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선』 2018여름호 게재용 최근 발간된 동시집 작품평
최근 발간된 우리나라 원로 • 중진의 동시집 들여다보기
-시선아이들, ‘시선사’ 발간 작품집을 중심으로
신현득, 김종상, 문삼석, 엄기원, 김완기, 최정심
김진광(시인, 문학평론가)
1. 들어가기
최근 『시선사』에서 ‘시선아이들’ 발간 기획으로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원로 아동문학가들의 동시집을 펴내어 아동문학계에 신선한 충격과 화재가 되고 있다. 원로 분들의 작품집을 펴내준 시선사에 아동문학을 하는 한 사람으로 고마운 마음 전한다.
대상 작품집은 좋은 작품과 행동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어 필자가 존경하는 분들의 작품집이다. 살펴볼 작품집의 순서는 출생 순서로 신현득의 동시집 『통일 조국이 뭐예요?』, 김종상의 동시집 『부처님의 손바닥』, 엄기원의 동시집 『고맙다 나무야』, 김완기의 동시집 『참 좋은 말』, 문삼석의 동시집 『따뜻한 둘』, 그리고 원로는 아니지만 중진인 최정심의 동시집 『거실에 들어온 참새』이다. 소개할 작품집이 여러 권이다 보니 한정된 지면 관계로 많은 작품을 다루기 어렵고 작가 약력 소개, 작가의 작품 경향, 이번에 발간한 동시집 전체 내용 살펴보기, 동시집에 게재된 동시 2편 정도를 소개하는 것으로 ‘동시집 들여다보기’를 함께 여행해보자.
먼저, 신현득의 동시집 『통일 조국이 뭐예요?』를 살펴보고자 한다. 신현득은 1933년 경북의성에서 태어나, 20여 년간 초등학고에서 어린이를 가르치다가, 소년한국일보 취재부장으로 일하였고, 대학에서 20년간 아동문학 강의를 하였다. 196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을 하여, 동시집으로『아기눈』(1961) 외 32권, 시집으로 국민시집『우리의 심장(心臟)』(1987) 등 7권을 출간하였다. 세종아동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고문,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고문,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고문,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이며, 집필생활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는 언제나 특별한 주제의 동시집을 펴내며 작품과 동시 이론으로 우리나라 아동문학을 앞에서 홍보하며 이끌어나가는 국민시인이다. 신현득이 가장 목소리를 높여 우리나라 문학인들에게 소리치는 말이 있다. -“한국의 현대문학이 아동문학에서 시작되었고(우리나라 현대문학의 시작인 최남선의 ‘海에게서 少年에게’는 동시이다. 당시 교과서가 국한문혼용체이며, 동시라는 결정적 구절은 ‘오나라 少年輩 입맛뎌듀마’이다.) 세계의 아동문학사는 한국이 독립운동에서 아동문학을 시작한 유일한 나라임을 기록하고 있으며, 여기에 동시 창작으로 현대 아동문학을 시작한 나라가 세계에서 오직 하나 한국이다.”
신인이나 중견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독보적인 작품을 쓰는 신현득의 작품을 동시인 들은 모델로 하여 참고할 필요가 있다. 소재와 내용면에서 통일에 관한 글쓰기에 앞장 서 왔다. 그의 동시는 역사와 철학으로 확대, 상상을 통한 우주로의 확대 시도가 그것의 하나다. 시의 형식면에서 신현득 시인은 시의 그릇이 크고 형식이 독특하다.
신현득의 동시집은 이번에도 신현득 표 특색, 철철 넘치는 개성, 상상력을 통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작품으로 가득찬 좋은 동시집이다. 작품 해설을 본인이 직접 썼기에 작품집 소개는 그의 해설을 인용하기로 한다. 동시집 『통일 조국이 뭐예요?』는 제호가 가리키듯이 통일 염원을 큰 주제로 하고 있다. 조국분단이 70년이 넘었다. 그러나 통일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 조국 분단 때문에 겪은 우리의 슬픔을 모두 셀 수는 없다. 그 슬픔을 말로 다할 수도 없다. 그럴수록 우리는 ‘통일 조국’이라는 우리의 염원을 가슴에 더 깊이 새겨 두어야 한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
‘통일벼’로 보릿고개 내쫓고
한강에다 기적을 불러오고도
통일이 아득했다. 그러자
세계적 크기의 솥에
통일쌀 몇 섬을 안쳐, 밥을 지었다. 그 밥에
우리 산천, 온갖 나물을 넣고,
온갖 양념을 넣었다.
