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림. 한인 1.5세. 20살. 그리고 세계모델 순위 38위.
한인 또는 한국인이 세계모델 탑 50위 안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8위까지 오른 것은 아시안으로도 물론 처음이다. 일본계 모델 아이토미나가 49위에 오른 적은 있지만 거기서 그쳤다.
모델생활 이제 꼭 1년. 빠른 성장이다.
박혜림. 또는 하이 박, 히예 박으로 각각 미국과 유럽에 알려져있다. 지난 2005년 가을/겨울 컬렉션 가운데 프라다 런웨이로 과감한 모험을 시도한 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뉴욕, 밀라노, 파리, 런던 등 4개 도시에서 열린 돌체&가바나, 로베르토 카발리, 마크 제이콥스, 미우미우, 루이비통, 안나수이, 에르메스, 프라다 등의 런웨이쇼를 휩쓸었다.
한국, 나아가 아시아 패션모델계에서 그는 ‘잔다르크’다. 세계모델 순위 38위도 그렇지만 소수인종을 기용하지 않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그를 캐스팅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동양계를 싫어하기로 알려진 존 갈리아노의 크리스챤 디올 무대에도 섰다.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역시 동양계 모델을 기피하지만 이 무대에서는 박혜림이 탑모델들을 제치고 피날레를 장식했다.
2006년 봄/여름 컬렉션을 위해 밀라노, 파리, 런던, 뉴욕을 거쳐 LA에 온 박혜림을 지난 21일 웨스트 헐리우드에 위치한 호텔 샤토 마몽드에서 열린 메르세데스 벤츠 패션주간 및 아메리칸 보그 패션쇼 현장에서 만났다.
21일 오전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 샤토 마몽드 주차장 입구. 키크고 늘씬한 동양 여자가 성큼성큼 걸어온다. 첫인상은 상큼. ‘천상 모델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키 178cm, 몸무게 48kg의 체격은 모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모델답게 패셔너블하다. 그리고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전해온다.
콜록콜록. 기침을 한다. 지난 19일 LA에 도착해서 20일에만 2개의 패션쇼에 섰다. 하나는 ‘오스카 데 라 렌타’라는 자선기금을 모금하기 위한 특별쇼로 제니퍼 애니스톤, 리즈 위더스푼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석했다. 쇼 하나를 마치고 그 날 저녁에는 세인트 존스 봄/여름 무대에 서는 강행군에 감기몸살이 걸린만도 하다.
인사를 하고 패션쇼가 열리는 백스테이지로 들어선다. 각 룸은 메이크업, 헤어, 피팅실로 변해있다. 룸은 물론, 복도를 메운 모델과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부산하다.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메이크업실을 찾았으나 이미 꽉 찼다. 헤어실로 옮긴다. 머리를 만지기전, 한쪽에 마련된 소파에 나란히 앉아 인터뷰를 시작한다. 얼음공주로 알려진 박혜림. 그러나 쑥스러워하는 박혜림의 표정에서 갓 20대 들어선 풋풋함이 묻어나온다.
“어렸을 때부터 모델이 되고 싶었어요. 멋있어 보이잖아요. 비디오테입을 보며 집에서 워킹연습을 했죠.”
지난해 10월 유타주 오픈콜 오디션을 거쳐 바로 뉴욕의 탑 모델 에이전시인 ‘트럼프 매니지먼트’에 소속됐다. 바로 그해 10월 LA에서 열린 패션주간에서 데뷔무대를 치렀다. 따로 트레이닝도 받지 않은채 연습삼아 섰던 테스트무대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혜성처럼 나타났다. 지난 7월 세계모델 순위 49위로 등장하더니 46위를 거쳐 지난 9월부터는 38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시안 모델로는 가장 높은 15위까지 오르는 것이 목표다.
현재 아시안 모델로는 박혜림과 일본계 혼혈인 데본아오키가 대표적. 패션계 관계자들은 박혜림을 무채색, 백지라고 말한다. 어떤 의상, 어떤 메이크업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또한 의상과 메이크업에 따라 이미지와 분위기가 팔색조처럼 변한다.
박혜림은 어린아이같은 베이비페이스를 지녔다. 베이비페이스는 최근 패션계 추세. 디자이너들은 박혜림이 요즘 패션계가 바라는 미성숙한 이미지를 갖추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동양적인 신비까지 어우러져 한창 주가를 올리며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자, 5분 있다가 리허설합니다.” 서둘러 머리를 매만지고 한창 셋업 중인 무대로 뛰어간다.
리허설 이후에는 피팅. 오후 12시가 넘었지만 점심 식사는 건너뛴다. 피팅룸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 지역. 기자와 사진기자가 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히 들이밀자 피팅 담당자가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그리고 하이에게 말한다. “네가 오늘의 메이저 셀러브리티라는 것을 깜빡했네.”
그날 박혜림이 무대에서 선보인 의상은 3벌. 이미 뉴욕에서 호흡을 맞춰본 코스텔로 태그리아피에트라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피날레를 장식한다.
피팅 후에는 복도 한쪽에 꽂혀있는 패션 매거진 2~3개를 골라 바로 메이크업룸으로 들어간다. 메이크업은 30분 넘게 진행된다. 오늘 메이크업은 별로 이쁘지 않게 나왔다. 맘에 들지 않는다.
다시 헤어룸으로 들어가 머리를 고친다. 쇼는 예정이었던 오후 3시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다. 기다리는 동안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남자친구와 통화한다. 아메리칸 보그 관계자들의 초대로 서게된 무대라 친구들이 없어 무료해하던 그의 얼굴이 환해진다. 쇼가 시작되기 전에는 주로 매거진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친구들이 있으면 수다도 떨고 게임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애틋한 통화를 끝내고 보기만 해도 달아보이는 쿠키를 담아온다.
