다 말랐다.
파란 풀잎과 익은 벼로 뒤덮은
둔 턱과 황금들녘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개구리, 메뚜기, 뱀, 뜸부기 등 울어대며 흥성거리던
뭇 생명들은 어디로 숨었단 말인가.
사람의 웃음소리, 찌글대던 벌레소리, 노래하던 새소리는
다들 어디에 깃들었는가.
싱싱한 나뭇잎, 촉촉한 논두렁, 푸른 이마의 언덕은
다 어디로 가고
뒹구는 낙엽, 무너진 논두렁, 황량한 언덕만이
부는 바람에 몸을 마낀다.
S라인으로 가슴 흔들며 흐르던 물길은
말라 비틀어진 물 꼴로 꼴사납게 누웠다.
들판이 그러하듯이 우리 인생도 그러하다
오월 난초와 유월 목단, 팔월 보름, 시월 단풍과 십일월의 낙엽을
다 접고 떠나야 할 시간!
무서리의 첫 겨울이다
겨울을 맞이하는 12월이 열린 길목의 첫눈이다.
찬바람에 흩날리는 첫눈은
들판에 서있는 머리 위에도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