여럿이서, 세계적 크기 주걱을 하나씩 들고
통일노래 부르며, 썩썩 비빈 비빔밥에
통일 이름을 붙였지. 통일비빔밥!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소원이었으면―.
-「통일 비빔밥」부분
얼마나, 통일이 소원이었으면 그렇게 했을까? ‘통일벼’로 보릿고개를 내쫓고, 한강에다 기적을 불러오고도 통일이 아득했다. 그러자 세계적 크기의 ‘통일솥’에 ‘통일쌀’ 몇 섬을 안쳐, 밥을 지었다.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먹을 크기의 ‘통일솥’에다 밥을 짓고, 공장에서는 공장 모두를 먹일 크기의 ‘통일솥’에다 밥을 짓고, 마을에서는 한 마을이 먹을 크기의 ‘통일솥’에다 그득, 밥을 지었다. 여기에다. 우리 산천에서 나는 온갖 산나물을 넣고, 우리 들판에 나는 콩으로 담근 간장과 양념을 넣었다. 세계적 크기 ‘통일주걱’으로 써억써억, 비빈 ‘통일비빔밥’이다. 이 통일 ‘비빔밥’을 ‘통일그릇’에 나누어, ‘통일숟가락’으로, 맛나게 먹고, 거기서 나는 힘으로 통일을 믿고 이루어 가자는 거다.
우리 힘으로 이룩한 우리의 자랑을 모아보았다. 우리 국력으로 먼 나라를 도와주는 내용의「아프리카 끌어안기」, 수출 한국의 자랑을 담은「한국 제품 제1호」,우리 기술의 자랑「쇠똥 발전소」, 두 번째 건설한 장보고 남극 기지에서 가꾸는 배추 이야기「남극에서 배추 가꾸기」등이 그것이다.
“배추가 클까?” 하며,
고국에서 보내 온 배추씨 여나무 갤/심었지.//
배추 싹에 물을 줄 때는/눈물 몇 방울을/같이 뿌렸지.
이 배추, 우리 텃밭 배추 그거구나.
어머니 손이 가꾸시던 배추구나.
이 위에 배추흰나비 풀풀 날았지.
가을이면 잠자리도 와서 날았지.
고향 생각,/어머니 생각을 하며/가꾸는 배추.//
바깥은 영하 70도 얼음나라. 그래도,/대한민국 남극 기지에는
김치 되려고 배추가 큰다!
-「남극에서 배추 키우기」부분
남극에는 ‘세종 기지’를 이은 ‘장보고 기지’까지 두 곳 대한민국 기지가 있다. 거기에는 따스운 연구실이 있다. 햇볕 드는 연구실 베란다에 남극의 흙을 녹여 밭 한 고랑을 만들고 “배추가 클까?” 하며, 고국에서 보내 온 배추씨 여나무 개를 뿌렸다. 연구원들이 배추에 물을 줄 때는 눈물을 같이 뿌리고, 배추를 가꾸시던 어머니의 손길과 그 위를 날아다니던 배추흰나비를 생각하는 것이 시의 내용이다. 신문 기사 한 줄에서 얻은 글이다.
그 외에 우리가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적을 이루는 데에는 가정이 출발점이 되었기 때문에 성장해 가는 가정과 직장을 시에 담은 동시, 유아들에게 주는 동시, 학교 생활을 담은 동시, 자연 사랑의 동시, 「독도를 태극기로」와 같은 아이디어 작품, 판타지 작품, 끝맺는 작품은 새해의 출발을 다지는 「새해 0시에」이다.