“드실래요? (살찌는 거 걱정 안해요?)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아요. 모델이 된 후에도 따로 다이어트를 하거나 하지 않아요.”
오후 3시가 넘었다. 이제 모든 준비를 끝내고 곧 무대에 선다.
“(떨리지 않아요?) 아니요. 처음에는 긴장도 되고 무서웠는데 지금은 재미있어요. 나를 향해 터지는 카메라 프레시가 짜릿해요. 사람들의 시선도 즐거워요. 기분은 그날 입는 옷에 따라 달라지죠. 다른 모델들보다 돋보이는 색다른 의상, 이쁜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요. 피날레를 장식하게 되면 더욱 좋죠. 흥겨운 음악이 나오면 기분이 업되고요.”
박혜림이 하는 일은 크게 3가지. 하나는 무대에 서는 패션모델, 두번째는 화보나 잡지 촬영, 그리고 마직막은 광고모델이다. 3가지를 다하는 모델을 수퍼모델이라고 하는데 그는 지금 세계적인 수퍼모델로 발돋음하고 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일은 패션모델. 이쁜 옷을 입고 친구들과 어울리는게 재밌다. 광고는 혼자 이끌어가야하기 때문에 힘들다. 쇼는 친구들이 있어서 힘들줄 모른다. 친한 친구들은 세계모델 12위인 헤더 막스와 15위인 리사 켄트. 광고는 화장품 맥의 가을시즌 메인모델로 발탁돼 미국, 한국은 물론 전세계 매장에 그의 얼굴이 걸렸다.
오후 3시30분쯤. 린지 로한 등 쇼장을 가득메운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박혜림이 들어선다. 그의 캣워크에서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친다. 인터뷰를 마냥 어려워하던 그는 어느새 세계 탑 모델로 변해있다.
“주위에서 기대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부담스럽기도 하고 책임감도 들죠. 잘해야겠다는 잘하고 싶어요. 유명해질 때까지 할거에요. 모두에게서 인정받고 싶어요. 소수인종 모델을 캐스팅하지 않는 쇼가 있어요. 그런 한계를 뛰어넘는 아시안 모델이 되고 싶어요. 그런 쇼들을 뚫는게 목표에요. 그들도 날 찾게 만들고 싶어요.”
박혜림은
박혜림은 중학생 때인 지난 99년 유타 솔트레이크 시티로 가족과 함께 이민왔다. 아빠 엄마 동생은 유타에 있고 혜림은 현재 뉴욕 모델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유타대(University of Utah)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던 중 모델생활을 시작하면서 현재 휴학 상태다. 생물학은 원래 약대에 진학하기 위해 택한 것. 하지만 모델생활로 계획을 변경했다. 현재는 모델 이후 간호사가 될 계획이다.
취미는 샤핑. 패션쇼나 화보 및 잡지 촬영 스케줄이 없을 때는 뉴욕 소호거리에서 샤핑을 즐긴다. 싸이도 열심. 유타 한국에 있는 친구들 팬들을 싸이를 통해 만난다. 패션쇼에 선 후 모델들에게 주는 선물을 모으는 재미도 솔솔찮다.
박혜림은 천상 한국 사람. 패션쇼 때문에 타지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매운 한국 음식이 그립다. 컵라면 햇반 김 등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먹는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는 것은 지루하다. 하지만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러올 때는 예외다.
남자친구와는 한달에 한번 뉴욕이나 LA 한국에서 만난다. 사랑에 푹 빠져있는 그의 꿈은 현모양처. 아직 엄마가 되는 것은 모르겠지만 좋은 아내가 되고 싶고 결혼해서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단다.
지난해 10월 모델생활을 시작한 이래 그동안 100개가 훌쩍 넘는 세계 패션쇼를 누볐다.
지난 1년동안 그가 벌어들인 돈은 톱모델 수준. 톱모델들이 무대에 설 때마다 1~3만달러를 받는다. 박혜림은 아직 그보다는 못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걸어다니는 기업'으로 통하는 모델이나 스타들이 있다. 일부 수퍼모델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로 성공한다. 한 기업을 유명 브랜드로 자리잡게 만들고 광고모델로 나선 기업에게 수익을 안기는 파워를 가진다.
박혜림은 현재 패션쇼 외에도 각종 명품 브랜드와 색스 피프스 노스트롬의 카탈로그에 등장한다. 보그 W 인스타일 프렌치 매거진 등 유명 패션 매거진 등을 장식한다. 올해만해도 화장품 맥 D&G 속옷과 의류 로베르토 카발리 의상 등 광고와 엠포리오 아르마니 향수 CF에 나서고 있다. '박혜림 특수'를 노린 기업과 브랜드들에 의해 박혜림도 '걸어다니는 기업'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지금 수퍼모델로 발돋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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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랑스럽다 보그인터뷰에서'한국말 할 줄 알아요'기사본게 금방같은데.. 디올이라니-_-!!!그리고 취미는 '샤핑'의 압박 ㅋㅋ
혹시 이사람이 히예박이오?
넵!!!!!!! ㄲㄲ
싸이 불러주삼~
http://cyworld.nate.com/model_hyerim
샤핑을 즐긴데. 기자가 발음이 네이티브 스피커네.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아요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아요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아요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아요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아요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아요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아요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아요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아요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델이 된 후에도 따로 다이어트를 하거나 하지 않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뉴욕모델기숙사.. 그런데도 있군아....................
샤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왠지 웃기삼..
근데 ㅠ 이아이 말투가 좀 거만해 보여서 싫삼 ㅠ