두 번째로, 김종상의 동시집 『부처님의 손바닥』을 살펴보고자 한다. 김종상은 1935년 안동에서 태어나, 53년간 교사, 교장으로 지내며 대학에서 문예창작 강의도 하였다. 196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등단을 하여, 동시집 『흙손엄마』 등 30여 권, 동화집 『아기사슴』 등 30여 권, 시집 『소도 짚신을 신었다』 등 5권, 동시조집 『꽃의 마음』, 등을 펴냈다. 대한민국문학상 본상, 경향사도상 본상 등을 받았으며, 한국시사랑회 회장,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회장, 국제펜한국본부 부이사장 등을 지냈고, 현재 문학신문 주필, 국제펜, 한국문협, 현대시협, 한국동시문학회 등에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종상의 동시집 중에는 동식물을 소재로 한 동시집이 많다. 우리의 전래동요에는 동물, 식물, 자연․ 유희, 말놀이, 어머니․자장가 등의 노래가 2백여 종류나 된다고 하며, 동물의 노래만도 새, 짐승, 곤충, 고기 등으로 나뉘며 그 양이 엄청나다고 하였다. 그는 그것을 착안하여 꽃연작동시조집 『꽃도 사랑을 주면 사랑으로 다가온다』, 동물 시리즈 연작동시집 『동물원 우리집은 땅땅땅』, 『동물원 우리집은 물물물』, 『동물원 우리집은 하늘하늘』, 『강아지 호랑이』, 『알락달락 나비고기』, 『새야 새야』, 『동시에 담은 바닷속 이야기』를 펴내었는데, 이들 동시집의 공통점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식물들을 소재별로 묶어서 특성과 성격이 드러나게 간결한 이미지로 표현, 지식과 재미를 함께 주는 작품으로 성공한 김종상 표 돋보이는 아이디어이다.
김종상의 동시집 『부처님의 손바닥』은 그가 1958년 『새교실』에 소년소설 「부처손」이 입상되어 등단한지 꼭 환갑을 맞는 해에 펴낸 동시집이다. 내용을 보면, 1, 2부는 일반적인 동시들, 3부는 동시조 모음. 4부는 소리는 같으나 발음의 장단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낱말을 익히는 언어학습용 동시조이다. 5부는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세기적 문제작들을 소재로 한 동시들이다. 작품 해설을 쓴 정공량 시인은, ‘어린이의 꿈과 사랑 그리고 희망과 행복 찾아가기’라는 주제로, 어린이의 꿈, 어린이의 사랑, 어린이의 희망, 어린이의 행복, 이 동시집의 교훈으로 나누어 작품을 살펴보았다. 그래서 이 동시집을 읽는 독자는 이 작품집을 통하여 어린이의 꿈, 사랑, 희망, 행복, 삶의 교훈의 의미와 시를 읽는 재미와 좋은 동시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높은 가지에 과일이/ 으스대며 말했어요//
나는 하늘도 만지겠다/ 아! 향기로운 이 바람//
낮은 가지에 과일은/ 맥없이 중얼거렸어요//
나는 코가 땅을 찧겠다/윽! 역겨운 거름냄새//
바람이 불어와서/ 과일들이 떨어졌어요//
높은 가지의 과일은/ 산산조각이 났었지만//
낮은 가지의 과일은/ 상처 하나 없었어요.
-「높은 자리」전문
동시집 해설을 쓴 이는, 꿈을 어떻게 가져야 좋은지에 대해서 이 작품은 얘기하고 있다고 한다. 높은 가지에 과일이/으스대며 말했어요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나는 하늘도 만지겠다/아! 향기로운 이 바람이라고 자신감 넘치게 얘기하고 있지만, 낮은 가지에 과일은/맥없이 중얼거렸어요에서 보면 자신의 위치나 형편을 불만스럽게 보는 게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높은 가지의 과일은/산산조각이 났었지만//낮은 가지의 과일은/상처 하나 없었어요에서 보면 어떤 불리한 처지라도 자신의 현실을 슬기롭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작품이라 한다. 즉 높고 낮음의 위치가 서로 장단점이 있으며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과일을 통한 이야기가 있는 재미난 좋은 동시이다.
부처님께 재주를 뽐내던 손오공은/ 근두운을 타고 하늘 끝까지 가서/ 거기 서있는 다섯 개의 기둥에/ 여의봉으로 왔다는 표시를 했다//
손오공이 돌아와 그것을 자랑하자/ 부처님은 다섯 손가락을 펴보였다/ 거기에 여의봉 표시자국이 있었다/ 부처님 손바닥이 우주였던 것이다//
지금 나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전자게임을 하고 만화영화를 보다가/ 뉴스도 듣고 세계명곡도 감상한다//
숙제가 어려우면 사전을 열어보고/ 계산문제도 풀고 동화책도 읽는다/ 어디를 갈 때는 길안내도 찾아보고/ 카카오독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먼 나라 사람과 통화를 하면서/ 그 곳의 풍경도 영상으로 본다/ 내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이 곧/ 손오공 앞의 부처님 손바닥이다.
―「부처님의 손바닥」전문
위의 시에 대해 해설을 한 이는 「부처님의 손바닥」에서 ‘먼 나라 사람과 통화를 하면서/그 곳의 풍경도 영상으로 본다/ 내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이 곧/ 손오공 앞의 부처님 손바닥이다.’라고 하는 것은 희망 키우기를 하다보면 자신이 목표로 하는 좋은 희망이 열릴 것이라 했다. 이 동시는 요즘 쓰고 있는 현대 기기인 ‘스마트폰’을 손오공이 사용하던 마술봉인 ‘여의봉’에 비유하고 부처님의 손바닥 이야기에 삽입하여 쓴 이야기가 있는 서사적인 재미난 장동시이다. 이 시집에는 이미지가 간결하고 짧고 재미난 동시와 이야기가 있는 장동시들이 여러 편 보인다. 그는 시선사에서 근래에 마음을 가꾸는 동화 『눈굴리는 자동차』을 펴내었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가꾸는 재미나고 유익한 의미가 담긴 21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일독을 권한다.
세 번째로, 엄기원의 동시집 『고맙다 나무야』를 살펴보고자 한다. 엄기원은 1937년 강릉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골목길〉 당선으로 등단하였다. 「아기와 염소」 등 동시집 20권, 「이상한 청진기」 등 동화집 17권, 「아름다운 인연」 등 7권의 산문 수필집을 펴내어, 한정동아동문학상, 펜문학상, 한국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대한민국동요대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협 아동문학분과회장과 부이사장, 초등 국어 교과서 집필·편찬심의위원,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 등의 일을 했으며, 현재 한국아동문학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엄기원의 동시집 『고맙다 나무야』의 시인의 말 중에 ‘꼭 많은 작품을 쓰는 것보다 남들이 읽어서 오래오래 마음속에 간직하는 좋은 동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며, 나의 동시는 어렵지 않아 좋고, 시골과 자연을 소재로 한 글이 많아 좋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그 말이 퍽 다행이다.’고 하였다. 동시집의 작품 해설 을 쓴 정공량은 ‘맑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동심의 세계’라는 주제로, 음악 을 마음으로 담아낸 동시, 생각과 느낌을 담아낸 동시,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낸 동시, 사랑과 행복을 담아낸 동시로 나누어 작품을 살펴보았다. 그래서 이 동시집을 읽는 독자는 이 작품집을 읽으며 맑고 아름다운 동심 속에서 음악적 인 리듬, 생각과 느낌 키우기, 고마움과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며
오늘 할 일을 생각했다.//
날마다 맞이하는/ 오늘!//
늘 할 일도 이어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나의 하루.//
하루 24시간 밖에 안 되는
오늘이/ 참 중요한 시간이다.//
날마다 이어지는 오늘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 밥상 앞에 앉아
고마운 마음으로 밥을 먹으며//
오늘 하루/ 즐겁게 지내야지./ 참되게 지내야지.
-「오늘 하루」전문
동시집 해설을 쓴 이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어린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날마다 맞이하는 오늘 하루.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만 잘 보낼 수 있을까? 어린이의 생각이나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다. ‘날마다 이어지는 오늘/엄마가 차려주는 아침 밥상 앞에 앉아/고마운 마음으로 밥을 먹으며’에서 보면 엄마의 고마움을 깊게 느끼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어린이는 착하게도 ‘오늘 하루/즐겁게 지내야지./참되게 지내야지.’하고 우리 어린이들의 생각과 느낌이 잘 담겨져 있다고 한다. 날마다 맞이하는 오늘, 그러나 오늘은 하루 뿐 소중한 시간이다. 즐겁고 참되게 지내려는 마음을,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 밥상 앞에 앉아 마음속으로 약속하는, 생각과 느낌을 담아낸 따뜻한 좋은 동시이다.
편지 한 장이 왔다.
울산에 사는 친구한테서 왔다.
와, 오랜만이다.
그동안 소식 없어 궁금했는데-.
성질 급한 친구 글씨가 편지지 위에
구물구물 기어다닌다.
웃음이 절로 난다./ 얼굴이 떠오른다.
‘밥 잘 먹고 똥 잘 누고 잘 있다.
너도 밥 잘 먹고 똥 잘 누고 잘 있냐?
그럼, 이만 줄인다.’
좀 우스운 글이지만/
할 말은 다했군./ 반가운 편지 한 통!
-「소식」전문
해설을 쓴 이는, 친구의 솔직한 표현이 재미가 있고, 친구 간에는 마음을 터놓고 지내기 때문에 이렇게 쓸 수 있는 것이다. 친구가 편한 마음으로 쓴 편지를 읽으며 친구를 생각한다. 내용은 ‘성질 급한 친구 글씨가 편지지 위에/ 구물구물 기어다닌다./ 웃음이 절로 난다./ 얼굴이 떠오른다.’로 친구를 생각한다. ‘밥 잘 먹고 똥 잘 누고 잘 있다./ 너도 밥 잘 먹고 똥 잘 누고 잘 있냐?/ 그럼, 이만 줄인다.’에서 보면 얼마나 친구 간에 사이가 좋은 친구인가를 알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가 보낸 편지 내용을 보고 쓴 동시로 우정과 사랑과 행복과 유머가 담신 재미난 동시이다.
네 번째로, 김완기의 동시집 『참 좋은 말』을 살펴보고자 한다. 김완기는 1938년 강릉에서 태어나, 50년간 교사, 교장, 장학사로 지내며 대학에서 문예창작 강의도 했다. 196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동시집 『동그란 나이테 하나』 등, 동화집 『둘만의 약속』 등, 글쓰기, 독서교육 이론서도 펴냈다. PEN문학상, 한국동시문학상, 대한민국동요대상, 김영일아동문학상, 박경종아동문학상, 초등국어교과서에 많은 작품이 수록되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국제펜 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과 한국동시문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동시문학회 홈피에 올라온 김완기의 동시집 소개에 댓글을 이렇게 달았다. “동시집 『참 좋은 말』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제목의 시 「참 좋은 말」은 MBC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교과서에도 게재된 동요(동시)로 '가족의 사랑'을 노랫말로 표현한 참 좋은 작품입니다. 올해로 등단 50년을 맞아 펴낸 동시집에는 자연 사랑, 가족 사랑, 칭찬과 희망을 노래한 주옥같은 많은 시들이 담겨 있습니다. 작품이 좋아서 한번 더 펼쳐본 작품은 '비비새, 떠받치는 힘, 풍차, 참 좋은 말, 간지럼 나무, 옥탑방아줌마, 탯줄, 꽃씨, 내가 어른처럼 보인 날, 흉내, 아침 풍경, 눈빛 칭찬, 산새 마음, 새들이 아는 체하네, 미더운 이름, 칭찬' 등입니다.”
내가 비뚤비뚤 글씨 배우던 때
연필 쥐고 꾹 꾹 종이에 그어댄 건
떠받치는 힘,/ 책받침 때문이었지.
마당에 쿵 쿵 뛰어다닌 것도
떠받치는 힘,/ 커다란 땅덩이 때문이었지.
그 무렵, 난/ 엄마 아빠 떠받치는 힘 믿고
누나에 대들며 대장노릇도 했었지.//
요즘,/ 일터 나가는 엄마 아빠가
학교 가는 나를 바라보는 눈길
이젠, 책가방 멘 내가
엄마 아빠 떠받치는 힘 되었나?
-「떠받치는 힘」 전문
소개한 「떠받치는 힘」」은 시적 발상이 신선하다. 글씨 배울 때 책받침의 떠받치는 힘, 마당에 쿵쿵 뛰어다닌 것은 커다란 땅덩이의 ‘떠받치는 힘’ 때문이란 발견의 재미가 쏠쏠하다. 그 무렵, 난 엄마 아빠 떠받치는 힘 믿고 누나에 대들고 대장노릇 했다는 비유도 참 좋다. 내가 좀 자란 요즘은 어떤가, 엄마 아빠가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바뀌었다. ‘이젠, 책가방을 멘 내가 엄마 아빠의 떠받치는 힘이 되었나?’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빚은 좋은 동시이다.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우리 식구 자고나면 주고받는 말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엄마 아빠 일터 갈 때 주고받는 말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신이 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일 맛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가슴이 콩닥콩닥인대요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나는 나는 이 한마디가 정말 좋아요
사랑 사랑해요.
-「참 좋은 말」 전문
작품집 해설을 한 이는, 참 좋은 말이 어떤 말인지 이제 알겠다.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우리 식구 자고나면 주고받는 말/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엄마 아빠 일터 갈 때 주고받는 말/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신이 나지요’라고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참 좋은 말이 어떤 말인지 환하게 다가온다.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일 맛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가슴이 콩닥콩닥인대요/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나는 나는 이 한마디가 정말 좋아요/ 사랑 사랑해요.’에서도 역시 자연스럽게 와 닿습니다. 참 좋은 말은 이런 말입니다. 작품집 해설을 보면, 김완기는 자연을 소재로, 자연과의 활유적 대화 기법으로, 모든 우주 만물은 삶을 함께 해야 한다는 자연 친화와 휴머니즘의 실천을 이 동시집에서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다섯 번째로, 문삼석의 동시집 『따뜻한 둘』을 살펴보고자 한다. 문삼석은1941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40여 년간 초·중·고교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19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등단했고, 동시집『산골 물』 외 여러 권을 펴냈으며, 소천아돔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한국아동문학인협회장, 국제펜한국본부부이사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지금은 어린이들을 위한 글쓰기에 골몰하고 있다.
그의 동시들을 살펴보면 동심성, 단순명쾌성, 순수(긍정)지향성 등 동시의 특성이 교과서처럼 드러나 있고 자기 목소리가 있는 개성적인 시인임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는 동시의 특성상 무거운 주제나 의미를 꼭 담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한다.
필자는 한국동시문학회 홈피에 올라온 문삼석의 동시집 소개에 댓글을 이렇게 달았다. “보내주신 동시집 『따뜻한 돌』 잘 읽었습니다. 원로이지만, 쉬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동시쓰기 시도를 하시는 선배 시인님을 존경하며, 박수를 보냅니다. 숫자로, 동물과 곤충과 벌레로, 의성어와 의태어로, 글자로, 숫자로, 수수께끼 형태로, 말의 의미로, 개성적이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재미난 동시를 빚어낸 작품을 읽으며 즐거웠습니다. 작품이 좋아서 다시 읽어본 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둘, 열, 천과 만, 코뿔소, 꿀떡, 고추잠자리, 연거푸 두 번만, 또라는 말, 아빠랑 함께, 인사, 뻔히 알면서도, 뭐야?, 한밤중, 리모컨, 늦은 밤 편의점 등입니다. 늘 건강 행복하소서!”
나 하나는 작지만,
하나 된 우리는 엄청 크지요.
백도 되고,
천도 되고,
만도 되는…….
우리라는 하나,
정말 크지요.
-「하나」전문
해설을 쓴 이는, 이 작품은 ‘하나’라는 것에 대한 전제를 두고 ‘천도 되고, 만도 되는……’과 같이 ‘우리’라는 하나는 크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 ‘하나’는 작지만 하나가 여럿이 모이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이고 모이면 큰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 된 우리’는 하나가 천이 모이고 만이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하나’라는 의미와 ‘하나 된 우리’라는 의미의 차이를 간결한 이미지로 형상화한 좋은 동시이다.
코뿔소 뿔은
코야?
뿔이야?
화가 나면
코로 받아?
뿔로 받아?
-「코뿔소 뿔」전문
동시 「코뿔소 뿔」은 말의 의미를 사용한 동시 쓰기에 해당되는, 2연 6행 22자로 이루어진 짧은 동시이다. 코뿔소 뿔을 보며 ‘코일까? 뿔일까? 아니면 코이기도 하고 뿔이기도 할까?’이런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 혼자말로 중얼거렸으리라. 그리고 코뿔소가 화가 나면 당연히 코로 받을 거란 생각을 해 보았으리라.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본 것이지만, 유아원이나 유치원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질문하는 그런 말투로 이렇게 단순하고 짧고 재미나게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동심의 아이들처럼 영혼이 밝고 맑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런 동시를 쓰기 어렵다. 이번 동시집에 실린 시들도 동심성, 단순명쾌성, 순수지향성 등 동시의 특성이 교과서처럼 드러나 있고, 개성적이고, 재미있는 시들이 많이 실려 있다.
마지막으로, 최정심의 동시집 『거실에 들어온 참새』를 살펴보고자 한다. 최정심은 1949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1984년 어깨동무 신인문학상에 동시가, 198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계몽사 어린이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동시집으로『눈 속에 갇힌 집』을 비롯하여 12권이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충남문학상, 대일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을 등을 수상하였다. 중학교 음악교과서에 ‘생일 전날’이 수록되었으며, 현재 한국아동문학회 충남지회장과 한국아동문학연구회 부회장, 서천식물예술원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동시문학회 홈피에 올라온 최정심의 동시집 소개에 댓글을 이렇게 달았다. “칠학년 기념 12권 째 동시집『거실에 들어온 참새』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동시 「닭들의 말」은 아이들에게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 동시가 되겠네요. 책의 제목인 「거실에 들어온 참새」에서 참새도 놀라고, 엄마도 놀라지만, 아기 혼자서만 좋아라, 손뼉 치는 생활동시가 어린이의 동심을 잘 담고 있어 재미있네요. 그 외에도 좋아서 한 번 더 읽어본 동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산 지킴이가 된 할머니, 옷에난 잡풀, 100점 가족, 쇠콩, 투구 쓰고 나온 시금치, 명절, 만화 보는 할머니, 꽃들도 싸우나 봐, 거실에 들어온 참새, 쇠비름, 파리 등입니다. 늘 건강 행복하소서!”
닭들도 말을 한다고/ 할머니가 그러셨어
꼬끼오- 꼬-오/ 아침이다 일어나라
꼬꼬댁-꼬꼬 꼬꼬댁-꼬꼬/ 나 알 낳았어 칭찬해줘
꼬옥-꼬꼬꼬 꼬옥-꼬꼬꼬/ 나 알 품고 있어 곧 엄마 될거야
꼭-꼬꼬꼬꼬 꼭-꼬꼬꼬꼬/ 애들아 밥먹자 내 귀여운 아기들
꼭꼭꼭꼭 꼭꼬댁-/ 위험하다 도망가자
비슷한 꼬꼬라도/전해주는 말이 다 다르다고
닭을 오래 키우던 할머니가 그러셨어.
-동시「닭들의 말」전문
소개한 동시 「닭들의 말」은 동시집의 ‘시인의 말’ 대신 쓴 동시이다. 즉 닭들도 자기네들의 말이 있듯 최정심 시인도 동시를 통해 나만의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작품의 처음에 ‘닭들도 말을 한다고/ 할머니가 그러셨어’하고 들은 이야기라는 걸 말한다. 닭의 울음소리를 수수께끼 놀이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꼬끼오- 꼬-오’는 무슨 말? ‘꼬꼬댁-꼬꼬 꼬꼬댁-꼬꼬’는 무슨 말? ‘꼬옥-꼬꼬꼬 꼬옥-꼬꼬꼬’는 무슨 말? ‘꼭-꼬꼬꼬꼬 꼭-꼬꼬꼬꼬’는 무슨 말? ‘꼭꼭꼭꼭 꼭꼬댁-’은 무슨 말? 닭을 오래 키우며 터득한 할머니 이야기가 있는 재미난 동시이다. 이 시집에는 식물, 벌레, 곤충,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 재미난 동시들이 많다.
앞에서 말했지만, 최근 『시선사』에서 시선아이들 발간 기획으로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원로 아동문학가들의 동시집을 펴내어 아동문학계에 신선한 충격과 화재가 되고 있다. 원로 분들의 작품집을 펴내준 시선사에 아동문학을 하는 한 사람으로 고마운 마음 전하며, 지면관계로 많은 작품을 다루지 못해 아쉽다.
첫댓글 김진광 선생님, 동시 창작에 아동문학 평론에, 고루 왕성한 활동하심을 보며 부러워 하고 있습니다.
잘 읽고 더욱 좋은 글 쓰기에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상 선배님, 칭찬해주어 힘이 나지만, 한편으로는 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